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2017/04/03 13:20

촛불 속 우리가 주목하는 목소리 (1)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며 150일 동안 계속된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이라는 목소리가 가장 컸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물결 속에 한 가지 목소리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평화시위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여성혐오 발언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든 박근혜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기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박근혜만 물러난다면 만사가 다 잘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었다.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있었고, 반체제 사상에 대한 탄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며, 노동탄압에 분노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고 있었다. 청소년들의 목소리도 있었고, 차벽을 넘어 더욱 근본적인 변혁으로 나아가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근혜 일개인에 대한 감정을 넘어 이러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더욱 큰 목소리로 표출되고 그것들에 의해 광장의 시선은 더욱 뿌리 깊은 문제들까지 뻗어나가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광장에서는 박근혜 퇴진, 박근혜 탄핵이라는 큰 목소리에 묻혀 그러한 목소리들이 잘 들리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있다.  

장기투쟁사업장들이 모인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은 청와대로 행진하는 가장 앞자리에 있었다. 광장 속의 여성차별과 여성혐오에 항의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집회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목소리와 운동을 만들어갔다.

붉은글씨는 이러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가 이번 광장에서 경청해서 들어야할, 결코 묻혀서는 안 되는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의 콜트콜텍 이인근 지회장의 이야기와 촛불정국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페미니스트들이 지난 12월 23일 열린 <페미니즘 새로운 민주주의를 상상하라 - 박근혜 퇴진정국과 그 이후> 토론회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을 정리하는 기사를 붉은글씨에 실어 띄어본다. [편집자]

 

지난 2월 유난히 찬바람에 몸이 에이던 날씨에 광화문 서울정부종합청사에서 박근혜 퇴진투쟁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탄압 민생파탄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 농성장을 방문했다. 거리가 멀다고, 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연대를 자주 못했던 곳이 정부청사에 다 모여서 농성장을 만들었다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지고 1948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나오면서부터 현재까지 줄기차게 외쳤던 대통령의 퇴진, 너무도 많이 외쳐서 낡고 닳아버린. 그럼에도 지금까지도 너무나 유의미한 대통령의 퇴진과 관련하여 시국 농성을 벌인다니,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 그들의 역할이 너무도 궁금하고 함께하고 싶었던 마음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10개의 사업장이 공동의 거점에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인터뷰가 될까 걱정도 했는데 너무도 쉽게 응해주셔서 편한 마음으로 한편으론 잘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했다.

이 추운 날 농성장에 반나절 있으면서 밥도 얻어먹고 쌍화차까지 후식으로 얻어먹으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너무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동지들이라 4시간을 했는데도 부족했다. 이것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근혜를 끌어내리겠다고 전국 각지에서 서울 광화문 서울종합청사 바깥 찬 땅바닥에 모여 앉았으니 얼마나 할 것이 많겠는가?


더 이상 아픔과 고통을 강요하지 마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우리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 정말로 살고 싶다!


이렇게 외치는 이들이 매일 저녁 6시에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문화제를 한다. 오며 가며 동지들이 연대의 정신을 보여 주길 바란다.


이번 인터뷰는 이인근 콜트콜텍 지회장과 대담을 나누었다.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에 있는 모든 투쟁 단위의 의견을 다 싣지 못했음을 미리 알린다.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에는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동양시멘트지부, 하이디스지회, 진우삼사, 사회보장정보원분회,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 하이텍알씨디코리아분회, KTX 열차승무원지부, 콜트콜텍지회, 세종호텔노동조합,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까지 11개 지부가 함께하고 있었으나, 최근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가 나가면서 10개 지부만 남았다.

 

이미진 : 11개의 사업장이 각자 흩어져 있다가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으로 모인 계기가 무엇인가요?

 

이인근 : 각자 흩어져서 싸우지 말고 투쟁사업장들이 공동의 거점을 마련해서 싸우자는 취지로 공동투쟁을 2015년도에 시작했죠. 전국에 있는 투쟁사업장 전국순회를 하면서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했고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들어왔습니다. 매월 하루는 대정부 투쟁을 하고, 각 단사별로 집중해야 하는 날에 같이 가서 문화제를 하고, 조합원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수련회도 하고, 1년간의 품앗이 투쟁을 진행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습니다. 기회는 지금이다, 각자의 집중 투쟁을 잠시 접고 박근혜 퇴진투쟁에 집중하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작년 11월부터 광화문 정부청사 앞 시국농성이 시작됐습니다.


