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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두운처럼 나래를 펼치는 방산기업 LIG넥스원

 
이규정 2015. 06. 04
조회수 30 추천수 0
 

   지난 4월호에 한국우주항공(주)(이하 KAI) 현장취재에 이어 이번 LIG넥스원으로 국내 방산업체들의 역량과 노력을 보여주는 방산업체 현황을 연재한다. KAI에 이어 이번엔 통신, 유도무기 분야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LIG넥스원의 판교R&D센터를 방문했다.  한국군 미사일 대다수는 LIG넥스원에서 체계개발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 ‘천궁’, 함대함유도무기 ‘해성’, 휴대용 지대공유도무기 ‘신궁’ 등 LIG넥스원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한국산 미사일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5월7일 디펜스21플러스는 LIG넥스원 판교R&D센터를 찾았다. LIG넥스원 판교R&D센터는 한국 정밀유도무기와 레이더 개발의 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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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타고 다니는 근두운의 형상으로 디자인 된 LIG 넥스원의 판교R&D 센터

 

  2011년 완공된 판교R&D센터는 LIG넥스원의 사보명인 ‘근두운’을 연상시킨다. 중국의 고전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의 구름, 마음먹은 대로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구름이다. 미사일과 레이더 기술도 마찬가지다. 미사일과 레이더는 수백 km 떨어진 곳에 물리적으로, 또 전파적으로 정확히 닿는 기술이다. 미사일, 레이더, 그리고 근두운은 서로 통하는 데가 있다. 판교R&D센터의 모습도 구름을 닮았다. 1~2층은 유리로 둘러싸여 있어 투명하다. 그 위에 얹힌 불투명한 2~6층 연구개발 공간은 그래서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사유리로 둘러싸인 2~6층에는 말 그대로 진짜 구름이 비친다.  근두운은 손짓 한번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이동하며 적들을 쩔쩔매게 한다. 반면 미사일과 레이더 앞에는 기술력, 험한 기후, 복잡한 지형지물, 방어미사일 등의 장애물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지난한 과정을 극복하며 LIG넥스원이 만들어온 정밀유도무기와 레이더를 살펴본다. 
 
 LIG넥스원 판교R&D센터로 가는 길
 
  LIG넥스원 판교R&D센터가 들어서 있는 판교 테크노벨리는 널따란 평지다. 부지는 약 45만 평 규모로 여의도의 딱 절반이다. 서쪽에는 청계산이 있고 테크노밸리 중앙으로는 금토천이 관통하고 있다. 테크노벨리는 성남비행장이 지척이라 고도제한이 있어 고층건물이 없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IT업체들이 입주해 현재 안철수연구소, 한글과컴퓨터, 엔씨소프트 등 컴퓨터소프트웨어 회사를 비롯해 약 200여개 회사가 자리 잡고 있다. 
  LIG넥스원 판교R&D센터는 또 다른 방산업체인 삼성테크윈 바로 옆에 있다. 판교R&D센터는 정면만 봐서는 전체 형태를 오해하기 쉽다. 건물 중앙의 1/5 정도는 2층부터 6층까지 뻥 뚫려있는 중앙정원이다. 판교R&D센터는 지하4층~지상6층에 건축면적 2,000평 규모지만 보안이 철저해 관계자가 아니고서는 주요시설에 접근하기 어렵다. 
  지하 1층에는 배틀랩, LBTS 등 첨단 연구개발 시설을 갖춘 M&S연구소가 있다. 이외에도 지하에는 환경 신뢰성시험실, 시스템 조립실 등 최첨단 연구개발을 위한 9개의 주요 시험시설과 하역장이 있다. 3~6층은 업무공간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약 1,300명이다. LIG넥스원 전체 임직원의 50%에 달하는 1,600여 명이 R&D분야에 배치되어 있고 이 중 약 60%는 석·박사 학위소지자다. 3~6층은 1~2층보다 각층의 면적이 넓다. 튀어나온 3~6층 덩어리는 16개의 기둥이 떠받치고 있다. 이곳이 바로 ‘근두운’의 핵이다. 
  지상1층에는 접견실과 100여평 규모의 홍보관이 있다. 홍보관에는 LIG넥스원이 개발한 주요 무기체계 모형과 설명판이 전시되어 있다. 이중 일부는 오는 6월 중순에 열릴 파리에어쇼에 출품하기 위해 빼놓은 상태다. 대외협력팀(PR팀) 관계자가 홍보관을 안내하며 LIG넥스원 무기체계에 대해 설명했다. LIG넥스원이 생산하는 제품은 감시정찰체계, 지휘통제통신체계, 정밀유도무기체계, 항공/전자전 체계, 신특수 무인화 5분야 등에서 300개를 웃돈다. 
 판교R&D센터 이외에는 용인에 본사가 있고 경북 구미에 레이더 시험장과 유도무기 생산공장이 있다. 관계자는 “구미 생산본부에서는 유도무기 시험장을 운용하고 있고 백상어·홍상어 등 어뢰 개발 및 성능개량을 위해 수심 6m 수조실도 구축했다”며 “특히 구미 생산본부의 레이더 체계 종합시험장은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 시험장을 제외하고는 국내 최대 규모다. 국과연이 930m, 구리 시험장이 890m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구미에는 전자파 시험장, 암실 등이 있다고 한다. 
  300여 개의 제품을 한 번 방문으로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LIG넥스원 직원들도 자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과 제품을 상세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양이 많고 보안을 유지해야하는 사항이 많아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홍보팀의 한태민 팀장은 “저희 LIG넥스원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 이외에도 무기체계 안에 부품만 저희가 대는 사업도 많다”라고 말했다. 
  LIG넥스원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주요 무기체계는 정밀유도무기체계(PGM), 감시정찰체계(ISR), 지휘통제통신체계(C4I), 공/전자전 체계(Avionics and EW), 신특수·무인화 체계 등 이다. 모두 중요한 기술이지만 특히 정밀유도무기는 현대전에서 승리에 핵심적인 요소다. 게다가 ‘정밀’유도무기이기 때문에 민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무기체계다. 
  한 관계자가 1층 홍보관 내 비치된 모형과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LIG넥스원의 무기체계에 대해 입체적으로 설명했으며, 중간에 조병호 감시정찰체계(ISR) 사업부장이 합류해 한국형 유도폭탄 ‘KGGB(Korea GPS Guided Bomb)’의 성능과 유용성에 대한 생생한 설명을 전했다. 
  홍보관은 감시정찰체계(ISR), 지휘통제통신체계(C4I), 정밀유도무기체계(PGM), 항공/전자전 체계(Avionics and EW) 순서로 둘러봤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주도 하에 LIG넥스원이 국산유도무기체계를 개발하기 전까지 한국은 보병용 유도무기부터 요격 미사일까지 정밀유도무기 전량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해왔다. 국산 미사일은 1987년 국방과학연구소 주도 하에 LIG넥스원이 한국 최초 유도무기 ‘현무’를 개발한 이후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병용 유도무기부터 요격미사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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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G넥스원의 첨단 기술력이 집약된 함대함 유도무기 해성


