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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수사방해용 거부권... 법조인들 "입건·기소 가능"

특검, 버티는 청와대에 '공무집행방해' 카드 꺼낼까

사실상 수사방해용 거부권... 법조인들 "입건·기소 가능"

17.02.04 01:22l최종 업데이트 17.02.04 10:34l

 

 

 박영수 특검팀 이규철 대변인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청와대 압수수색 및 수사진행 상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2.3
▲  박영수 특검팀 이규철 대변인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청와대 압수수색 및 수사진행 상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2.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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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팀이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청와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입건 및 기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3일 브리핑에서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이 있다"면서 "계속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 구체적 소명 없이 거부권 쓰면 공무집행방해"

 

청와대는 적지 않은 범죄와 연루됐음에도 헌정사상 한 번도 압수수색을 당한 적이 없는 기관 중 하나다. 군사·공무상 비밀과 관련된 장소는 책임자의 승인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110·111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 조항을 근거로 번번이 압수수색을 거부해왔다. 박영수 특검 역시 이날 오전 청와대 곳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이 조항에 막혀 내부로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5시간 만에 발길을 돌렸다. 

이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해당 법 조항을 거론하면서 "법리 검토 결과 청와대 측이 압수수색을 거부하면 실질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거부가 사실상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계속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여운을 남겼다. 청와대와 압수수색을 놓고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수사기관에서 국가 권력 핵심인 청와대를 상대로 이 같은 '뒤끝' 태도를 보이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 10월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결국 경내를 직접 수색하지 못하고 청와대가 주는 자료를 임의제출 받는 데에 그쳤다. 

특검의 이 같은 소신 발언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판사는 "형사소송법 111조는 군사 비밀지역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거부권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압수수색 장소가 청와대라 하더라도 국가상 중대 이익을 해칠 때에만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가 합법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특검의 수색행위가 국가적 이익을 침해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은 거부권 행사는 기소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특검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내놓은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에 이렇다 할 만한 이유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 판사는 이와 관련해 크게 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두 가지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영장을 든 특검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을 썼다면 공무집행방해, 물리력 행사가 없었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검, 좀 더 적극적으로 영장집행 시도해야"

형사소송법 전문가인 조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와대가 국가 이익 침해를 이유로 들어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있는데 범죄사실에 대한 공개가 국가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특검이 들고 간 압수수색 영장에 실제 공무상 비밀이나 군사 기밀 등이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미 형사소송법 111조 2항을 잘 알고 있는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할 때는 그 점을 충분히 감안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현행법상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을 근거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그는 "법원이 공무상 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압수대상을 지정했을 것이고 청와대는 이것을 즉시 제출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압수수색 자체를 불허하는 것은 명백한 공무집행방해"라고 말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검의 압수수색이 불발된 직후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영장집행을 시도하라"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경호실이 특검의 영장집행을 물리력으로 막는다면 공무집행방해가 될 수 있다"면서 "이 때는 경호실장 등 책임자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구체적으로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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