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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이 은폐한 상황속보에 백선하 집도 기록도 담겨

 

경찰-서울대병원 긴밀히 백 농민 상태 공유한 정황 드러나

11.14 민중총궐기 상황속보 26보에 신경외과장 백선하 교수가 백남기 농민의 수술을 집도할 것이라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11.14 민중총궐기 상황속보 26보에 신경외과장 백선하 교수가 백남기 농민의 수술을 집도할 것이라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민중의소리
 

경찰이 은폐한 상황속보에 따르면 경찰은 백남기 농민 수술이 시작되기 전에 백선하 교수가 수술을 집도할 것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경찰과 서울대병원 측이 백 농민 상황에 대해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민중의소리>가 단독입수한 ‘11.14 민중총궐기대회 관련 상황속보’에 따르면 작년 11월14일 오후 11시35분께 전파된 상황속보 26보에는 “신경외과장 백선하 집도로 응급수술 준비 중”이라는 상황이 기록돼 있다. 이 시간대는 백 농민이 수술실로 이동하고 있을 때로 백 농민의 수술이 시작되기 이전이다.

당시 백 농민 가족을 제외하고 백선하 교수의 수술 집도 사실을 알 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때 당시 경찰과 서울대병원 측이 백 농민 수술 관련 정보 등을 긴밀하게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후 9시에 전파된 상황속보 20보에는 백남기 농민이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를 부착하고 치료 중이라는 상황이 기록돼 있다. 경찰은 오후 9시 이전부터 서울대병원을 통해 백 농민의 위독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의 지시를 받은 혜화경찰서장이 서울대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백선하 교수가 백 농민 수술을 집도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 5월9일 경찰이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도 드러나 있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수술을 해도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판단을 받은 백 농민을 등산복 차림의 백 교수가 갑자기 나타나 수술을 권유,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서울대병원 간에 긴밀한 연락이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에 대한 서울대학교병원-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 언론브리핑에서 주치의 백선하 교수가 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에 대한 서울대학교병원-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 언론브리핑에서 주치의 백선하 교수가 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투쟁본부는 부검 논란이 백 교수의 사망진단서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백 교수가 백 농민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면서 지침을 어기고 사망원인을 ’병사’로 기록한 후 부검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은 해당 사망진단서를 근거로 백 농민의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며 부검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백 농민 유족을 비롯한 법률·의료·시민단체 등은 민중총궐기 당시 영상 자료와 진료기록 등으로 충분히 사인을 파악할 수 있어서 부검이 불필요하다고 반발했다.

사망진단서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서울대병원 측은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이후 백 농민 사인이 ‘외인사’가 맞다고까지 판정했지만, 백 교수는 “가족들이 적극적인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아 체외투석 등의 치료를 시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병사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사망진단서 작성은 주치의 고유권한이라며 진단서를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 의대 동문을 비롯한 대다수 의료계 전문가 등이 백 농민 사인이 ‘병사’ 아니라 ‘외인사’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도, 백 교수와 서울대병원은 꿋꿋이 ‘병사’를 고집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이 사망진단서를 토대로 백 농민 부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경찰과 서울대병원 측이 백 농민이 병원에 후송된 직후부터 긴밀하게 연락을 해온 점, 서울대병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였다는 점, 당시 서울대병원장에게 백선하 교수 수술을 요청했던 혜화경찰서장이 지난 1월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경찰과 서울대병원, 정부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백선하 교수의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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