  먼저 가장 크기가 작은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인 ‘현궁’부터 살펴봤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보병용 휴대용 중거리 유도무기인 현궁은 BGM-71 토우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무기체계다”라고 설명했다. 그 옆에는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이 전시되어 있었다. 관계자는 “신궁은 9K38 이글라, 미스트랄, 스팅어 등과 동급의 무기체계다. 특히 신궁은 90% 이상 명중률을 기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군은 미국의 레드아이, 영국의 재블린, 러시아의 이글라 등 다양한 보병용 미사일을 수입해 사용해 왔다. 이를 활용했던 우리 군의 경험을 살려 각 무기의 장점을 뽑아내 만든 무기체계가 ‘신궁’이다. 관계자는 “신궁은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고 현재 수출가능성도 높은 편이다”라고 강조했다.
 ‘천궁’은 호크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양산 중인 미사일이다. 천궁의 유효사거리는 40km 요격고도 20km로 사단급 방공능력으로는 충분한 편이다. 호크 미사일보다 우수한 점은 전방위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호크 미사일은 비스듬하게 눕힌 채 발사하지만 천궁은 수직발사 형식이다. 즉, 360도 전 방위 표적지를 맞출 수 있는 셈이다. 발사명령이 떨어지면 미사일은 내부 사출장치에 의해 수직으로 발사관에서 튀어나온 뒤 바로 표적지 방향으로 자세를 바꾼다. 그 직후 자체 동력으로 표적지를 향해 날아간다. 2016년부터 전력화될 예정이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해군 무기 체계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건 ‘해성’이다. 관계자는 “해성은 LIG넥스원의 첨단 기술력이 집약된 함대함 유도무기다”라며 “유사 무기체계 중 가장 최신 제품으로 실사격 훈련에서 100% 명중률을 자랑해 군사전문가들로부터 유사 무기체계인 미국 ‘하푼’과 프랑스 ‘엑조세’를 능가하는 최고 성능으로 평가 받았다”라고 말했다. 해성은 현재 우리 군의 유도탄 고속함, 초계함, 구축함 등 각종 전투함정에 배치돼 있다. 
  한국형 유도폭탄 KGGB 섹션에서는 조병호 사업부장이 설명을 이어갔다. KGGB 실물은 올 6월 중순에 열릴 파리 에어쇼 출품을 위해 홍보관에서는 철수된 상태였다. 조 사업부장은 “KGGB가 뛰어난 점은 이것이 정밀유도무기를 실을 수 없었던 전투기 F5에 실을 수 있는 정밀유도무기라는 점이다”라며 “KGGB는 언덕이나 산 등의 지형지물 뒤에 숨어있는 적을 공격할 수 있다. 이 자체가 글라이더와 같은 무동력 비행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수도권을 노리는 1,000여 문을 웃도는 북한 장거리포 갱도형 진지를 폭격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갱도형 진지는 보통 북쪽으로 입구가 나있다. 항속거리 25km인 미 공군의 JDAM(Joint Direct Attack Munition·합동직격탄)보다 날개가 크기 때문에 항속거리 또한 70km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KGGB는 언론의 오해를 받았던 무기체계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중순 공군이 국방과학연구소에 2,000파운드 급을 요구했으나 500파운드 급으로 축소개발 했다는 의혹보도가 있었다. 조 사업부장은 “500파운드 급은 공군에서 가장 많이 쓰는 양이다. 폭탄이 무거우면 날개도 커져야하고 2차 피해가 커진다. 그래서 500파운드 정도가 적절한 양이었고 공군에서도 1,000파운드 이하로 요청을 했었다”라고 설명했다. 
 
