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BS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유 이사장의 법인카드 사적유용 혐의로 지난 4월 30일 압수수색을 단행한 건데 어떤 심경인가.
"EBS는 보도국이 없기 때문에 정치적 격랑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다. EBS 주업무는 공교육을 보완하고 청소년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과 '세계테마기행' 등 문화 교양 콘텐츠 생산이다. 나는 민주화운동을 하기 전, 15년간 고등학교 교사를 했다. 지난 2018년 이사장을 맡은 뒤, 교사의 마음으로 한국의 교육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EBS 교육 콘텐츠를 고민해왔다.
특히 '지역에 소외된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까', 오직 이 일념으로 일했다. 그래서 폴 크루그먼, 유발 하라리 등 세계적 석학들의 강의 콘텐츠인 '그레이트 마인즈' 등을 기획했고, 부족한 콘텐츠 제작 예산 확보를 위해서도 백방으로 뛰면서 노력해왔다. 이념적 활동이나 그런 콘텐츠를 생산한 적도 없고 그런 마음을 먹어본 적도 없다. 그런 나를 왜 이렇게 정치적으로 공격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압수수색 당시 상황은 어땠나?
"그날 출근하려고 준비하는데 고양지청 검사로부터 '압수수색을 나간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어서 너무 놀랐다. 사무실에 가서 영장을 살펴보니까 압수수색 목록 1번부터 나열이 돼 있는데, 법인카드 영수증, 이사장의 일정표, 자체 감사 자료가 압수대상 목록이었다.
그런데 이건 공개된 자료이고, 자료를 요청하면 그냥 줄 수도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압수수색 영장에서 X표된 목록을 보면서 더 놀랐다. 검찰이 압수수색 대상으로 올렸다가 판사가 반려한 목록인데 휴대전화, 자택, 개인PC, 내 다이어리 등이었다."
-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법인카드 사적유용 혐의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문제가 되고 있나.
"주로 백화점에서 물품 구입한 것들을 문제삼고 있다. 방송 출연자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샀던 물품들이다. EBS는 다른 방송국에 비해 출연료가 낮은데, 그럼에도 출연해주신 분들에게 드릴 선물용으로 구매했다. 와인, 농수산물, 육포 등이었고 백화점에서 배달해주니까 구입했던 거다.
그런데 그게 전부 사적 유용으로 몰린 것 같더라. 가령 와인 10병을 구매했다고 하면, 그걸 내가 다 마시겠나. 전화로라도 물어볼 수 있는 건데 (조사 과정에서) 일체 얘기가 없었다. 그런데 자기들도 보면 알거다. 이게 압수수색까지 할 건인가."
"밥값 2000원 초과, 5000원짜리 커피까지 문제 삼아"
- 이와 별개로 방통위에서도 해임 청문이 진행되는 등 해임 절차에 착수했다.
"방통위에서 문제삼는 것은 김영란법 위반이다. 법인카드를 쓰면 영수증과 함께 '교육계 관계자 00명' 이렇게 적어서 낸다. 교육계는 교사는 물론 학부모나 학생들, 전직 교사들도 있다. 온라인 클래스 수업과 관련해서 학부모와 학생들도 많이 만났다. 그 사람들을 모두 '교육계'로 통칭해서 적었는데, 교육계로 적은 영수증은 일률적으로 문제 삼은 것 같더라.
그래서 (김영란법은 교사 등 공직자 1인당 식사 비용이 3만 원 이하여서) 교육계 5명을 만나서 15만 2000원을 썼다고 하면, 2000원 초과된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6년간 1700만 원을 쓴 것이 김영란법 위반과 사적유용으로 문제가 된다는 건데, 한 달에 평균 30만 원꼴이다. 그것도 초과한 금액을 문제삼은 게 아니라 (사용금액) 전체를 모두 넣은 거다. 결국 그런 거 하나하나를 모두 모은게1700만 원이고, 그 만큼 EBS에 손해를 끼쳤다는 거다."
- 지난 3월 방통위에서 해임 청문도 있었는데 청문위원들은 뭐라고 하던가.
"청문위원이 했던 질문 2개만 말씀드리면, 하나는 2022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쓴 영수증이 있었는데, 5000원짜리 커피 왜 먹었냐고 물어보더라. 연희동에서 연극배우들 미팅한 적이 있는데, 당시 그 배우들이 찻값을 계산했다. 그래서 '왜 너네가 냈나'라고 하는 와중에, 직원이 '한 잔 덜 계산됐다'고 했다. 그래서 경황이 없는 와중에 법인카드를 썼다.
또 하나는 '금산고속도로 휴게소에서 1만2000원을 썼는데, 왜 금산에 갔냐'고 하더라. 문재인 정부 당시 동료 이사가 상을 당해 조문을 다녀오는 길에 김밥 두 줄 먹은 거였다. 코미디였다. 더 세부적으로 소명하기 위해 만난 사람 실명을 거론했고 그분들이 확인서도 써줬다. 'O월 O일 유 이사장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밥을 먹었다'라는 내용의 확인서. 그 과정이 너무나도 모욕적이었다."
"월간조선 편집장 출신 부사장, 보이지 않는 손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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