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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기업평가 후 정부가 인수하라”

개성공단포럼, 한명섭 변호사 “어렵다면 보상 특별법 제정해야”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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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23  19: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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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기업협회 등이 23일 개최한 제12회 개성공단포럼에서 한명섭 변호사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을 위한 실효적 방안으로 정부가 기업의 우선 환매권 부여를 전제로 기업자산을 인수,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조치를 취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개별 입주기업에 대한 공정한 자산평가를 한 뒤 이를 모두 인수하여 북한에 소재한 우리의 국유재산으로 편입시켜 관리하는 한편, 재가동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입주기업에게 환매권을 부여하자.”

개성공단기업협회와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특별위원회가 공동주최해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진흥회에서 열린 제 12회 개성공단포럼에서 한명섭 변호사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을 위한 실효적 방안으로 정부가 기업의 우선 환매권 부여를 전제로 기업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특히 지난 2013년 공단 잠정 중단 때와는 달리 사실상 영구적 폐쇄로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인수를 통해 일괄 정리하고 북한에 남아있는 자산은 정부 자산으로 일괄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변협 남북교류협력소위원회 위원장인 한 변호사는 포럼 기조발제를 통해 “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해서, 또 다른 나라와의 대북제재 공조를 위해서 법적 근거는 없지만 부득이하게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했다고 하면 보상 문제 역시 정치적 결단을 통해서 다 인수해주고, 그게 어려우면 국회의 협조를 얻어 특별법을 제정해서 보상해주면 된다”고 밝혔다.

기존에 특별법안이 제기된 바 있으니 조금 손을 봐서 제정하면 된다는 생각이지만 4월 총선을 앞둔 19대 국회에서 서두를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총선 이후에도 원 구성에 바쁜 20대 국회에서 서둘러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기업들에 대한 보상과 형평성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금강산관광 중단, 5.24 대북제재 조치, 개성공단 폐쇄 등은 입법 미비 상태에서 먼저 정부 주도로 사업이 추진된 경우였기 때문에 정부 책임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 미비 상황에서 처벌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달리 손실에 따른 보상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사후입법도 문제없다고 밝혔다.

또 개성공단 기업들이 그동안 돈을 많이 벌었다며, 이를 보상을 회피하는 근거로 제시하는데 대해서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가 안보상의 필요를 이유로 공단을 폐쇄하고 기업을 철수시켰다면 전혀 별개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번 공단 폐쇄 조치가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원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실상 대북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조치이므로 입주기업들의 손실에 대한 법적 구제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합리적 보상도 없이 전면적으로 추진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고 잘못된 일이라고 판단했다.

한 변호사는 특히 이번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해 정부가 ‘정치적 행정행위’라는 낯선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법치주의 국가에서 행정은 법에 의거해서 해야 하며, 정치적이라는 표현을 강조한 것은 결국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헌법에 근거한 긴급명령이나 긴급조치이지만 그마저도 요건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요건이 되더라도 국회의 동의를 받거나 사후에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부에서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렇다고 남북교류협력법에 있는 조정명령제를 활용한 것도 아니어서 나온 표현이 ‘정치적 행정행위’라는 것이다.

그는 “만약 소송으로 간다면 쟁점이 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고도의 정치행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어서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결이 날 것”으로 짐작했다.

지난 2010년 5.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몇 개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률적 근거 없이 이루어지는 통치행위론을 법원이 받아들였고, 이같은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발표하는 지원대책이라는 것은 손실을 입은 기업으로서는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며, 그중에서도 개성공단이 유일한 생산기지인 대부분의 기업들에게는 피해 보상의 현실적인 필요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사진 왼쪽부터 한명섭 변호사, 정낙근 여의도연구원 정책실장,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와 관련,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빨리 피해 보상을 받아서 그 자금으로 사업을 재개하고 그 계기에 대출도 받아야 하는 경영정상화의 순서가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 애로”라며, 대출 일변도의 정부 지원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개성공단의 경영손실이 법적 근거없이 결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대외 불신감은 경제적 손실보다도 씻기 어려운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낙근 여의도연구원 정책실장은 “4월 13일 선거를 앞두고 개성공단 현안을 공약으로 내거는 정당과 후보는 없으며, 5월 31일 열리는 제20대 국회까지 제19대 국회의원들이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을 것이며 국회에서 원 구성하는데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른다”며, 개성공단 기업들이 장기전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방안은 나올 수 있지만 1년 안에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각오를 하면서 살아남는데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결국 시간이 문제일 뿐 제재 다음의 수순은 대화일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에는 그 기회가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또 “개성공단의 가치는 보는 시각에 따라 상생발전, 공동번영의 장이라고 볼 수도 있고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시장경제라는 차원에서 의미를 둘 수도 있다”며, “개성공단 문제를 남북공단이라는 관점보다는 우리 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 사진 왼쪽부터 홍양호 개성공단포럼 공동대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김태훈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홍양호 개성공단포럼 공동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정부에서 발표한 북핵문제는 최고의 안보위기이고 정부가 이에 대해 취한 조치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이 되지만 우리 기업들도 정부가 보호해야할 국민이고 자산이기 때문에 기업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지금까지도 정부는 기업에서 보상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 하고 있다. 배상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무책임하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정 회장은 “정부는 신속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며, “그 보상의 대가로 해외든 국내든 (기업들이)투자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태훈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법리적으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남북관계발전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그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개성공단에서 기업활동을 해 왔다면 기업들이 실제로 입은 피해에 대해서만큼은 보상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특별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이와 함께 개성공단 기업을 제대로 평가해서 정부가 인수하는 방안도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만 포럼 상임대표는 개성공단포럼이 12회에 이르는 동안 북한 경제전문가들의 관심도 점차 식어가고 있다며, 개성공단에 대한 전만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데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포럼은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김영수 현대아산 상무, 박정원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조유현 중소기업연구원 정책자문위원,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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