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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돈 벌었던 사람들...이건 착각하지 마세요

[최경영의 돈과 시간 이야기] 인간과 원숭이의 다트 게임

26.02.03 06:52최종 업데이트 26.02.03 06:52

지난 1월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경제·주식투자 코너를 찾은 시민들이 관련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오랫동안 궁금했습니다. 지금도 잘 믿지 못합니다. 정치인들의 이런 말들요.

"저는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믿습니다."

정치인들은 진짜 국민들을 진심으로 믿어서 저런 말을 할까? 국민들이 현명한가? 늘? 당장 윤석열이나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도 국민들이었는데…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우리는 현명합니까? 우리라는 무리가 결정하면 늘 올바른 판단이 나옵니까? 아니면 오히려 극단적인 '군중의 속성'이 자주 나올까요? 집단의 지혜는 진짜 존재할까요? 존재한다면 가끔 존재할까요? 아니면 자주, 또는 늘 존재하는 것일까요?

주식시장에서도 오랫동안 "국민은 늘 옳다"와 같은 이론이 각광을 받아 왔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유진 파마의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입니다.

이 이론은 "시장 가격은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이미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시장은 언제나 옳지요".

시장은 늘 옳기 때문에 따라서 우리는 늘 지수(Index)투자만 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이게 진실이라면 인간은 개별 종목을 선정해서 시장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올릴 길이 없습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왜 주식의 가격은 그렇게 비이성적으로 요동치지요? 기업의 실적이 하루에 정확히 마이너스 5%만큼 빠져서? 아니면 기업의 실적이 그 순간에 정확히 플러스 14.5%만큼 올라서? 그래서 내리거나 오르는 걸까요?

'효율적 시장 가설'을 비판하는 또 다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와 같은 행동경제학자들은 반대로 말합니다.

"시장은 인간의 탐욕과 공포로 인해 자주 비이성적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버블이나 폭락을 설명하지 못한다."

여기에 더해 실러 교수는 더 복잡한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책 <내러티브 경제학>에서 인간의 경제적 행동(주식을 사거나 팔고, 소비자가 거액의 집을 사거나 파는)을 함에 있어서 그 판단의 근거가 "숫자"를 통한 이성적 계산보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는 이야기, 그 이야기에 배어 있는 맹신에 기초할 때가 많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바로 실러 교수가 말하는 맹신 같은 이야기죠. 그래서 숫자에 판단한 투자는 버블을 만들지 않지만, 이야기에 기초한 투자는 거품을 만들어 냅니다.

"이야기에 휩쓸리지 말고 펀더멘털 숫자(영업이익,주당순이익,주당장부가,성장률의 추이 등)를 봐"야 합리적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야기와 숫자

지난 1월 30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11포인트(0.06%) 오른 5,224.36으로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5.57% 오른 90만9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코스피 주가지수가 5000을 넘어섰습니다. 버블일까요?

2024년말 코스피에 상장된 회사들 전체 영업이익을 찾아보니 190조 원 정도 되더군요. 그때 주가지수가 2500정도 됐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5000입니다. 그렇다면 올해 코스피에 상장된 회사들의 전체 영업이익은 2배는 되어야 합리적이죠?

조사를 해보니 다행히 2배가 됩니다. 아니, 증권사들의 전망치가 400조 원에서 440조 원이니 2배가 더 넘을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에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 올해 영업이익이 200조 원이 될 것이라고 환호하더니 지금은 250조 원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옵니다. 그렇다면 코스피의 전체 영업이익은 440조 원이 아니라 500조 원 안팎이 될 수도 있겠지요. 지수가 2배나 올랐지만 여전히 전망치의 숫자로는 합리화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코스닥은요? 정부와 집권여당이 코스닥 3000도 외치고 있습니다. 코스닥의 영업이익도 크게 성장했습니다. 2024년 코스닥에 등록된 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9조 6000억 원 정도였지만, 지난해는 16조 원 정도가 될 것 같고, 올해는 25조 원쯤일 것으로 증권사들은 전망하더군요.

코스닥도 2배 이상 영업이익이 올랐으니까 당연히 2024년 대비 2배 이상은 올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미 코스닥의 주당순이익에 근거한 주가수익비율(PER)은 코스피보다 훨씬 높거든요. 코스닥의 어떤 기업은 주가수익비율이 이미 7천 배나 됩니다. 삼성전자가 아직도 10배 수준인데 말이지요.

물론 기술벤처기업들이 미래 성장성이 높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성장성은 스토리지요. 이성적 숫자라기 보다는 미래에 대한 꿈이 담긴, 실러 교수가 말한 이야기(narrative)에 가깝습니다.

같이 꿈을 꾸면 행복합니다. 이야기는 전달되기 쉽지요. 그러나 여러 종류의 숫자를 보고 판단하는 건 골치 아픕니다. 면밀히 조사하고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뇌는 먼 옛날 수렵시대부터 그런 골치 아픈 판단보다는 직감으로 움직이도록 튜닝되어 있습니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었으니까요. 탓할 수 없지요. 생존 본능을.

