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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철새를 너무 잡아먹어 북에 철새가 없다?

조선일보, 철새를 너무 잡아먹어 북에 철새가 없다?
 
 
 
nk투데이 이동훈 기자 
기사입력: 2015/05/28 [23:32]  최종편집: ⓒ 자주시보
 
 

 

5월 25일자 인터넷 조선일보에 어이없는 기사가 나왔다. 김철추라는 이름을 쓰는 한 탈북자가 “북한에는 이젠 절기 때마다 날아오던 철새도 날아오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김철추 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에 식품을 관리하고 운반하던 사람들이 매해 3,000여 마리의 살아있는 기러기를 잡아 김정일 위원장에게 선물로 바쳤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산 까치도 2월 16일에 맞춰 216마리를 잡아 바쳤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 간부들이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니 북한에서는 산에 가도 새를 볼 수도 없고 심지어 새들의 울음소리도 들어보기 어렵다. 거기에다 산들에 나무도 없으니 새들이 보금자리를 만들 거처지도 없고 크든 작든 관계없이 보기 어렵다. 산 짐승과 산새는 몸에 보약이라고 다 잡아먹으니 철새들조차 북한으로 날아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람의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먼저 산에서 새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이 사실이 아님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뉴질랜드 사림인 로저 셰퍼드 씨는 2012년 북한의 백두대간을 방문했는데, 이 당시 방북 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MBC에서 방영된 적이 있다. 로저 씨가 찍어온 영상을 보면 수시로 산속에서 새 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북한 백두대간의 깊은 산에는 아직 원시림이 남아 있으며 숲이 우거져 있다는 것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북한산이 전부 민둥산은 아니므로 당연히 산새들도 서식할 수 있을 것이다.

 

영상으로 확인 : https://vimeo.com/75861285

 

북한에 철새가 날아오지 않는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북한은 철새 보호구를 만들어 철새들을 보호하고 있다.

 

2005년 6월 2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2003년 6월 내각결정 제20호에 따라 24곳의 철새보호구를 지정해 해당 지역의 생태계를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기사에서 총련 기관지 <조국> 7월호가 “공화국(북)에서는 각종 철새들을 위한 습지 및 번식지를 철새보호구로 지정했다”며 습지-철새보호구는 11곳, 번식지-철새보호구는 13곳이라고 소개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지정한 지역은 강원도 통천군 동정호, 함경남도 금야강하구 광포호, 함경북도 어랑천하구와 두만강하구의 라선, 평안북도 신도군 신도, 청천강하구 문덕, 황해남도 옹진, 강령, 9.18저수지 등이 있다 이중 라선 철새 보호구는 세계보호연맹(IUCN)도 보호구로 지정하기도 했다. 

 

기사에 따르면 2005년 당시 라선철새보호구에는 농병아리(6종), 오리(10여종), 기러기와 고니(10여종), 도요(20여종) 외에 백로, 왜가리, 황새, 두루미 등 보통 4-5만 마리가 모여들었다고 한다.

 

만약 북한에 철새가 날아오지 않는다면 세계보호연맹이 북한의 라선 지역을 보호구로 지명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또한 시베리아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철새들은 거의 대부분 한반도를 지나간다. 이 과정에서 철새들은 필연적으로 북한 지역을 지나올 수밖에 없다. 북한 지역을 지나면서 철새들은 북한에 약 1주~2주가량 머물기도 한다.

 

청둥오리의 경우 한국이 청둥오리에 인공위성 위치추적기를 달아 이동경로를 확인한 결과 청둥오리가 북한 지역에서 1~2주가량 머문다는 것이 드러났다.

 

 

따라서 북한 지역에 철새가 오지 않는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은 철새와 관련한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3일 노컷뉴스는 뉴질랜드의 <미란다 자연기금>과 북한의 <조선자연보호연맹>이 5월 12일~14일 평안남도 문덕 등 철새 보호구를 방문하여 철새공동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지난 2008년 5월 뉴질랜드 철새가 북한에서 발견된 것을 계기로 추진된 사업이다. 그래서 2008년, 2011년, 뉴질랜드 미란다 자연기금의 연구원들이 북한을 방문했고 2014년에는 쌍방 사이에 철새공동조사와 관련한 합의서를 내오기도 했다.

 

김철추 씨의 주장처럼 북한 지역에 철새가 오지 않는다면 실현 불가능한 연구 사업일 것이다.

 

사실, 애초에 한국에 철새가 오는 이상 북한에 철새가 오지 않는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이번에 조선일보가 내놓은 기사는 한 탈북자의 수기를 기고 받은 것이었다.

 

원래 수기라는 것이 검증이 어렵다. 그래서 편집진에서 진위를 가려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기사는 정도가 지나치다. 뉴질랜드의 민간 과학자들이 북한에 철새공동연구를 하러 들어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게 불과 20여일 전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북한에 철새가 오지 않는다는 말이 과장, 거짓임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근거 하나 없이 믿기 어려운 주장만 가득한 이 기사를 어떻게 평가해야할까? 이 정도면 기사가 아니라 소설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동훈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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