이미진 :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가 매주 주말마다 일어났습니다. 전국적으로 200만 명이 모이는 촛불정국에 대해 해고자 원직복직을 위해 장기간 투쟁한 동지들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이인근 : 권력이 만들어놓은 평화적인 프레임에 갇혀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벽이라는 것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불법이라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촛불 시민은 그 속에서 평화시위라고 이야기 하지만 어떻게 보면 공권력이 만들어 놓은 선 안에서 우리끼리 놀다 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죠.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재벌총수들도 공범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촛불에서는 노동 의제가 없습니다. 박근혜 퇴진과 주변 인물의 구속에 대해 외칠 뿐입니다. 또한 재벌총수들의 뇌물공여로 인해 고통 받는 노동자들은 전혀 배려 받지 못했습니다.

박근혜의 태도를 보면 1, 2차 담화를 발표하면서 특검, 검찰의 조사를 충실히 받겠다고 했으나 촛불집회 인원이 100만 명이 넘는 2016년 11월12일 기점으로 박근혜의 태도가 확 바뀌었습니다.

국민에 대한 분노가 여기까지라는 것을 박근혜 정권은 이미 인지했다고 생각 합니다. 처음 100만 이상 모였을 때 만약에 차벽을 무너뜨리기 위한 행동을 촛불이 했다면 박근혜가 지금처럼 강공모드로 갈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촛불집회를 가보면 시민혁명이라는 깃발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혁명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혁명은 출혈 없이 이뤄질 수 없고 평화적인 혁명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혁명을 하기 위해서는 격렬한 싸움이 필요하지요. 4.19때 공권력의 발포가 있었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덜하더라도 그 못지않은 투쟁이 뒷받침돼야 박근혜가 스스로 사퇴를 하고 하야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만이 뒤에 들어선 정부 역시도 국민에 대해 무서움을 알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지금처럼 평화적으로 가다보면 내내 다음 정권이 들어선다 하더라도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지는 않을 것이고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겠지요.

 

이미진 : 4‧19, 5‧18의 처절한 투쟁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민주주의’가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촛불혁명이라고 일컬어질 만큼의 파급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런 평화적인 것에 갇혀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인근 : 그동안 우리가 살면서 평화라는 것에 대한 세뇌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투쟁에서 공권력과의 마찰이 꾸준히 이어져왔고, 자본과 권력, 보수언론에서는 폭력이라고 규정해왔습니다. 그래서 폭력이라고, 시위가 아니라 불법 행위라고 인식을 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보다 민주주의를 훨씬 더 오래 했고 더 안착이 된 서구 유럽 역시 시위를 격렬하게 합니다. 이미 자본과 권력이 심어놓은 테두리 안에서 만성화가 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 질서 누가 정하는 것일까요?  국가가 정하는 것이고 가진 자들이 정하는 것입니다.

 

이미진 : ‘평화’나 ‘질서’는 국민을 국가나 자본이 관리하기 편하게 하는 수단인 것 같습니다.

 

이인근 : 옥죄기 위한 하나의 프레임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너무 관대한 것이 아닐까요? 언론이나 교육에서 그들이 만들어놓은 것만 배우다 보니 의심할 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질서를 지킨다는 것은 시위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답답합니다. 촛불 집회 가면 촛불 들고 콘서트 구경하고 청와대 걸어갔다 내려오고 그걸로 끝나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부정을 저지른 권력자들을 보면 촛불에 대한 위기감이 하나도 없고 시간 끌기만 하고 있습니다. 사실 국회에서 탄핵가결을 시킨 것도 국민의 힘인데 사실상 지지부진되면서 국민의 힘은 온데간데없고 그 공은 정치꾼들이 가져가 버렸습니다.

국민들 스스로가 나는 노동자이고 지금 내가 하는 노동이 그리고 노동의 대가가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깨우쳐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먹고 살기 바빠서 정치에 신경 쓸 틈이 없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신경 써야 되는데  엄한데 신경을 쓰게끔 국가나 자본이 만들었기에 이승만 때부터 내려온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일을 해도 깨진 독에 물붓기인데 그 깨진 독을 바꿀 생각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진 : 정치적 무관심 자체가 국가와 자본이 조장하는 것 아닐까요? ‘너희들은 돈만 벌어 나머지는 우리가 할게.’라는 식으로 하는데 국민들을 실험용 쥐처럼 만든 것 같아요.

 

이인근 : 지금은 분배의 시기가 아니라 자본의 축척의 시기라고 이야기하면서 노동자들을 억누르고 기업에게 특혜를 많이 줬죠. 그렇게 거대재벌이 형성된 것이고 국가가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자본들은 거대해졌습니다.

