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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한국사회 탈핵논쟁…“투명한 정보공개가 관건”

 

등록 :2017-06-27 20:23수정 :2017-06-28 10:44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왜
후쿠시마 사고이후 건설 결정 
안정성 의문·주민들 반발에도 
전세계적 탈핵 흐름과 거꾸로

과거실패 반면교사 삼아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 내부 분열 
사회적 관심 못끌고 반쪽 결론 내 
정확한 정보전달·투명운영 전제돼야
부산을 비롯한 동부지역 와이더블유시에이(YWCA) 회원들이 지난해 11월14일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대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고리원전 신고리 5·6호기 예정 부지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바람개비 행진을 하고 있다. 울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부산을 비롯한 동부지역 와이더블유시에이(YWCA) 회원들이 지난해 11월14일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대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고리원전 신고리 5·6호기 예정 부지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바람개비 행진을 하고 있다. 울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가 27일 내놓은 이른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운영계획 발표는 본격적으로 전 사회적인 ‘탈핵 논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핵발전소를 둘러싼 논쟁을 시민사회가 직접 참여해 결정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이정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사회 안에서는 석달이라는 제한된 활동기간이 갖는 한계를 인식하고,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바탕이 되어야 공론화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고리 5·6호기는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벌어진 뒤 국내에서 처음으로 건설 여부가 결정된 핵발전소다. 앞서 한수원은 2009년 2월 신고리 5·6호기의 건설기본계획을 확정했으나 후쿠시마 사고가 벌어진 뒤인 2011년 10월 신고리 5·6호기의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주민들은 중대사고에 대한 대비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주민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예정지가 ‘핵발전소 밀집지역’이라는 문제도 제기했다.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서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주변에는 반경 3㎞에 가동이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를 포함해 총 8기(올해 11월 가동 예정인 신고리 4호기 포함)의 핵발전소가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신고리 5·6호기의 내진설계(규모 6.9)가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최대 규모인 7.5에 못 미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린피스에서는 안전성에 대한 적절한 조사 없이 건설이 결정됐다며 지난해 9월 법원에 건설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진행 중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일부 대선후보들도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건설 중단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였던 신고리 5·6호기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따져본 뒤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논란의 불이 지펴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원자력 학자들과 일부 지역 주민들의 공사 중단 반발을 의식해 공약에서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은 국내 최초의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와 함께 신고리 5·6호기의 건설도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제안한 것이다.

 

시민사회에서는 공론화위원회의 출범이 “유례 없는 논쟁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신규 핵발전소의 건설을 중단한 독일·대만과 달리 우리나라는 핵발전소 건설이 계속돼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공론화 과정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여론 형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공론화위원회 운영안을 보면 “이해 관계자나 에너지 분야 관계자가 아닌 사람 중 국민적 신뢰가 높은 덕망 있고 중립적인 인사를 중심으로 10인 이내 선정하고 불특정 국민 대상 설문조사 겸 여론조사를 먼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언론 등을 통해 핵발전소의 문제를 다루는 여론전이 뜨거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핵발전소 관련 정보 전달도 투명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론화위원회의 벤치마킹 사례로 독일의 ‘핵폐기장 부지 선정 시민소통 위원회’나 일본의 ‘에너지 환경의 선택에 대한 공론조사’ 등을 제시했으나, 앞서 국내에서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처리 등을 논의하는 사회적 합의기구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한 바 있다. 당시 정보 공개와 소통 문제로 운영위원 일부가 탈퇴하면서 반쪽짜리 결론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석달이라는 기간을 정해 논의한다는 점에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겪었던 논란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또 매몰비용 등 경제성 논의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진다면 애초 위원회의 운영 취지에 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민배심원 제도, 배경과 운영은?

 

 

1980년대 덴마크에서 ‘합의회의’ 처음 도입 
국내 GMO·생명복제기술·전력정책 시민배심원 제도 시도
정부 주도의 시민배심원제 시도는 이번이 두 번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뼈대는 시민배심원 제도에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닌 시민 가운데 10명을 선발해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참여 민주주의’의 틀을 가지고 있다.

 

시민배심원 제도의 뿌리는 덴마크에서 시작했다.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사회학)의 연구자료를 보면, 덴마크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사회적인 결정을 위해 ‘합의회의’라는 제도를 운영해왔다. 합의회의는 신문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 지원한 시민 가운데 15명 정도의 패널을 선발한 뒤, 이들이 자료와 전문가 강의를 통해 주제를 익힌 뒤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내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비영리단체인 제퍼슨 센터가 1970년대 초반 무작위로 뽑힌 시민들이 4~5일 동안 정부 정책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해 논의한 뒤 결정하는 ‘시민배심원 회의’라는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국내에서 시민배심원 제도를 운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가 1998년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한 정책 제언을 위해 ‘합의회의’를 처음 열고, 1999년에는 생명복제기술, 2004년에는 전력정책 전반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모으는 시민배심원 제도가 운영된 바 있다.

 

정부가 중심이 돼 시민배심원 제도를 운영한 것은 2009년 처음 문을 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처음이다. 그러나 당시 위원회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2013년 10월 다시 문을 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도 논란을 거듭하다 2015년 6월30일 운영을 종료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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