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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잠수함발사 미사일 실험 파장

북한의 잠수함발사 미사일 실험 파장

김종대 2015. 07. 16
조회수 274 추천수 0
 

작년 3월 동해에서의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험과 올해 5월 북한이 신포 앞바다에서 실시한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시험은 한국의 안보주의자들 여론을 정확히 세 개로 쪼개버렸다. 

  첫째는 북한의 노동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언필칭 ‘사드파’의 주장이다. 이 주장에는 공군 예비역 장성들이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다. 그런가하면 육군 출신인 박휘락 국민대 교수도 여기에 가세한다. 

  둘째는 이미 북한은 잠수함으로 배후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므로 사드와 같은 방어무기는 실효성이 없고 수중 킬체인(미사일 사전요격시스템)으로 북한의 잠수함기지를 선제타격하거나 잠수함 작전을 차단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킬체인파’의 주장이다. 여기에는 해군 예비역 장성들이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다. 그런가하면 전 통일연구원장 출신인 김태우 박사가 지대지, 공대지, 함대지 미사일로 구성된 ‘3축 타격체계’ 이론을 제시하며 유사한 선제타격론을 제시한다. 이 주장은 사드와 같은 방어능력이 아니라 킬체인과 같은 공격능력이 북한을 억제하는 데 더 결정적이라는 판단에서 나온다. 

  셋째는 변화무쌍한 북한의 전략에 일일이 대응하는 사드나 킬체인과 같은 무기체계는 모두 소용이 없고,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궁극적인 억제력으로 한국이 핵무장을 선택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핵무장파’다. 이 주장은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과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정몽준 의원이 총대를 매고 있다. 여기에 최근 최근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위원도 가세한다. 이 주장의 요체는 남과 북이 서로 대등한 핵을 통해 ‘공포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최상의 전략적 안정제라는 주장이다. 필요하다면 국제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한미동맹의 균열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결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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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8일 북한이 공개한 SLBM 발사 사진. 현재 이 사진의 진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초까지는 첫 번째가 가장 우세했고, 이달 초부터 두 번째가 부각되기 시작하다가, 최근에는 세 번째 주장에 힘이 실리는 중이다. 이렇게 한국 사회에서 어떤 군사전략을 선택할 것인가로 갑론을박하면 북한은 중요한 전략적 이점을 얻는다. 먼저 혼란을 겪는 한국은 전쟁의 양상을 결정지을 ‘결정적 작전’(decisive operation)에 국방의 에너지를 집중하지 못해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게다가 한국의 핵무장론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을 신뢰하지 못하는 한국이 독자적 핵무장의 길로 간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한-미 동맹에는 심각한 균열이 생긴다. 이걸 왜 북한이 마다하겠는가? 

  더군다나 이런 주장 중 무엇이 옳으냐는 걸 논의하는 건 의미가 없다. 북한은 한국의 군사전략을 잘 관찰 한 후에 자신의 군사전략을 바꾸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면 어제 옳았던 것이 오늘은 틀린 것이 되고 내일은 또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다만 어떤 군사전략이 채택되느냐에 따라 더 많은 자원을 배분받을 수 있는 조직이 달라진다. 한국군이 사드를 도입하게 되면 한국 공군은 이제껏 육군에 대한 지원군으로서 보조적인 위치에 불과하던 위상을 탈피하여 일약 중심군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해상․수중 킬체인을 구축한다는 건 해군에게는 일종의 복음이다. 해상초계기, 이지스함, 잠수함을 더 많이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전략과 조직의 이익

 

