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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탁노동자가 부산대학교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이유

 
 
 
 
김욱 | 2015-07-10 14:02:0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부산대학본부 앞엔 동상이 하나 있다. 그런데 이 동상의 주인공을 알고나면 두번 놀라게 된다.

첫째, 동상의 주인공은 현재 살아있는 사람이다. 살아있는 사람으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동상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외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둘째, 동상의 주인공은 생탁 사장 중 한 명이다. 생탁은 현재 노동자들이 1년 넘게 파업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한 분이 고공농성 중이다.

동상의 주인공은 부산대에 300억을 기부했다. 한국에서 개인 기부로는 최대 금액이라고 한다. 부산대가 그에 대한 보답으로 동상을 만들어준 거 같다.

300억이 큰 돈이긴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동상은 너무 과한 거 같다. 돈만 주면 살아있는 사람도 동상을 세워줄 수 있는 걸까? 그것도 학교의 중심이랄 수 있는 대학본부 앞에. 그렇다면 이건 ‘동상’이 아니라 ‘돈상’이다.

동상의 주인공이 사장으로 있는 생탁은 한 달에 한 번 쉬게 하고 연차 휴가를 보장하지 않는 등 노동자를 착취한 전력이 있는 회사다. 그렇다면 동상의 주인공이 기부한 돈에는 생탁 노동자를 착취한 결과물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부산대가 이런 돈을 기부 받아 동상을 세워주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걸까?

생탁노동자들은 현재 이 동상 앞에서 일인시위 중이다. 동상의 주인공이 기부한 돈이 생탁노동자를 착취해서 벌어들인 돈이고 또 현재 동상의 주인공이 협상을 가로막는 장본인 중 하나라고 주장하며 동상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동상 아래 주인공을 소개하는 글이 써 있는데 그 글을 보고 또 한번 놀랬다. 너무나 찬양적인 문구에 여기가 대학인지 한반도 북쪽 어딘가인지 순간 헷갈렸다. 과연 대학이 돈 앞에서 이렇게 숭배적인 태도를 보여도 되는 걸까?

 

 

선생은 1924년 경남 양산군 철마면 송정리에서 태어났다. 역사의 격동기에 신산한 청소년기를 보내던 선생은 약관의 나이 열일곱이 되던 1942년에 독립하여 사업의 길로 투신하였다. 생래의 근면성과 몸에 밴 검약, 영명한 판단력으로 그 뒤 여러 새로운 사업의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땀과 눈물로 혼신의 힘을 다 쏟는 노력의 덕에 날로 창성해나가던 사업은 마침내 하늘의 뜻까지 얻어 <태양 그룹>의 기업 신화를 창출해내기에 이르렀다.

선생은 그 부와 명예로 흔히 세상 사람들이 걷는 길을 걷지 않았다. 지친 육신의 안일을 위한 호사스런 휴식에 침혹할 수도 있었고, 향유하고 과시하고 군림하는 영달에 탐닉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선생은 분연히 또다른 길을 찾아 영웅적 거보를 내디뎠다. 배움에 목말랐던 청춘 시절의 열망을 한시도 잊지 않았던 선생은 생애 동안 땀과 눈물로 쌓아온 재산을 후세 교육에 과감히 쾌척하기로 결단하였던 것이다. 학교 법인 <태양 학원>을 설립하여 중등교육에 매진하고 부산대학교에 한국 개인 기부금 사상 최고액인 305억원을 헌납하여 양산 캠퍼스 부지를 매입케 해준 것도 그 실천행의 일환이었다.

예로부터 가르침에 두 가지 길이 있으니 하나는 문자로 가르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행동으로써 가르치는 것이다. 한푼 한푼이 그의 영고를 낱낱이 증언해주는 저 소중한 재산들을 아낌없이 후세 교육에 헌납함으로써 그 가르침을 실천해보인 선생의 숭고한 행장은 우리에게 불후의 사표로 남으리라. 우리는 이것을 잊지 않기 위해 여기에 표석을 세워 그 뜻을 기리고자 한다.

부산대학교 총장 2004년 11월 23일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0&table=wook_kim&uid=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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