그러나 탓해야 합니다. 수렵시대도 아닌데 수렵시대의 원시인처럼 현대인이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그래서 유진 파마의 말처럼 코스닥도 지수(Index)에 투자해버릴까요? 그럼 속은 편하겠지요.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수를 구성하는 것도 결국 종목들입니다. 코스닥에 등록된 종목들.

결국 지수도 코스닥에 등록된 종목들의 "실적"에 따라, 숫자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는 것이죠. 언제? 그건 모르죠. 종국에는. 종국에는 이야기에 의해 아무리 올라도 결국 숫자가 확인되면 꺾일 것이고, 종국에는 아무리 흉흉한 소문 때문에 떨어져도 결국 실적이 뒷받침 된다면 오를 겁니다. 이익에 수렴할 겁니다. 결국은 그럴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게 '언제'인지를 모른다는 것뿐. '언제', '얼마큼' 우리가 이야기에 탐닉하다가 숫자를 돌아보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자주 이 노래의 가사를 떠올려보세요.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연극이 끝난 후/샤프, 1980년 대학가요제 은상곡)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

시장은 대체로 옳습니다. 유권자는 대체로 현명합니다. 언론인이 충성해야 할 대상은 독자나 시청자입니다. 정치인은 국민을 믿고 정치를 하는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시장이 틀렸다면, 시장이 너무 광분했다면, 유권자가 멍청했다면, 독자나 시청자들이 어떤 미신, 인물, 편견, 선입관 등(예를 들어 백인은 흑인에 비해 우월하다)에 근거한 이야기에 빠져 있거나 갇혀 있다면 정치인이나 애널리스트나 언론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 그러나 위 진술에도 한 가지 편견이 들어 있군요. 어떤 특정의 정치인, 애널리스트, 지식인들은 대중보다 우월한 판단력을 지녔다는.

행동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심지어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평정심을 유지해야 할 애널리스트들도 당시의 시장 분위기에 따라 보고서를 낸다고 하지요.

다트보드 이미지 연합=OGQ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석좌교수였던 필립 테틀록이 1984년부터 약 20년간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정치인·교수·TV에 자주 나오는 전문가·유명 박사들의 정치·경제·국제 전망 8만 2000건을 쫙 모아놓고 확인해 봤습니다. 그런데 다트를 무작위로 던지는 침팬지가 미래를 맞힐 확률보다 거의 차이가 없었거나 더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유권자, 투자자에게 필요로 하는 정보를 잘 전달하고, 잘 전달받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완벽히 현명한 유권자, 완벽히 이성적인 투자자의 세상이 될 수 있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다만 제가 알고 있는 건 우리는 무지하다는 것뿐입니다. 인공지능(AI)이 나중에 뭔가를 발견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확실한 건 인간의 무지예요.

그러니 무지한 인간이 쌓아놓은 수백억 개의 조각난 사실, 편견, 숫자, 거짓, 가공된 이야기들을 가지고 AI가 "저 사람이 미래의 훌륭한 정치인이야", "저 사람을 뽑아", "저 기업이 훌륭한 기업이야", "저 기업의 주식을 사"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네요. 설사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모든 사람들에게 100% 투명하게 동시에 전달된다면 여러분은 돈을 벌 수 있겠습니까? 모두가 동시에 똑같은 판단을 하는 세상에서 대체 누가 먼저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지요 ?

그래서 지금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자주 옳지 않은 세상이나 시장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 시장, 대중이 자주 틀리기 때문 아닐까요?

덕분에 우리는 내란을 극복하는 짜릿한 감격의 역사를 만끽할 수 있고, 주식시장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삶의 기쁨도 누릴 수 있잖아요.

그러나 착각하지 맙시다.

지난 1년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아서 내란을 극복한 것이지 생각해보면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지난 1년 우리는 정말 시장이 좋아서 돈을 번 것이지, 내가 뛰어나서 100% 안팎의 수익을 낸 건 아닙니다.

운 좋게 다트가 던져진 원판 한쪽에 "100% 당첨"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일 뿐, 매번 매해 매순간 이렇게 될 수는 없습니다.

늘 경계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전도사였던 미국도 저렇게 됐습니다. 우리도 윤석열을 뽑았었습니다. 우리가 배울 제조국의 모범 사례였던 독일 경제도 어려움에 처한지 오래입니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구조적 저성장은 여전히 미해결된 상황입니다.

2023년 본격적인 AI 투자 붐이 일어나기 전, 전 세계 선진국들이 그린 본인들의 미래는 잃어버린 30년의 일본에 가까웠습니다.

전세계 선진국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인구 고령화,저성장, 복지 예산 증가, 누적되는 재정적자는 잠깐 잊혔을뿐 여전히 풀리지 않는 부정적 숫자들입니다.

어제, 잠깐의 운이 좋았을 뿐 오늘과 내일의 장기적 과제들은 그대로입니다. 흥분과 불안을 오고 가는 주식시장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가급적 그래야 합니다.

원숭이에게 자신의 선택을 합리적으로 차후 설명이라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똑같이 원판에 다트를 던진 것일 뿐이라도.

#최경영의돈과시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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