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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색깔론과 사상검증에만 목맨 자유한국당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7/06/15 10:09
  • 수정일
    2017/06/15 10:0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규탄하는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고 있다.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규탄하는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고 있다.ⓒ양지웅 기자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에 반발하면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 불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오후가 돼서야 뒤늦게 복귀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을 규탄하며 도 후보자를 향해서는 바로 사상검증과 함께 '종북몰이'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2시께가 돼서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도 후보자 청문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5대원칙 훼손', '보은·코드 인사', '협치파괴' 등이 적힌 피켓을 자신의 자리 앞에 세워놓았다. 이들은 "이게 합당한 처사냐"는 더불어민주당의 불만을 샀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채 청문회에 돌입했다.

'김상조 임명' 고심하다 오전 청문회는 건너 뛴 자유한국당
오후에 나타나 '문재인 인사' 불평·불만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의원총회 때문에 오전 청문회를 진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당사자로서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어제 문 대통령이 김상조 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점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의총에서 논의를 했다"고 해명하며 "문 대통령이 이런 부적격 인사를 경제 검찰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위원장에 임명한 것은 상당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장우 의원도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제시한 '고위공직자 원천배제 5대원칙'을 거론하며 "현재 장관 후보자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기에 자유로운 분이 한 분도 없다"고 불평을 늘어놨다.

김석기 의원은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도 되지 않았는데 김상조 위원장 임명을 강행하는 건 야당에 대한 협치를 떠나서 국민을 무시하는 선언"이라며 "인사청문회에 과연 참석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이런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은 '그게 지금 할 소리냐'는 취지의 항의를 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오전 청문회 불참에 대해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하며 "청문회를 제대로 진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발언을 하는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은 도 후보자의 '유사역사' 논란 검증을 위해 증인으로 신청한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가 출석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하 교수는 학회 참석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염 의원은 "10시에 (청문회를) 정상적으로 했으면 증인에 대해 충분한 신문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냐"며 "저희가 행정실에 증인 참석을 위임했는데 충실하지 못했다"고 직원을 나무랐다. 그러나 오전에 도 후보자 청문회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진행되지도 못 했다.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유성엽 위원장이 의원총회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참석을 기다리기 위해 정회를 선언하고 있다.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유성엽 위원장이 의원총회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참석을 기다리기 위해 정회를 선언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비전향장기수 회갑연에 왜 참석했냐"
"'홍명희 문학제'는 왜 하냐"
"'6.25는 통일전쟁' 주장에 동의하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본격 질의가 시작되자마자 도 후보자에 대한 노골적인 사상검증을 시도하며 '종북몰이'에 나서는 등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의 첫 질의는 '북한에 대한 시각이 뭐냐'는 이장우 의원의 질문으로 시작됐다. 도 후보자는 "태권도 대회나 역도 대회 등에 대해서는 교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남북간) 문화체육교류는 물꼬가 트였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곧바로 이장우 의원은 "지금 북한의 3대 세습체제에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대량살상무기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조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문화·체육분야에서 남북간 교류를 통한 화해·협력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에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또 이장우 의원은 "도 후보자는 1989년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을 주도했고, 1991년 인민군 출신의 빨치산 비전향장기수 김영태 회갑잔치에 참여하지 않았느냐.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도 후보자는 "그때는 김영삼 정부가 비전향장기수들을 북한에 송환하던 시기였다"며 "송환되는 분의 마지막 식사자리를 청주의 시민사회단체가 마련했는데 거기에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 지역에서 빨치산으로 활동하던 비전향장기수 김영태 씨는 1952년 체포된 뒤 1971년 만기출소했으나, 1975년 박정희 군사정권의 '긴급조치 9호'로 제정된 사회안전법에 따라 재수감돼 장기구금에 처해진 인물이다. 이후 1989년 사회안전법의 폐지로 출감한 뒤 2000년에 '6.15 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북한에 송환됐다.

이 의원이 문제제기한 '김영태 회갑잔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는 '인민군 종군기자' 출신 비전향장기수 이인모 씨를 중심으로 제기되던 '전쟁포로의 국제법상 권리 준수' 요구가 반향을 일으키며 '비전향장기수 송환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이에 따라 1993년 이인모 씨가 송환되기도 했다.

도 후보자의 답변도 이러한 맥락을 상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저는 유독 인민군 출신 빨치산 비전향장기수 회갑연에 갔다는 데에 의아심을 갖는다"고 물고 늘어졌다.

또 이 의원은 근대문학소설의 기념비작으로 꼽히는 '임꺽정'을 쓴 홍명희 작가를 언급하며 "북한에서 내각 부수상을 한 '홍명희 문학제' 추진에 노력을 많이 하지 않았느냐.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도 후보자는 "소설 임꺽정과 관련한 학술·문학행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유독 북한에 가서 6.25와 관련해 전범이냐 아니냐는 논란까지 있는 사람에 대한 문학제를 하는 것에 의구심을 많이 갖는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홍명희 문학제'는 소설 '임꺽정'을 조명하기 위해 1996년부터 해마다 학술·공연·전시 등을 하는 연례행사다.

