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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진의 원인은 세 가지에 있다

 
 
[김갑수의 조선역사 에세이] - 37
 
김갑수 | 2016-09-13 16:57:2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우리나라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사서들의 무수한 기록이 증언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2.000건이 넘는 지진 기록이 있다. 또한 지진 기록은 <삼국사기>, <고려사> 등에서도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신라 혜공왕 15년(779년),  “3월에 경도(경주)에 지진이 나서, 백성들의 집이 무너지고 죽은 사람이 100명이 넘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것은 오늘날 지진 규모 6.5 이상의 강도라고 한다.

1659년 현종실록, 즉위년 12월 26일 자 기사에는, “금산군(金山郡)에 지진이 일어, 서쪽으로부터 소리가 들려왔는데 마치 1만 대의 수레가 달리는 것 같았고 집들이 흔들리고 산 위에서는 꿩떼들이 울어댔다.”라고 되어 있다. 1만 대의 수레가 달리는 것 같은 굉음이 났다니 실로 무서운 수준의 지진이었음이 틀림없다.

중종 13년(1518년)에는 “소리가 성난 우레 소리처럼 크고 담장과 성벽이 무너졌으며 도성 안 사람들이 밤새 노숙하며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라고 되어 있다. 숙종 7년(1681년) 5월에는 “강원도 양양에서는 바닷물이 요동쳤는데, 마치 소리가 물이 끓는 것 같았고“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지진과 함께 바닷물이 육지를 뒤덮은 이른바 쓰나미 현상도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지진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나는 노자가 말한 ‘천지불인(天地不仁)’에 답이 있다고 본다. 천지, 즉 자연은 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지진 같은 자연재해는 언제 어디서라도 발생할 수가 있다.

그러나 나는 조선인들이 지진의 원인을 인간의 잘못으로 보면서 지진에서 교훈을 찾으려고 한 자세에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윽이 살펴보건대, 근년에 재앙과 변괴가 자주 나타나 지진이 일고 햇무리가 있으며 겨울에 뇌성이 나고 여름에 눈이 오며, 흰 기운이 하늘에 가로지르고 금성(金星)이 낮에 보이며 변방 백성들이 염병에 걸려 거의 다 죽어가니, 재앙과 변괴의 일어남이 비록 춘추(春秋) 때의 쇠퇴한 세상일지라도 오늘 같이 심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것이 어찌 원인이 없이 그렇겠습니까. 전하께서는 아직도 두려워하실 줄을 모르고 옛날에도 있었다고 하여, 별로 몸을 근신하고 행동을 반성하는 마음이 없으시니, 신 등이 통분한 마음 이길 수 없습니다.”(연산군일기, 연산 3년 6월 5일, 1497년)

이것은 당시 예문관 봉교 강덕유 등이 군주 연산군에게 올린 상소문이다. 지진을 이용하여 폭정을 일삼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근신과 반성을 촉구한 것이다. 이 상소문은 연산 말고도 오늘날 박근혜에게 올리면 아주 제격이 아닌가?

또 다른 기록을 살펴보자.

“이번 지진의 변괴는 음이 성하고 양이 쇠해서 그런 것인데, 음은 소인(小人)이요 양은 군자(君子)인 것이다… 지금도 소인이 있어 군자를 눌러서 그런 것이 아니냐?... 군자를 불러들이고 소인을 물리치는 것은 관계가 매우 큰 것이다.” (중종실록 33권, 중종 13년 5월 16일, 1518년)

이것은 당시의 군주 중종이 한 말이다. 중중은 지진의 원인을 ‘소인이 군자를 누르고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면서 정치에 소인을 물리치고 군자를 등용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소인이 판을 치는 현상은 오늘날이 당시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마침 문재인이 트윗에다 지진 소감을 날린 것이 문제가 되고 있나 보다. 그는 ‘양산 집에 있는데 지진이 세게 일어난다. 계속되면 집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건지 겁이 난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소인의 발언이 아닌가? 그가 보통사람이라면 이런 발언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득세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중종에 따르면 지진은 바로 문재인 같은 사람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고려 고종은 재위 15년(1228년)에 큰 지진이 일어나자 직접 대궐의 뜰에 내려가 정좌하여 지진이 가라앉기를 빌었으며, 공민왕 6년(1357년)에는 지진이 나자 중죄인을 제외한 사면령을 내렸다고 한다.

조선 세종 때에는 지진을 외적이 침입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인 기록이 있다. 이것은 마침 북의 핵실험이 있었고 미군 핵폭격기가 우리 영토의 상공에 출현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아주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대목이다.

천지불인, 이 말은 ‘천지는 언제나 불인하다’는 것도 아니다. 이 말을 정확히 해석하자면 천지는 ‘인할 수도 있고 불인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나는 지진이 인재라는 식의 ‘재이설(災異說)’을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 담긴 지혜와 정신만큼은 받아들여도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원인은 세 가지, 즉 ‘군주의 폭정’, ‘소인의 득세’, ‘외세의 침탈’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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