  보병용 무전기부터 AESA레이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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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 넥스원의 보병용 FM무전기 PRC 999K

 


  조병호 사업부장은 “한국과 같은 방위산업 후발 주자가 짧은 기간 내 이러한 성과를 거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전무하다”라며 “최근 5~10년 사이의 실적으로 따지면 이스라엘의 ELTA사 정도가 유일한 비교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한반도는 고산준봉, 평야지대가 복잡하게 펼쳐져있을 뿐 아니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레이더 체계개발의 조건으로는 최악의 지리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LIG넥스원은 2013년 전력화된 울산 I급 3차원 탐색 레이더를 시작으로 저고도 레이더, 장거리 레이더, 다기능 레이더인 차기 대포병탐지레이더 등 최신 기법인 능동위상배열 방식(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을 적용한 6개 레이더의 개발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했다. 
  LIG넥스원은 국방과학연구소 주도 하에 대포병 탐지레이더부터 울산 I급에 들어가는 3차 원 탐색레이더까지 수많은 레이더를 개발했다. 이 과정을 통해 LIG넥스원은 레이더 기술 역량을 쌓았고 레이더 개발에 필수적인 개발 시설과 장비 역시 확보했다. 민간 방산업체가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시험·생산 등 모든 기반시설을 갖춘 사례는 전례를 찾아보기 드물다.  병 출신에게도 친숙한 무전기 섹션에서 옮기자 “우선 우리 육군이 쓰고 있는 보병용 FM무전기 PRC 999K는 ‘PRC-999KE/C’라는 수출명으로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고 있다”라는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차기 대포병 탐지레이더는 개발 중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우리 군은 스웨덴의 아서 레이더를 쓰고 있다. 물론 이제 이것을 국산화 하게 되면 초기 비용 든다”며 “하지만 현존 대포병 탐지레이더 중 가장 성능이 우수하게끔 개발하고 있고 이는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 우리 군이 대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항공기용 능동위상배열레이더(AESA)를 자체로 연구·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AESA레이더는 반도체 및 신호처리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여러 주파수를 가진 신호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한 레이더다. 기존의 비능동형 위상배열 레이더는 동일 주파수 전파만 발사할 수 있었지만 AESA레이더는 임의의 방향으로 임의의 주파수의 전파를 발사할 수 있다.  AESA레이더에 대해서는 조병호 감시정찰체계(ISR) 사업부장이 직접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조 사업부장은 “이 작은 모듈이 각각의 전파를 낸다. 관건은 이 전파를 하나로 모아서 쏘는 것이다. 그 기술을 개발하는 게 만만치 않다”라고 말했다. 각 모듈은 각각의 주파수를 갖는다. 1,000개에 달하는 모듈의 주파수를 정확히 맞춰야 이를 하나의 신호로 모을 수 있다. 국내 유수의 전기·전자공학과 석·박사들이 관련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TR모듈은 항공기의 기종에 따라 800~1,200여 개 정도가 탑재된다.
  LIG넥스원이 항공기용 AESA레이더 프로토타입을 제작한 건 2004년이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LIG넥스원의 관련 기술은 크게 도약했다. LIG넥스원 판교R&D센터 홍보관에는 이 프로토타입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조 사업부장은 “향후 제작될 AESA레이더는 더 소형화되고 더 많은 모듈을 장착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AESA레이더를 연구개발하는 회사가 한때는 나이키·호크 미사일 창정비를 주로 했던 회사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LIG넥스원은 1976년 나이키·호크 미사일 창정비를 하기 위해 ‘금성정밀공업 주식회사’로 시작했다. 그때부터 차근차근 기술을 축적해 정밀유도무기는 물론이고 AESA레이더까지 연구·개발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현대전은 네트워크 중심전(NCW: Network Centric Warfar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확한 정보, 신속한 결정, 정밀한 타격능력이 결합되어야만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날 살펴본 LIG넥스원의 정밀유도무기체계(PGM), 감시정찰체계(ISR) 그리고 지휘통제통신체계(C4I), 공/전자전 체계(Avionics and EW)는 모두 네트워크 중심전의 ‘중심’이다. LIG넥스원은 현대전의 중심에 있는 셈이다.

 

글 사진/ 이규정 디펜스 21+ 기자 okeygun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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