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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폐쇄 57일, “살 수 있도록 해달라”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 피해보상 촉구 집회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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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08  19: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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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 회원 150 여명이 8일 오후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서 '개성공단 근로자 피해보상 촉구집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개성공단 전면 폐쇄 57일째가 되는 8일 오후 광화문 광장 한켠 동아일보사 앞에서 전국에서 모인 개성공단 주재 근로자들은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대책을 세워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개성공단 근로자협의회(위원장 김용환, 이하 협의회)는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서 150여 명의 주재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성공단 근로자 피해보상촉구 집회’를 열어 정부 당국을 향해 거듭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의 기존 지원대책이 실효적이지 않다며, 먼저 해고 근로자에 대한 고용유지 지원이 아닌 실질적 보상을 요구했다.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던 근로자의 평균 연령대가 40대 중반에서 50대 후반으로 20~30년 정도 근무했던 전문직종 근로자이고 생계부담이 막중한 가장들이었다는 점을 감안, 개성공단에서 받던 급여 수준에 준해 2년 치를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실직자가 되어 당장 생계를 위해 재취업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나이가 있어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정부 결정으로 현재 기업들에 대한 피해 실태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상이 전무하다며, 주재 근로자에 대한 △무이자 대출지원, △재직자에 대한 지속적인 고용보장, △퇴직자에 대한 안정적인 직장 보장 등을 촉구했다.

이밖에 현재 해고되지 않고 정부 지침에 따라 고용유지금을 받으면서 대기하고 있는 근로자의 경우, 고용유지기간인 6개월 안에는 취업을 할 수 없다는 제한에 묶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특히 정부가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상이 전무한 가운데 기존 대책을 마치 특별한 대책이나 보상인 것처럼 홍보하거나, 해고된 근로자가 100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등의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함으로써 근로자들이 입고 있는 피해를 축소시키려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통일부 산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근로자들에 대한 보상대책을 세우거나 통일부 지침 등을 명확히 확인해 설명하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고 협의회 동향을 파악하는데 만 급급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용환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한몫 챙기자고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그동안 입은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 서성길(왼쪽)씨와 최인숙 간사가 항의와 촉구의 뜻을 담아 삭발을 단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항의의 표시로 삭발을 단행한 최인숙 협의회 간사도 “정부가 지금까지 개성공단 주재원들에 대한 지원책이라고 발표한 것은 다 기존에 있던 것인데 생색만 내는 것”이라며, “쥐꼬리만한 대책을 내놓고 언론플레이만 하다가 우리가 길거리에 나서니까 이제야 이야기 좀 하자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성길 씨와 함께 최 간사가 삭발을 하는 동안 참석자들은 억누르고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저녁이면 집에 돌아가기가 두렵다. 내가 잘못한 건 없지만 무능한 아빠라는 자괴감을 떨칠 수 없다”고 각자 힘든 사정을 토로했다.

삭발을 마친 서 씨는 자신은 지금까지 10원 한푼 받은 적 없다가 어제(7일) 실업급여라며 처음으로 37만여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로 1억원을 받아쓰다가 해고 이후 이자를 갚을 길이 없어 주택청약을 해약해서 두 달간 납입을 해왔으나 다음 달부터 대책이 없어서 은행을 찾았더니 ‘6개월~1년간 상환 유예를 해 주는데 기간이 끝나면 일시에 다 갚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차라리 죽이라”고 울부짖었다.

공단에서 3년을 근무하다 이번에 직장을 잃게 된 강용자 씨는 “개성공단에서 신변안전의 위협을 느낀 적도 없고 다만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며, “정부가 무슨 권한으로 일자리를 빼앗는가”라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강 씨는 “개성공단에서 함께 일했던 낯익은 얼굴들인데 왜 우리가 백주 대낮 광화문 길바닥에 나 앉아 이러고 있어야 하느냐”며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1일 개성공단이 전면폐쇄 된 이후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는 3월 2일 협의회를 구성한 이래 3월 8일부터 지금까지 1인 피켓 시위와 대국민 호소문 배포, 임진각 평화대행진,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 청원 서명운동 등을 실시해 왔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협의회의 집회가 끝날 무렵 정부입장을 발표, “정부는 5차례에 걸친 정부합동대책반 회의를 통해 조속한 기업 경영정상화, 근로자 고용안정을 목표로 신속하고 실질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여 시행중”이라고 밝혔다.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 등의 업무 행태와 관련해서는 “근로자 지원대책 집행 과정에서 원활하지 못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근로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소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김용환 위원장은 정부의 합당한 보상을 거듭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지난달 8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벌인 1인 시위에서 사용했던 피켓.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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