 

이미진 : 박근혜 스스로 내려올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 것 같은데 언론에서 하는 것을 보니 쉽사리 내려오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인근 : 안 내려오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특검조사도, 헌재 조사도 안 받으려 하고 변호인들은 판결 늦추려 증인들 무더기로 신청하고 있지요. 국무대행을 하고 있는 황교안 총리가 자기 정책을 다 하고 있고, 심지어 세월호 7시간 관련해서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네요. 허나 헌재 소장 하나가 임기 끝나서 나가고 3.14로 임기 만료로 나가는 상황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헌재도 미룰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미진 : 정리하자면, 평화라는 프레임을 인지하고 스스로 깨 부시지 않으면 광장의 요구를 온전히 쟁취하기 어렵고 노동자  착취를 끊어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내 것을 지키려는 행동자체를 국가나 자본이 용납하지 않고 언론에서는 폭력으로 규정합니다. 그걸 끊지 않는다면 우린 계속 지금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이인근 : 평화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공평한 삶을 영위할 때 그때 유지 되는 것이지요, 지금과 같은 양극화 상황에서 평화가 이뤄질 수가 없습니다. 내가 뺏긴 것을 아무렇지 않게 가져올 수가 없습니다. 이미 권력이라는 것이 다 강자 편에 있기 때문이죠.

법으로 해야 한다고 부추기는데, 법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이야기 합니다. 원래 시위라는 것이 뭔가를 쟁취하기 위해 하는 것이잖습니까. 무언가를 강자로부터 쟁취하려고 하는 것인데 그게 어떻게 평화적일수가 있느냐는 것이지요. 평화적으로 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없습니다. 시위는 평화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동처럼 보입니다.

분노라는 것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너무 체념을 하다 보니 분노라는 것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미진 : 공투단에서 박근혜 퇴진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각 사업장의 의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이인근 : 어찌됐든 올해는 대선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대선관련해서 투쟁사업장의 문제, 노동에 관련된 의제를 가지고 투쟁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공투단은 단순히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이 아닌 노동법 전면 재개정을 요구하려고 합니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탄압을 완전히 철폐하자는 요구를 대선투쟁으로 할 겁니다.

2월7일 총연맹 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안을 이야기한다는데, 사실 민주노총에서 그런 것을 논의할 시기가 아난 것 같습니다. 후보를 내세운다 해서 될 것도 아니고, 이 국면을 투쟁으로 돌파해서 그동안 탄압받아 왔던 공무원노조, 전교조가 노동3권을 온전히 쟁취할 수 있는 그런 투쟁들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래저래 아쉬운 생각만 듭니다.

 

이미진 : 그렇게 되다보면 가장 고통 받는 것은 노동자계급 본인들입니다.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 문제도,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에 있는 사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인근 : 그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당사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만약에 현대․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갑을오토텍 같은 경우를 겪었다면 총연맹이나 금속노조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겠죠. 현대․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동조파업을 해준다면 지금까지 끌고 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건 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노동자투쟁은 자본한테 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은 지들끼리 뭉쳐서 싸우는데 우리는 각개전투하고 있습니다.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고충을 이해를 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는 힘들어서 어떻게 해? 라고 하지만 뒤를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맙니다. 이렇게 방치 할 순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백날 비정규직철폐 외치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현대차지부에서 부딪혀주면 비정규직지회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나의 이권문제가 아니면 하지 않는 것이고, 그런 문제가 내부에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것들은 지도부에서 교육을 하고 단호한 결단으로 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 하는데 안 하게 되죠. 결국 조합원 핑계대면서 말이죠.

 

이미진 : 관료화가 된 것 같습니다. ‘노동자는 하나’라고 외쳤으나 공허한 메아리 같은 것이 아닌 것이 아닌가요?

 

이인근 : 자기네들이야 월급 나오는데 힘들게 조직하고 경찰서 불려나가는 그러한 일들이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관료화, 관성화가 되어버렸습니다. ‘노동자는 하나’라고 외쳤으나 공허한 메아리 같은 것이 아닐까요?

박근혜가 당선이 되고 노동계에서 박근혜 퇴진을 외쳐왔지만 주기적으로 민주노총에서 전국의 상근자들을 주1회 정도 서울 집회 박아놨어도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총파업 한번 하려면 교육해야 한다며 시간 다 보내고 실제로 뻥파업만 난무합니다.

계급으로서 노동자가 아닌 자본주의적 노동자가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혹은 자본주의에 포섭된 노동자라고 해야 할까요? 내 싸움이 아니면 손해를 안 보려 하고, 관심도 없다보니 노동운동에 발전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전이 없으니 별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없고, 자본가들은 노동자 탄압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것을 고안해 놓는데 노동자들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미진 : 노동운동이 정체가 되어버린 상황이고 타개할 국면도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하고 계신 이유가 뭘까요?