이 의원의 맥락 없는 사상검증은 계속 이어졌다. 느닷없이 그는 '6.25는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했던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캐묻기도 했다. 도 후보자는 "(강 교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강 전 교수는 지난 2005년 한 인터넷 언론에 기고한 '맥아더는 38선 분단집행의 집달리'라는 글에서 '탈냉전 통일시대에 맥아더 동상 허물기는 민족사적 요구이자 합리적 행보'라는 취지의 글을 썼다가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면서 동시에 내전"이라는 표현을 빌미로 국가보안법(제7조 찬양·고무)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는 자유로운 학문 연구의 분야에 '반공이념'을 들이댄 판결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전교조, 주무부서 아니지만 판단해봐"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규탄하는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규탄하는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고 있다.ⓒ양지웅 기자

다음으로는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전 의원은 문체부 담당 사안도 아닌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한 도 후보자의 생각을 캐묻기 시작했다. 전 의원은 "정부의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어떤 판단을 하느냐"고 물었고, 도 후보자는 "주무부처는 문체부가 아닌 고용노동부"라고 답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전교조도 문화·예술과 관련이 있다며 답변을 피하지 말라고 채근했다. 이에 도 후보자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아니 주무부처는..."이라고 말하는 순간 전 의원이 말을 자르며 "문체부에서도 (전교조와 관련된)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현행법에 따른 상황 판단을 해야된다"고 우기기 시작했다.

답변이 나오기도 전에 전 의원은 또다시 '홍명희 문학제' 얘기를 꺼냈다. 그는 홍명희 작가를 월북한 '6.25 전범'으로 규정하며 "홍명희 문학제에서 예산지원 요청이 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질문했다. 이에 도 후보자는 "지금까지 그 문학제는 예산지원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전 의원은 "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거냐"며 "그런 문학적 순수성만 주장하며 대한민국의 보편적 정서상 극단에 있는 문학제와 (인연을) 끊겠다는 말을 못하겠다는 거냐"고 몰아붙였다. 도 후보자는 답답하다는 듯 "소설 임꺽정 잘 알지 않느냐. 우리나라 대하역사소설 중 대표적인 작품이고 그 소설에 대한 문학행사를 한 것"이라며 "예산지원은 지금까지 문체부에서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전 의원은 "본인의 입장에서 판단하라는 매우 간단한 질문이다. 판단을 하지 않겠다는 거냐"고 재차 물었다. 그의 마이크는 질의 시간이 초과돼 이미 한참 전에 꺼진 상태였다. 눈이 동그랗게 커진 도 후보자가 "문체부에 신청한 적이 없는 예산을 '신청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시니까..."라고 말하는 순간 전 의원은 "가정해서 묻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도 후보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허허허" 웃었다.

"평양을 '시멘트 빛깔'이라고 쓰지 왜 '잿빛'이라고 썼냐"
"주적이 누구냐"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의 차례가 왔다. 그는 지난 2004년 도 후보자가 평양에 다녀와서 쓴 방문기 내용을 소재로 삼았다. 김 의원은 '서울이 욕망의 빛깔, 온갖 현한함과 어지러운 빛깔, 유혹과 타락과 탐욕이 뒤섞인 빛이라면, 평양의 빛은 그것들을 털어버리고 담백한 자존심으로 서 있는 승복 빛이다. 스님의 등뒤에 헐렁하게 매달린 바랑의 빛이다'라는 도 후보자의 방문기 내용을 거론하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냐"고 따져 물었다.

김 후보자가 언급한 글은 지난 2004년 도 후보자가 평양을 다녀온 뒤 '창비'에 게재한 '8.15 민족통일대축전 방문기' 1편이다.

김 의원의 질문에 도 후보자는 "(평양은) 도시 전체가 회색이었다. 그래서 무채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잿빛으로 가득한 회색의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잿빛'을 한 평양의 전경이 승려가 입는 '승복'과 비슷한 점을 문학적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그러자 김 의원은 "광주교육청에서 쓰는 보조교재에는 '평양을 세계적인 계획도시이자 전원도시'라고 기술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평양은 대단히 살기 좋고 그야말로 전원적인 도시'라고 오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도 후보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을 연결지어 색깔론의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

도 후보자가 "그건 제가 쓴 내용이 아니다"라고 받아넘기자 김 의원은 "이런 교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신다면 나중에 교육부장관한테 이런 교재는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건의해달라"고 황당한 주문을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같은 당 한선교 의원이 '승복' 논쟁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한 의원은 "(차라리 평양을) 잿빛이라고 쓰지 왜 승복의 빛이 되고 바랑의 빛이 돼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고, 도 후보자는 어이 없다는 듯 "승복이 회색이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한 의원은 "그럼 시멘트 빛깔이라고 하지 그랬느냐"며 "이 얘기를 듣는 도 후보님을 지지하는 전교조를 비롯한 소위 민족문학을 하시는 분들은 굉장히 실망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한 의원은 "주적이 누구냐"고 물었고, 도 후보자는 "북한이 적이죠"라고 답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좋다. 저는 차라리 그런 답을 원한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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