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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전쟁, ‘종북’ 대 ‘친일’은 100전 100패

 
 
야권, 현재 프레임으로 당력 총동원은 여권에 말려든 수
 
임두만 | 2015-10-13 10:15:0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5.18, 6.29… 민중혁명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숫자다. 이 민중운동 역사는 청년학생들의 저항에서 시작되었다. 이 청년학생들은 모두 국정교과서로 교육받은 세대다. 반면 ‘일베’는 청년보수들의 이념기지다. 이들은 검인정 교과서로 교육을 받은 세대다. 일베 유저의 입에서 빨갱이는 일상어이고 반보수세력은 모두가 종북좌파다.

다시 말해 국정교과서로 교육받은 세대는 청년의 때에 민주주의와 인권, 개혁과 역사를 말했으며, 검인정 교과서로 교육받은 세대인 현 10~20대는 다수가 보수화 되어서 인권은 사치이고 소수자 차별은 일상이며 민주주의와 개혁을 말하면 ‘빨갱이’라고 말한다. 결국 이렇게 보면 인간에게 사상과 이념체계의 정립은 교과서와 그리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따라서 지금 야권이 교과서 투쟁을 역사바로세우기 투쟁이라고 하면서 모든 현안에 앞서 당력을 총 동원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본다. 사실상 지금 정치권의 교과서 전쟁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딴나라 사람들의 이야기’ 정도이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굶어 죽어가는데, 죽은 왕의 의붓어머니가 상복을 몇 년 입어야 하는 지를 놓고 싸운 조선시대 예송논쟁을 지금 정치권의 교과서 논쟁과 결부시키면 과한가? 하지만 나는 국사 교과서의 변천사가 권력전쟁의 승자가 가진 전승품 변천사이므로 지금 야권이 아무리 극한 투쟁을 해도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란 어렵다는 점에서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패배 시 모든 것을 잃을 개연성도 있으므로 야권이 이 전쟁에 모든 당력을 걸고 올인할 현안은 아니라고 본다.

▲이미지 출처 : KBS뉴스  

초등 교과서를 제외한 중·고등 교과서가 완전 국정화가 된 것은 1972년 10월 박정희 정권의 유신 체제 이후다. 유신을 단행한 박정희는 이듬해인 1973년에 중·고등 교과서를 국정체제로 바꾸기로 정한다. 이 결정으로 근대교육을 시작한 1895년 이후 발행되기 시작하여 일제강점기에서도 검인정 제도가 유지되던 교과서는 1974년 2월부터 완전 국정화가 되었다.

1974년, 당시 문교부는 중·고등학교의 11종 국사교과서를 통합해 하나의 단일 역사교과서를 내놨다. 이는 어떤 변명을 붙여도 유신미화의 목적 외엔 없다. 그러니 완전 국정화 이후 바로 교육계는 이 국정교과서 폐혜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심지어 현 여권의 이론가들도 20대 대학생들의 이념투쟁이 국정 교과서의 일방적 역사주입에 대한 반발이라고 했다.

즉 중·고등학교에서 국가가 일방적으로 주입한 역사적 사관이 대학에 들어가서 깨지면서 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반발과 함께 정부와 국가의 정통성까지 부인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국정교과서 제도를 검인정으로 바꿔 다양한 인식의 역사관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체제는 오래도록 바뀌지 않았다. 김영삼 정권 이후에야 논의가 시작되어 1997년 검인정이 용인되어서 김대중 정권 들어 국정과 검인정이 공존하다가 2007년 당시 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전면 검인정체제로 전환되면서 교과서의 명칭도 ‘국사’에서 ‘한국사’로 바뀌었다.

이를 축약하면 역사 교과서는 ‘국 검정제도 수립기”(1945~ 1955), “초등=국정, 중등=검정 교과서 발행기”(1956~1973), “국정(1종) 교과서 발행기”(1974~1997), “국정 검정 교과서 병행 발행기”(1997~2007년), “전면 검인정 발행기”(2007년~현재)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그런데 뉴라이트 세력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온 뒤 곧바로 이 역사교과서 좌편향 문제를 거론하다가 박근혜 집권 이후 2013년 교학사를 통해 뉴라이트 사관의 교과서를 발행, 검정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들이 펴낸 교학사 교과서는 친일사관과 독재미화라는 두 가지 핵에서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결국 검정 첫해 소수의 학교가 채택했지만 이도 해당학교 학부모들의 반발과 전국적 반대 여론에 밀려 채택이 취소되었다. 당시 교육부도 ‘친일·독재 미화’ 내용과 각종 오류가 발견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에 수차례 수정 명령을 내렸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 몰리자 뉴라이트 학자들은 이미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심의를 마친 다른 6개 교과서의 오류를 찾아 줄기찬 수정요구를 했다. 이에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들 교과서도 수정 지시하면서 교과서 논란은 확산된다. 검인정 교과서라도 정부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 수정·보완하겠다는 것은 검인정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그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 논란은 현재 검인정 취소와 완전 국정화로의 정책 변경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변화를 보는 국민들은 이것이 정치권의 사활을 걸어야 할 문제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 특히 현 박근혜 정권의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누구라도 박정희의 복권 시도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따라서 앞서 썼듯이 이 정책은 박근혜 정권 이후 곧바로 바뀔 수도 있다. 결국 이 역사교과서 전쟁이 총선을 코앞에 둔 야권이 올인해야 할 전쟁은 아니란 것이다.