 

이인근 : 싸워야 하니까요. 만약에 여기서 그만두고 다른 생업을 찾아갈 수 있지요. 그렇게 되면 이런 나쁜 짓을 저지른 자본가는 옳은 놈이 되어버리고 우리는 패배자가 되어버리는 게 싫습니다. 역사는 승자가 쓴다고 하죠. 언론을 통해 자신이 옳았다고 선전할 것이고 부당함에 맞서 싸운 노동자들은 잘 되고 있는 공장을 말아먹은 파렴치한이 되어버리죠. 그게 싫습니다. 노동자계급성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물러나기가 싫습니다. 용서하기가 싫습니다. 자본가한테 면죄부를 주고 싶지가 않습니다. 어쨌든 자본가들이 저지른 못된 짓거리들 이런 것들을 자기 스스로 느끼게 하고 싶은 그것밖에 없습니다.

이제 와서 돈 더 받으면 뭐합니까. 단지 자신이 행한 짓거리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자기 자식들도 이런 짓을 하지 않고 노동자가 경영자의 파트너라는 인식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적어도 자기들의 노예가 아니라는 것만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투쟁하는 사람들 보면 삶, 생계를 위해서 투쟁을 어쩔 수 없이 접는 경우가 많지요. 그 것을 뛰어넘는 투쟁하는 사람들의 개인의 대단한 결의가 필요하겠지만, 그러한 노동자들이 많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생계문제로 중간에 포기해버리고 그렇게 하다 보니 자본가들은 가만히 있으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가들은 손해 볼 것이 없지요. 사실 노조, 상급단체에서 일정부분 보완을 해줘야 하는데 민주노총이나 타 연맹이 그러한 부분을 못해주고 있습니다.

 

이미진 : 어떨 때는 일상적인 삶을 누리면서 살고 싶을 텐데. 자본이 그렇게 살지 못하게 내버려두질 않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웃음을 보려면 더 열심히 싸우고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인근 : 이것 하나만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을 하다가 너무 힘들고 부당해서 노조를 만들고 이 싸움의 정당함을 외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많은 사업장내에서 가정과 운동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요. 투쟁을 접고 가정을 지킨다고 가서 다른 곳으로 취직했을 때 그곳에서 발생되는 부당함을 감내할 수 있을까요. 또다시 노예의 삶을 살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언제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 수 있겠습니까.
사실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을까요? 가입을 하면 노조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사측과 노조와 협조를 해서 조금 더 낳은 월급과 노동환경을 만들어 주겠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노조에 가입했을까요? 너무 힘들고 부당해서 노조를 만들었고, 노조는 저임금과 부당함을 조금 완화시켜줄 것이라 기대를 하고 활동을 했을 것입니다. 그걸 하기 위해선 어떠한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미진 : 이미 노조는 관성화가 되어있고 싸움을 회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을 왜 해야 할까요? 그리고 민주노조 사수란 것이 필요할까요?

 

이인근 : 별다른 대안이 없으니까!(일동 웃음) 이율배반적인 이야기일순 있겠지만 ‘노동자는 하나’라는 이야기 속에 ‘노동자는 다수다’라는 뜻이 있기도 합니다. 또다시 노동자는 하나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진 : 신생 노조를 만들고 있거나 노조 안에서 끊임없이 탄압을 받고 있는 이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인근 : 결국 원론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요? 노동자로서 권리와 노동자로서 가져야할 당당함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자본들의 입맛에 맞는 로봇이 아니라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그런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이었음 좋겠습니다. 그리고 불평등한 분배의 고리를 끊자! 그것이 나를 위해서 내 자식을 위해서도 옳은 일,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가장 드리고 싶습니다. 더 이상 불평하지 말고 행동해라!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에서는 후원계좌를 열어두고 있다. CMS를 통해 신청하는 것이 좋으나 여기서는 직접 후원을 할 수 있는 계좌번호를 안내한다. 현재 10개의 사업장 중 후원계좌를 갖고 있는 곳이 네 곳밖에 되지 않는다. 한 곳만 선택하기 어렵다면 “투쟁사업장 공동투쟁” 계좌로 후원하면 된다. 이들이 차디찬 땅바닥이 아닌 따스한 집에서 일상을 맞이할 수 있도록 그리고 노동자가 있어야 할 곳인 노동의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후원을 요청한다. 올해는 원직복직과 비정규직철폐가 한걸음씩 이뤄지길 바란다.

투쟁사업장 공동투쟁 후원계좌 : SC 제일은행(정주현) 363-20-087056
동양시멘트지부 후원계좌 : 농협(강선이) 351-0821-4078-13
콜트콜텍 후원계좌 : 외환은행(이은성) 620-216112-480
아사히비정규직지회 후원계좌 : 농협(권택숙) 301-0056-6137-11
하이디스지회 후원계좌 : 농협(민주노총 이천여주양평지부) 301-0183-658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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