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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석유대통령, 통일대통령 나올 때다

[칼럼]이정훈의 ‘여명의 눈동자’(19)
▲ 유튜브 ‘주권방송’ 화면 캡처

1. 북한(조선)의 석유매장량은 얼마나 되나?

북한(조선)에 석유가 어마어마하게 매장돼 있고 ‘채굴 경제성’이 높다는 것은 이제 막연한 주장이나 추정이 아니라 주요 석유 개발국들이 인정하는 ‘정설’이다. 지난 1994년 북한 원유공업부는 서한만 일대에 430억 배럴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했다. 1997년에는 최소 588억2400만 배럴에서 최대 735억3000만 배럴로 북 당국은 추정했다. 이후 북한(조선) 대외경제성 관계자는 “북한(조선)의 원유 매장량은 600억~900억 배럴 정도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시간이 갈수록 원유 매장량 수치가 늘어나 발표되는 추세이다. 반면 영국 석유회사 아미넥스(Aminex)는 2008년 채굴 가능한 원유 매장량을 40억~50억 배럴로 추정했다. 2011년 미래희망연대 송연선 의원이 주최한 ‘남북경제협력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김영일 무역협회 남북교역투자협의회 고문(효원물산 회장)은 서한만과 연결된 중국 발해(보하이)만 대륙붕 유전지대에 약 1470억 배럴이 매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서한만 매장량 추정치는 시차와 조사업체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가장 근거 있는 추정치는 2005년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다년간 시추와 조사 후에 서한만 분지에 약 66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다고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일 고문이 언급한 1470억 배럴은 중국 발해만(보하이만) 유전지대 매장량까지를 합한 것인데 발해만과 서한만 유전이 서로 연결돼있다고 북한(조선)에 1470억 배럴이 전부 매장돼 있다고 곧바로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하간 이러한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원유매장량은 세계 8~10위인 러시아나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에 이르는 것 같다. 가까운 미래에 북미관계가 개선된다면 북이 ‘석유 부국’이 될 것이란 얘기다.

2. 정주영 회장이 소떼 몰고 평양 간 진짜 이유

지난 1997년 10월 북한(조선)은 '조선유전 공식설명회'를 통해 북의 유전개발 의지와 외국과의 합작 개발추진 의사를 발표하였다. 이 정보에 큰 관심을 가졌던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은 그해 말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자 당시 국내 최대 정유업체인 현대석유화학을 통해 북의 유전을 본격 개발해 현대그룹을 도약시키려고 구상하였다. 그래서 정 명예회장은 남북교류의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500마리 소떼를 50대 트럭에 싣고 평양으로 향했다. 현대는 금강산 개발 관광사업보다 사실 북의 유전개발 사업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다음은 1998년 10월30일 정주영 명예회장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서 오간 대화의 일부이다.(조선일보 1998년 11월3일자)

정 회장 - “북한에는 석유가 난다지요?”

김 위원장 - “납니다.”

정 회장 - “북한 기름을 남한에 꼭 보내주십시오. 파이프라인만 서해안을 통해 남한으로 오면 그것이 통일의 길입니다.”

김 위원장 - “그렇습니다. 다른데 하고 할 것 있습니까? 현대하고 하면 되지요. 그렇게 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

김 위원장- “언제 또 오실 것인지. 길이 터졌으니 자주 오십시오.”

정 회장 - “기름만 보내주신다면 언제든지 오겠습니다.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3. 남북 공동 석유개발을 왜 못 하나?

다음은 2007년 2차 남북 정성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유전개발 문제에 대해 거론한 비공개 대담 내용 중 일부이다.(월간중앙 2007년 12월호)

김 위원장 - “남측 지역 내에서는 어떻게 유전과 가스를 개발하고 있습니까? 탐사기술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노 대통령 - “마찬가지입니다. 북측 내 유전개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서한만 유전과 단천 지하자원 개발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전개발 사업은 남북 정상의 상호 관심사였고, 남북 모두에게 거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한반도 ‘남북경제 공동부활 슈퍼 프로젝트’이다. 북의 석유 매장량은 이제 정설로 확인됐으니 남은 것은 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 문제다. 그런데 이렇게 남북 모두에 좋은 석유 공동개발 사업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 걸까?

안타깝게도 수십 년간 적대적 대북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의 제재가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만약 북이 서해안 유전을 외국이나 남북합작으로 개발한다면 북의 경제는 빠르게 부흥할 것이고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경제제재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따라서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6.15와 10.4선언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미국은 남북의 공동 석유개발 동태를 주시하며 음으로 양으로 이를 가로 막았다. 그 다음 이유는 미국의 이런 압력에 굴복하거나 오히려 동조한 역대 대통령들의 비자주적이고 굴욕적인 입장과 태도이다.

