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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묻는 교황의 말에 너무 부끄러웠다"

 
[언론 네트워크] 천주교 강우일 제주교구장, 세월호 1주기 미사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조직됐지만, 조사 진행은 한 발자국도 진척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부끄러웠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16일,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 교구장)가 "세월호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며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침묵이 아닌 실천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 9시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미사에서 강 주교는 지난 3월 로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나눈 세월호 관련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강 주교는 "5년에 한 번씩 전 세계 주교단은 로마를 방문해 교황을 만난다. 지난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주교단과 만나 '세월호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고 전했다.

강 주교는 "그때 나는 '한국 정부가 세월호 진상 조사를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조직했지만, 실제 조사는 한 발자국도 진척되지 못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을 찾았을 때 세월호 유족들의 비통함을 잊을 수 없다. 아직도 가슴속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며 "교황의 그 말을 들으면서 저는 우리나라 현실이 너무나 부끄러웠다"고 비통함을 드러냈다. 
 

▲ 강우일 주교가 제주시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세월호 1주기 추모 미사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이동건)


그러면서 강 주교는 세월호 비극이 일어난 과정 하나하나가 풀리지 않는 의혹이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세월호는 출항해서는 안되는 배였다. 1년 전 오늘 인천항의 기상은 최악이었다. 가시거리가 800m에 불과했으며, 당시 인천항에서 출항한 배는 세월호 1척 뿐이었다"며 "또 세월호는 규정보다 2배 이상 과적이었고, 인천항 운항관리자는 배 안을 들여다 보지도 않고 '양호'라며 출항을 허가했다"고 1년전 상황을 되짚었다. 

이어 "해경은 미군과 일본의 지원요청 조차 하지 않았으며, 해군이 통영함의 출항을 2번이나 거절했다"며 "어떤 언론에서 지난해 4월 21일 이후부터 선박 안전 관련 전문가들이 언론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떤 대학 교수는 정부 부처로부터 (인터뷰에 응하지 말라는)압력이 들어온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세월호 진실에 대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을 설명했다.  

강 주교는 "왜 정부가 언론을 통제했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또 세월호는 국정원의 지시를 받았다. 국정원이 세월호 선장에게 99가지 상세하게 지시한 문건도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해수부는 특별조사위가 진실(규명)을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관련 시행령을 발의했다. 한국해운조합, 항만청, 선박안전기술공단 등 진실 규명에 꼭 필요한 단체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해수부가 어떤 이유로 시행령을 발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강 주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자와 유족, 생존자들을 위해 우리는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며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한 국민들의 행동을 강조했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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