▲심각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지도부

그럼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은 교과서 국정화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으로 대항하고 있다. 이 ‘모든 수단’이란 예산안과 여타 법안 심의 중단과 함께 국회의 파행과 공전도 불사하면서 장외투쟁까지 나서는 것이다. 때문에 야권의 이 ‘모든 수단’이 현실화 되면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는 파행과 공전이란 이름으로 종결될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야권의 이 결정은 하수정치가 될 개연성이 다분하다. 즉 야권을 이렇게 끌어들여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여권의 작전에 또 넘어간 것일 수도 있다.

야당이 교과서로 올인하면서 예산도 법안도 보이콧을 하면 당장 보수 언론은 이념전쟁에 나라 살림을 내친 야권으로 몰고 갈 것이 확실하다. 김무성은 이미 이런 수순에 들어갔다.

김무성은 문재인이 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여야 2:2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자 “정치적 공방을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미 당내 모든 입들과 여론 주도층들에게 정치적 공방에 나서게 하면서 현안을 만들어 놓고도 자신은 살짝 빠지는 정치적 기술을 보인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현 여권은 모든 입을 총동원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느긋한 김무성 대표

여기서 그들의 논리는 ‘종북’이다. 선거에서 전승의 전술인 논리… 종북 대 친일의 프레임싸움에서 여권의 종북 프레임은 현재까지 100전100승이었다.

앞서 예송전쟁을 말했지만 먹고사니즘에 피곤한 유권자들에게 정치권의 논리전쟁은 더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더 정치 기피자가 된다. 정치 기피자가 많아지면 동원선거가 가능한 충성파가 잘 결집된 세력의 승리는 당연하다. 노무현 이후 선거에서 ‘종북세력 척결’을 외치는 쪽은 동원 선거가 가능하여 모든 선거에서 승리했다. 먹고사니즘에 피곤한 유권자들을 정치 기피자로 만드는데 성공한 작전, 유권자를 기권으로 이끄는 작전. 현 여권의 총선 필승을 위한 작전이다.

그래서 교육부는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야당이 죽기 살기로 반대하면 ‘민생’을 무기로 야당을 압박한다. 그리고는 ‘종북’을 무기로 활용 지지층을 결집시키면서 지도부는 경제를 말하는 이중성… 새누리당은 이 작전으로 가겠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선보이고 있다.

야권은 이 수법에 매번 당한다. 이후는 안 봐도 안다. 죽기 살기로 반대한 교과서 국정화는 막지도 못하고 시행될 것이며, 총선의 결과는 참패다. 국회의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한 야권은 이후 여권의 보수화 드라이브를 어떤 방식으로도 막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 정치는 일본 자민당 일당세상과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1당 세상이 될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지금 야권이 키를 돌려야 한다. 교과서 국정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은 총선 승리이며 대선승리, 앞서 교과서가 걸어 온 히스토리를 서술했듯 정권을 소유한 측의 입맛대로 교과서 편찬 정책은 바뀌었다. 한국사 교과서 전면 검인정 제도는 노무현 정권에서 이뤄졌으며 그에 앞서 1종 교과서를 국정과 검인정으로 이원화 시킨 정부도 김대중 정부다.

박근혜 정부가 교과서를 압맛대로 만들고 싶어도 그 임기 내엔 완성하지 못한다. 그러나 야권이 총선에서 실패하고 대선에서 실패하면 교과서는 다음 임기에서 현 여권의 입맛대로 수록될 것이다. 이를 막는 방법은 결국 선거 승리가 최우선이다.

그래서다. 지금 야권은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여론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작전을 구사해야 한다. 즉 여권의 ‘종북’ 화두를 무력화 시키는 여론전이 그것이다. 그 여론전의 화두는 ‘후진국’이다. ‘종북 대 친일’이 아니라 ‘종북 대 후진국’이란 이념전이 그것이다.

현재 지구촌 국가들 중 국정교과서를 택한 나라들은 북한·베트남·몽골·태국 등 주로 극소수 동아시아 후진국들이다. 정부나 언론들이 늘 비교하기 좋아하는 OECD 회원국 중에 국정교과서를 가진 국가는 그리스·터키·아이슬란드, 하지만 그리스와 터키는 국정과 검인정교과서를 혼합해서 운영하고 있으므로 아이슬란드 한 나라만 국정이다.

반면 캐나다·일본·독일·러시아 등은 현재 우리 제도와 같은 검인정 체제, 즉 발행은 민간이 하고 국가는 심사 보완하는 제도이며,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은 자유발행제다. 그리고 미국은 아예 연방의 통일된 제도가 없다. 각 주별로 국정이든 검인정이든 자체적으로 채택하여 사용한다. 이런 팩트는 여권의 종북 프레임에 가장 대항하기 쉬운 논리다. 저들로서는 대항할 논리도 없다. 종북 대 친일 전쟁이 아니라 선진국 대 후진국 프레임 전쟁…

정치는 스킬이 매우 중요한 게임이다. 정치가 여론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여론은 정치인이 만들기도 하지만 여론에 따라 정치가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한쪽이 만든 프레임에 끌려 들어가서는 그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 이길 수 없으면 프레임을 바꾸는 스킬을 발휘해야 한다. 현재의 교과서 논쟁을 박정희 복권을 우선시 하는 역사 논쟁으로 몰면서 ‘후진국’ 프레임 안에 가두고, 밖으로는 선진국과 경쟁하는 경제, 민생을 걱정하는 경제를 말하며 접근하는 전략이라야 현 여권의 총선 전략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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