▲ 유튜브 ‘주권방송’ 화면 캡처

4.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와 북한(조선) 석유개발 봉쇄

북이 추진하는 외국과의 합작 석유개발 사업이 지체되거나 좌초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세계 굴지의 석유개발 업체인 엑슨모빌, 걸프, 쉐브린 등은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로 이 사업에 관심은 많으나 적극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북과 원유탐사 사업을 추진했던 회사들은 영국의 소코 인터내셔널(Soco International), 아미넷스(Aminex), 스웨덴의 타우루스 에너지(Taurus Energy) 등 대부분 중간규모 업체들이다. 북이 때때로 석유개발 정보를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신중히 처리하는 것도 외국의 투자유치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북과 합작사업을 진행해오던 몽골 석유회사 HB오일도 불과 한 달 전 미국의 제재로 결국 사업을 포기한다고 발표하였다. 2013년부터 북한이 세운 조선석유개발회사(KOEC)의 지분을 인수하며 본격적인 사업을 벌인 HB오일은 성명에서 “지난 1월12일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조선석유개발회사를 제재했다”면서 이 회사가 ‘특별지정 제재 대상 명단(SDN list)’에 오른 만큼 HB오일로서는 합작사업을 철회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다. HB오일은 라선특구에 있는 조선석유개발회사 소유인 ‘승리정유’에 원유를 공급한 다음 이 원유를 정제해 다시 몽골로 수출할 계획이었다. 또 다른 ‘정주영과 현대’의 시도가 계속 좌절되고 있는 것이다.

5. 북 석유개발, 중국과 러시아로 넘어가는 중

외국 중간규모 석유개발 업체를 제외하면 북한(조선)과 공동으로 본격적인 석유개발에 나설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뿐이다.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가 취한 미국의 대러시아 봉쇄정책으로 미-러간 관계가 악화되자 러시아는 이른바 동방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러시아는 중국과 대규모(4000억 달러 규모) 가스 공급에 합의하고 북한과는 희토류, 구리, 석탄 등 광물자원 개발과 철도 현대화사업을 추진 중이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채택한 2000년 조러 공동선언 경제분야 세목에는 원유가 포함돼 있었다.

중국이 발해만과 서한만에 거대한 원유매장 사실을 발표한 이후 2005년 노두철 북한(조선) 부총리는 중국과 서한만 분지의 원유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양국은 서한만 석유개발협약을 체결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이 철수를 결정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중국도 과거 ‘중·조혈맹’의 가치보다는 대북 경제제재에 혈안인 미국 눈치를 보는 처지였다. 북중 ‘해양경계선’ 논란도 겹쳐있었다. 또 2005년은 북이 핵보유를 공식 선언하고 이듬해엔 처음으로 핵시험을 진행했다. 공교롭게도 발해만과 서한만의 석유 매장지역이, 북중 간에 아직 상호배타적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 EEZ)이 확정되지 않아 겹치는 수역을 포함하고 있다. 또 해양 지질구조상 중국쪽과 연결된 북한(조선) 석유 매장층이 중국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북이 원유를 먼저 개발하면 중국의 원유가 북으로 흘러내려가는 구조라는 분석도 있다.(자주시보)

그런데 최근 미국이 한국에 사드배치를 강행하려 하자 상황이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11월1일자 북한전문 외신인 ‘NK뉴스’에 따르면 같은 해 5월부터 북의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서 중국의 석유천연가스공사 시추장비가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6년 중국의 철수로 중단된 북 서한만 석유개발협약이 다시 재개된 것으로 추측된다.

▲ 유튜브 ‘주권방송’ 화면 캡처

6. ‘사드대통령’ 가고 석유대통령, 통일대통령 나와야

남한은 석유가 나오지 않지만 수출 품목 1, 2위가 석유관련 제품(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이다. 세계 10대 정유사에 한국 정유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가 3개나 있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스마트폰 이상으로 석유제품을 많이 수출한다. 북한은 제한된 규모이지만 1999년 이후 연간 30만 톤 이상의 석유를 독자적으로 채굴, 가공한 이래 정확한 생산량은 보도된 적이 없으나 석유 생산을 독자적으로 꾸준히 늘려온 산유국이다.

북한(조선)에 매장된 석유 가치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700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남북이 50년 이상 쓰고도 남을 양이라고도 한다. 북은 아직까지 본격적인 석유 개발을 하지 않은 상태다. 만약 남북이 합작으로 북의 유전을 개발한다면 남한의 심각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북경제가 함께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석유뿐 아니라 희토류 등 광물자원개발, 우주산업 공동개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건설, 농업 등 당장 남북 상생이 가능한 사업은 무궁무진하다. 남북 합작은 대북 제재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북뿐 아니라 만성적 실업난으로 고생하는 우리 청년세대와 남한경제에 가뭄에 단비 같은 대안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 얘기를 입에 올리려면 ‘사드합의 존중’이나 ‘대연정’을 내세울 게 아니다. ‘석유대통령’, ‘통일대통령’을 과감히 들고 나와서 민족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도모해야한다. 개성공단이 ‘통일의 옥동자’였다면 공동 석유개발은 ‘통일경제의 기관차’이다. 석유는 우리민족을 위한 축복의 공동자산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엉뚱한 ‘중동특수’나 ‘사드’가 아니라, 평화협정과 남북 공동 석유개발이다. 통일대통령이다.

이정훈 국제팀장  news@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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