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고 있는 특조위’를 지켜보는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의원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날씨만큼이나 속을 답답하게 하는 국회 상황을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거리에서 국회로 들어 간지 두 달, 그는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해 하던차에 더불어민주당 세월호TF가 진행하는 특조위 활동보장 촉구 릴레이단식에 박 의원이 두 번째 주자로 나섰다. 올 들어 처음으로 폭염경보가 내려진 4일 오전 광화문 광장을 찾아 박주민 의원을 만났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특조위 조사기간 보장을 촉구하는 국회의원 릴레이 단식을 이어가며 민중의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도대체 야당은 뭐하는 거욧!”
인사를 나누고 인터뷰를 시작하려는데 “간담회에 먼저 참석해 줄 수 있느냐”는 관계자의 요청이 들어왔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던 터라 “그렇게 하시자”고 말하고 박 의원과 함께 갔다. 간담회 현장에서 그간 궁금했던 점 한가지가 풀렸다.
“도대체 야당은 세월호 특조위 활동 보장을 할 생각이 있는 건가요?”
10여명 남짓한 단식 참가자들이 농성장에 앉고 서로 소개를 마치자 마자 나온 원망 섞인 질문이었다. 단식 참가자들은 대부분 시민사회단체·노동조합 관계자들이었다.
불과 몇 달 만에 자신이 늘 하던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박주민 의원은 곤혹스러워했다. 그는 “요즘 거의 매일 받는 질문이지만 말씀 드릴때 마다 죄송하고 답답하고 그렇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세가지 설명을 내놨다.
첫 번째 설명은 국회선진화법이었다. 180명의 의원들이 동의를 해야 쟁점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데 9석이 부족하다는 설명이었다. 4일 현재 의원현황은 더민주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이다. 무소속 의원들 중 뜻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은 의원들을 모두 합해도 171석이다. 박주민 의원은 “이 이야기 들으면 짜증이 나시겠지만 ‘9석만 더주시지...’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머쓱해했다.
두 번째 설명은 새누리당의 비협조였다. 20대 국회가 개원하고 지금까지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사건, 어버이연합 파문, 최근 검찰개혁이나 서별관회의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쟁점사안에 대해 야당과 그 어떤 협의도 하지 않았다. 3일 있었던 야3당 원내대표 합의사항의 요구조건이 8가지나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박주민 의원은 “추경예산 통과에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긴 하지만 이번 협상을 통해 야당이 많은 것을 얻어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국민여러분이 여소야대를 만들어주신 만큼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가능성으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언급했지만 “지난해 테러방지법 국면에서 ‘국가 비상상황을 그렇게 협소하게 설정하지 말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던 야당이 지금 상황을 ‘국가비상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설명은 길게 이어졌지만 요약하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단식 참가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어떤이는 박주민 의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어떤이는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렸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특조위 조사기간 보장을 촉구하는 국회의원 릴레이 단식을 이어가며 민중의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국회 입성 두달여, 그는 어디까지 왔을까
본격적으로 인터뷰가 시작되고 야3당이 합의한 8가지 사항에 대한 협상 전망부터 물었다. 박주민 의원은 “이번 추경으로 야당이 얻을 수 있는게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며 “여당이 합의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5·18특별법 정도 아닐까”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 새누리당은 야3당의 8가지 합의 선결조건에 대응해 노동개악 4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개혁특별법, 규제프리존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을 내걸었다. 추경과 이 법들이 함께 처리된다면 진지하게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합의해 줄 의사가 없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원래 내 목표치가 100었다면 당내에서 공감대를 얻는 과정에 70으로 떨어질 것이다. 다른 야권, 여권과 하면 또 떨어진다. 성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40, 30, 20이 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실망할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다음에는 25로 만들고, 35로 만드는 노력을 잊지 않고 꾸준히 하겠다.”
지난 4월, 당선직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내놓은 ‘당선인’ 박주민의 말이었다. 그리고 넉달이 흘렀다. 세월호 참사문제의 해결을 첫 번째 의정 과제로 꼽았던 그는 ‘거리의 변호사’ 시절 숱한 밤을 지새웠던 광화문 광장에서 다시 단식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목욕탕에서 만난 한 새누리당 의원이 그러더라고요. ‘사드 같은 경우 어쩔 수 없이 누군가 희생해야 되는 것 아니냐. 어떻게 이런 일을 일일이 의견을 듣고 결정할 수 있겠냐’라고. 좋게 말하면 지나치게 현실론적이라고 해야 하나...무작정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달라요”
국회에 들어간 그는 일종의 벽을 느끼고 있다. 적어도 세월호 참사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성과가 0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든다.
“일은 많이 하는데...”
실제로 그는 2개월 동안 만에 많은 일을 했다. 영세 상점 신용카드 체크카드 수수료 면제 법, 전기요금 누진제 간소화 개정안 같은 민생 법안을 비롯해 정부조약 체결 민주적 통제법, ‘세월호법’ 개정안, ‘김관홍 잠수사법’,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재협상 촉구 결의안에 이르기까지 그가 발의한 법만 10개가 넘는다.
“하지만 성과가 있어야죠. 겉으로는 티를 안내려고 하지만, 마음은 애가 타요 애가....우리 짝지(박주민 의원의 아내)한테는 제가 매일 말합니다. ‘이런걸(국회의원) 왜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현장에 답이 있다. 거리의 변호사에서 거리의 국회의원으로 나선 박주민
입법 활동 이외에 그가 주력하는 것은 현장을 방문 하는 일이다. 사회 각계각층의 요구가 자신을 통해 국회로 전달되는 것은 세월호 참사 해결 만큼이나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정활동의 방향이다. 실제 그는 거리의 변호사에서 거리의 국회의원이 됐다.
그는 인터뷰 전날 사드 배치가 발표되 군민들이 들끓고 있는 성주를 방문하고 오는 길이었다. 배치 예정지인 성산포대를 둘러보고 사드배치반대 투쟁위원회를 만났다. 촛불집회 무대에 올라 노오란 가발을 쓰고 개사한 뽕짝을 부르며 율동도 선보였다.
박 의원은 “생각보다 투쟁위가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드배치에 3만5천평의 땅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지역 주민들의 말로는 성산포대가 1만5천평밖에 안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부지를 넓히려면 산을 깎아야 하는데 그러면 고도는 더 낮아지고 위험성은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얼마전 논란이 됐던 ‘리쌍’의 건물에서 장사하고 있는 우장창창에도 박주민 의원은 나타났다. 그 자리에서 박주민 의원은 이른바 ‘맘상모법’이라 불리는 상가건물임대차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상가법 환산 보증금 제한 규정을 없애고 임차인들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법이었다.
국회 안행위 소속 위원으로서 백남기 농민 살인진압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향후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박주민 의원은 “백남기 농민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그당시 집회 시위 관리하던 경찰의 문제인데 이것은 반복되어왔던 고질적인 문제고 정부가 집회 시위나 표현의 자유를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검찰이 전혀 수사를 안하고 있고 지금 상황에서 수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며 “청문회를 통해서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문제점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특조위 조사기간 보장을 촉구하는 국회의원 릴레이 단식을 이어가며 민중의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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