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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쪽지' 수사... 검찰총장 "사건 실체 밝혀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5/04/11 07:26
  • 수정일
    2015/04/11 07:2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검찰, 적극적인 자세... 추가자료 확보가 관건

15.04.10 21:44l최종 업데이트 15.04.10 21:5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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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 과정에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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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자원외교 비리 수사로 시작돼 'MB맨 표적수사'라는 반발을 샀던 검찰의 경남기업 비자금 수사가 '친박 핵심' 쪽으로 방향을 틀 낌새다. 

사기·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상의 주머니에서 나온 쪽지엔 8명의 이름 또는 직함이 있다. 김기춘, 허태열, 유정복, 홍문종, 이완구, 이병기, 홍준표, 부산시장. 이중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친박근혜계가 아니다. 그러나 부산시장이 현 서병수 시장을 일컫는 것이라면 쪽지에 나온 8명 중 7명이 친박 핵심이다. 

성 전 회장이 남기고 간 단서는 이 쪽지, 즉 '성완종 리스트'와 자살 직전 <경향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이를 종합하면 ▲ 2006년 9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독일·벨기에 방문 비용으로 10만 달러를 김기춘 당시 의원에게 전달 ▲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측 허태열 당시 의원에게 7억 원을 전달 ▲ 유정복(인천시장)·홍문종(새누리당 의원)·홍준표(경남도지사)·부산시장에 1억~3억 원씩 전달 ▲ 이병기(대통령 비서실장)·이완구(국무총리)에 미상의 금액을 전달한 걸로 요약된다. 

돈 줬다는 당사자의 추가 진술 없는 게 취약점

'김기춘 10만 달러'와 '허태열 7억 원'은 돈을 받은 사람과 금액, 시기가 명시돼 있다. 다만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 7년은 이미 지났다. 그러나 돈을 받았다는 이들이 국회의원이어서 대가성을 파악해 뇌물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허태열 7억원'은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으로, 공소시효가 10년이다.  하지만 '김기춘 10만 달러'는 당시 환율(약 960원)로 약 9600만 원이어서 공소시효가 7년이고, 이미 지났다. 

나머지 리스트 내용은 돈을 준 시기가 명시되지 않아 공소시효 완료 여부를 미리 따질 수 없다. 수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수사 대상 시기가 좁혀지지 않은 점이 착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성 전 회장이 이미 고인이 됐다는 게 수사를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성 전 회장이 남긴 증거는 <경향신문> 인터뷰 녹취록과 쪽지가 전부다. 검찰은 쪽지가 성 전 회장이 쓴 게 맞는지 필적감정을 진행 중이고, 인터뷰 음성파일도 제출받아 성 전 회장의 진술이 맞는지, 편집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쪽지와 인터뷰 녹취록이 검증되면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돈을 언제 어디서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줬는지 추가 진술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이 취약점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은 하나같이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하고 있는데, 성 전 회장에게서 이를 뒤집을 만한 정보를 입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만 보면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의 정치자금 혹은 뇌물 수수 의혹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수사 관계자 "추가 자료 있는지, 제출할 수 있는지 타진"

그러나 다른 단서가 남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 전 회장은 2006∼2013년 250억 원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 기간 분식회계가 이뤄졌으므로 이중장부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고, 비자금 형성과정뿐 아니라 사용처에 대한 단서도 남아 있을 수 있다. 검찰은 이미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의 쪽지는 상의 주머니 안에 들어 있었다. 유류품을 거두고 사체를 검시할 수사기관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 성 전 회장이 간략한 쪽지를 '다잉메시지(dying message)'로 남겼다면, 다른 곳에 더 상세한 자료를 남겼을 수 있다. 

검찰도 이같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장례절차가 끝나면 유족이나 (경남기업) 임직원에게 보유한 자료가 있는지, 제출할 수 있는지를 타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진태 총장 "메모 작성경위 확인, 법리 철저 검토하라"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본격 착수하게 되면,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 이른바 'MB맨'을 겨냥했다고 여겨진 자원외교비리 수사의 표적이 일순간에 친박 핵심들의 정치자금 쪽으로 바뀐다.  

검찰 분위기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적극적이다. 쪽지의 필적을 감정하고 인터뷰 녹음파일을 검증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이유를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일단 증거가 확보되면 수사한다는 것이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수사를 독려했다. 김 총장은 10일 오후 소집한 대검찰청 간부회의에 경남기업 수사를 맡은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3차장을 불러 "메모지의 작성 경위 등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관련 법리도 철저히 검토해 그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장은 또 "부정부패 척결은 검찰의 사명이자 존립근거"라며 "자원개발비리 등 수사과정에서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은 대단히 안타깝지만 자원개발비리 등 현재 진행 중인 부정부패 수사를 한 점 흔들림 없이 의연하게 계속하여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밝히라"고 말했다.

○ 편집|최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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