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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바이러스 공포, 유전자 조작 모기가 해법일까

지카바이러스 공포, 유전자 조작 모기가 해법일까

조홍섭 2016. 02. 12
조회수 5435 추천수 0
 

모기는 해마다 100만명 목숨 앗아가는 가장 무서운 동물, 지카 바이러스 공포 추가

3500종 중 사람 무는 모기 100~200종, 없어져도 생태계 문제 당장은 없다지만…

 

James Gathany_CDC-Aedes_aegypti_during_blood_meal.jpg»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 아프리카 원산이지만 아시아와 아메리카로 이주해 뎅기열, 황열병 등도 일으켜 문제가 되고 있다.사진=James Gathany, 미국 질병통제국(CDC)
   
인간에 끼치는 피해만 놓고 본다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은 모기다. 해마다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병 등에 걸려 고통받는 사람이 7억 명에 이르고 그 가운데 1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말라리아만 해도 최근 급격히 줄었는데도 지난해 43만 8000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추계했다. 그 대부분이 아프리카 어린이다.
 

이제 모기가 옮기는 주요 질병 목록에 지카 바이러스가 추가됐다. 세계보건기구는 올해 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또 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 등 39개국에 퍼지고 있어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뎅기열을 옮기는 이집트숲모기가 그 전파동물이고, 사촌뻘인 우리나라에도 분포하는 흰줄숲모기도 전파자다.

 

흰줄숲.jpg»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흰줄숲모기. 제주도를 중심으로 전국에 분포하며 숲이나 공원에서 사람을 공격한다. 전체 모기 가운데 비중은 3~4%로 높지 않지만 기후변화와 함께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미국 질병통제국

 

지카 바이러스는 공포를 부를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머리와 뇌가 정상보다 작은 소두증, 희귀 신경 마비증인 길랭바레 증후군 같은 낯선 병을 옮긴다. 게다가 증상이 가벼워 누가 감염자인지 알기 어렵고 수혈과 성접촉으로도 전파된다. 끔찍하고 불확실한 위험은 실제보다 크게 느끼기 마련이다.
 

물론,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을 들어 보면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메르스에 데여서인지 당국이 위험을 대하는 태도나 소통 자세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감염병은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리우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은 지카 바이러스 발병의 중심지이다. 입국한 감염자를 흰줄숲모기가 흡혈해 이리저리 옮기는, 드물지만 불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아프리카 기원의 이집트숲모기가 아메리카와 아시아로 퍼진 것처럼 기후변화와 함께 한반도에 상륙하지 말란 법도 없다. 현재는 주로 제주도에 분포하고 수도 많지 않은 흰줄숲모기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cdc.jpg» 흰줄숲모기와 이집트숲모기 비교. 자료=질병통제본부

 

이렇게 세계를 힘들게 하는 모기라면 아예 없애 버리면 어떨까. 세계에는 모기가 3500종 있지만 그 가운데 사람의 피를 빠는 종은 100~200종에 불과하다.

 

이들은 없앤다고 큰 일이 일어날까. 과학전문지 <네이처>도 이런 생각에서 모기 전문가와 생태학자들에게 물었더니 뜻밖에 “당장은 별 일 없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모기를 주로 잡아먹는 일부 물고기는 굶주리겠지만 박쥐나 새 등 대부분의 포식자에게 모기는 먹이의 2% 이내였다. 먹이든 꽃가루받이든 생태계에서 모기가 하던 기능은 다른 생물이 신속하게 대신할 것이다.

 

모기의 가장 큰 생태적 기능은 아무래도 사람에게 병원체를 옮기는 일이다. 모기가 사라지면 인구가 증가할 것이다. 풍토병 때문에 사람이 살지 못하던 곳도 개발될 것이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모기 말고 병원체를 전파할 새로운 매개동물이 나타날 것이다. <네이처> 기사의 결론은 “모기 없는 세상이 오지 못하는 것은 옳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럴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nature.jpg» 2010년 모기가 사라지면 어떤 생태적 영향이 생길지 전문가에 물은 결과를 담은 <네이처> 기사.
 

그런데 그 방법이 나타나고 있다. 유전자조작이 그것이다. 특정 모기종을 불임으로 만들거나 병원체를 옮기고 사람을 찾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고안됐는데, 요즘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활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과학자들이 만든 유전공학회사 옥시테크는 이집트숲모기의 유전자 2개를 조작해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성체로 자라지 못하고 죽도록 만들었다.

 

모기 서식지에 유전자를 변형시킨 모기 수컷을 대량으로 풀어놓으면 이들과 짝짓기한 암모기가 결국은 번식하지 못하고 죽을 2세대를 낳게 된다. 이 회사는 브라질, 말레이시아, 파나마 등에서 수백만 마리의 유전자 조작 수모기를 방사하는 현지실험을 통해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 집단을 90% 이상 줄였다고 주장한다.

 

injection-of-mosquitoes-eggs-picture-good_s.jpg» 이집트숲모기의 알을 대상으로 유전자 조작을 하는 모습. 사진=옥시테크 
 

미국 플로리다주는 뎅기열을 막기 위해 이 유전자 변형 모기를 풀어놓을 예정이다. 현재 연방정부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유전공학 회사 사이에 논란이 뜨겁다.

 

회사 쪽은 유전자가 조작된 모기가 결국 모두 죽어 ‘유전자 오염’ 가능성이 없고, 다른 생물까지 무차별로 죽이는 살충제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반대쪽은 유전자 조작된 수컷에 섞여 일부 암컷도 자연에 방출될 가능성을 걱정한다. 
 

과학계는 대체로 회사 쪽을 지지하지만 불확실성이 남은 것도 사실이다. 새끼를 죽이는 유전자가 자연계로 퍼져나간다면, 또는 비슷한 시도가 다른 생물을 목표로 쓰인다면 어떤 위험이 생길까. 사람을 무는 모기에 우리가 몰랐던 중요한 생태적 기능이 있다면….

 

지카 바이러스가 세계적 유행병이 되면 모를까, 아직은 검증된 방역 기법이라도 제대로 쓰는 게 옳아 보인다. 2000년 이후 세계의 말라리아 사망자를 60% 줄인 기술은 첨단기술이 아니라 모기약에 적신 방충망을 보급하고, 허술한 벽 안쪽에 모기약을 뿌려두는 것이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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