  '정체불명'의 무기를 앞세운 북한의 위력시위는 국내 안보론자들에게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그들을 분열로 이끌었다. 과연 무엇이 북한으로 하여금 공포를 체험하도록 할 수 있는 수단이냐를 선택하는 문제로 군사전략에서 분화 현상이 나타났다. 이들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위신을 높이는 데 반해 한국은 추락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게 잃어버린 자아상, 즉 “우리는 끊임없이 협박을 당하지만 북한을 징벌할 수 없다”는 열등의식과 자괴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자존감에 상처를 입으면 무언가 새로운 권위를 향한 강렬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어떨 때는 사드로, 킬체인으로, 핵무기로 몰려다니는 이유가 된다.
  그런가하면 지대지 미사일로 북한을 타격하는 군사전략을 채택한다면 유도탄사령부를 갖고 있는 육군에게는 축복이 된다. 현무 1, 2, 3 미사일을 모두 구비하고 각종 감시정찰 자산을 확충함으로써 공군을 제치고 여전히 육군이 중심군으로 기능할 수 있다. 아직까지 군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주장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 하나뿐이다.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전략 핵군을 창설하여 장군 보직을 늘릴 수 있다는 계산법이 아직은 한국군에서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핵 통상무기를 증강하면 부대가 창설되고 지휘관 보직이 늘어나며 국방비를 증액할 수 있는 아주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들은 각자 취향에 맞는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기에 바쁘다. 
  그런데 미국은 이와 다른 계산을 한다.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목표를 고수하는 미국은 중국의 코앞에 사드를 배치하는 데 자존심을 건다. 그 표면적 명분이 중국 견제가 아니라 북한의 노동미사일 위협으로부터의 한국 방위이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위협 가능성을 일축하고 오직 노동미사일에만 시선을 집중한다. 5월 8일 북한의 SLBM 발사 시험에 대한 미 합참 제임스 윈펠드 차장의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의 언급은 이렇다. “몇 주 전에 우리는 북한이 자신들의 SLBM 실험을 격찬하는 것을 봤다. 다행스럽게도 북한의 SLBM 실험은 그들의 영리한 영상 편집자만큼 가지 못했고 북한의 선전꾼들은 우리를 믿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북한이 SLBM 능력을 개발하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다(And just a few weeks ago, we saw Pyongyang raving about a test of its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capability. Fortunately, they've not gotten as far as their clever video editors and spin-meisters would have us believe. They are years away from developing this cap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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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검토를 밝히고 있는 스카파로티 주한미군 사령관


 스카파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은 THAAD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문제를 한미 양측이 각각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데 비해, 제임스 윈펠드 미 합참차장은 한국의 우려를 존중하고 이 문제를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원하지 않는 한 THAAD 배치는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공포의 균형은 한반도 안정?

 

  이런 미국의 관점으로 본다면 5월에 존 케리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 국무부차관보, 미 합참차장이 한 목소리로 한반도 사드 배치를 외친 배경도 이상할 것이 없다. 미사일방어(MD) 중국과의 대결승전에 앞서서 대비한다는 게 미국의 확고한 전략이라는 건 미 합참의 국가군사전략서(NMS) 최신판에서 이미 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21세기의 패권의 능력이 지난 20세기의 핵 공격능력이 아니라 핵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방어력에서 창출된다고 믿고 있다. 북극권 상공은 그러한 대결승전이 벌어지는 특설 링이며 그 주변의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유럽 일부, 일본, 한반도는 특설 링을 에워쌓는 전략적 지점이 된다. 

  여기에 사드와 같은 요격체계를 배치하여 미사일방어 네트워크로 묶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전략적 과제는 없다. 지정학의 정점이자 미사일 전쟁이 벌어지는 북극권에서 패권을 장악하는 필수불가결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국 언론이나 전략가들이 3축 이론이니, 킬체인을 떠드는 걸 아마추어로 취급하는 미국의 시각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미래 군사전략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비라는 전략(戰略)이 아니라 강대국 정치와 조직의 이익이라는 정략(政略)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어떤 전략․정략이건 동아시아에서의 분쟁적 요인을 확대하여 국방비를 대폭 늘리는 확실한 이익에는 차이가 없다. 
  여기서 초래되는 국가의 혼란과 스트레스는 잘못 관리될 경우 집단의 광기로 발전할 수 있다. 2차대전 당시에 일본군은 눈앞의 손쉬운 승리에 현혹되어 정치권력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전쟁의 광기를 향해 치달았다. 그 과정에서 분출되는 잔인함과 야수성은 상대방에게 공포를 강요할 수 있는 위력적인 수단이었다. 공포를 선호하는 군사전략은 그 스스로도 통제되기 어려운 비합리적인 충동을 내포하는데, 여기서 국가는 매우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순수한 의미의 군사전략은 미세한 폭력의 파동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것이고, 여기에 전쟁의 과학, 전쟁의 본성이 있다. 군사사상가인 클라우제비츠에 의하면 그것은 우연과 도박을 감수하는 행위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가운데 무엇이 진짜 위협인지 식별할 수 없는 안개와 같은 상황, 거기서 낯선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긴박함의 연속에서 극단의 선택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이런 전쟁의 그림자 속에서 합리와 이성으로써 전쟁의 논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두려움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두려움에 빠지지 않는 것이 시민의 가장 큰 권리”라고 말한 적이 있다. 공포에 질린 대중처럼 통치하기 손쉬운 대상도 없다. 북한이 제공하는 공포를 수용하기를 거부하고 무시해버리는 전략은 전쟁의 광기를 통제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안보세력이 불만스러워하는 시민의 안보불감증이라는 것이 사실 이 나라 안보의 가장 큰 자산이다. 북한이 강요하는 공포를 무시할 수 있는 자신감이 시민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북한이 두렵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국가가 이 정도 안정을 유지하고 민주주의 기본틀이 유지된다는 안보의 역발상이 필요하다.

  김종대 디펜스 21+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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