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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 뒤틀기 #1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t),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0. 시간을 잊어버린 '고고(에스트라공)'와 '디디(블라디미르)'의 끝없는 '고도(Godot)'

     기다리기를 그 소재로 하는, 그 희극적 표현방식때문에 더욱 비극적인 연극을 다시 보았다.

 

1. 삶의 무료와 오지않는 고도(Godot)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두 주인공의 무료함이 그 소재다.

 

2. 거의 모든 극중 인물은 시간의 흐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유독 '디디'만은 대체로 정확하게 기억하는 듯 하지만,

    이파리 하나없는 고목의 가지가 온통 푸른 잎으로 무성한 장면전환을 보고 하루가 지났다고

    믿는  디디의 시간관념도 어딘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3. 장님이 되어버린 '포조'는 사건을 시간의 순서로 짜맞추려는 '디디'에게 버럭 화를 낼 정도로

    그것을 외면하고 싶어한다.  마찬가지로 입이 뚫리면 '엉뚱한 소리'를 쉼없이 해내는 '럭키'는

    어제('디디'의 시간관념으로)의 수다를 전혀 할 수 없는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4. 반복과 재귀적 구성으로 쳇바퀴의 삶을 드러내고 자 한 연극은

    멈추지 않는 관객의 웃음소리를 막바지에 이르러 적막으로 귀결시킴으로써,

    거꾸로 관객을 조롱하고, 다시한번 스스로를 돌이켜 보게 하는 설정으로 끝을 맺는다.

 

5. '포조'의 대사 중 기억할 만한 것

     "여자들은 무덤위에 걸터 앉아 아이를 낳는거지,

     해가 잠깐 비추다가 곧 다시 밤이 오는거요"

 

6. '슬픔이 나를 깨운다'라는 황인숙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7. 삶은 어쩔 수 없이 신(Godot)에 기대어 죽음으로 치닫고 있다.



 

 

슬픔이 나를 깨운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90, 슬픔이 나를 깨운다, 황인숙

 

슬픔이 나를 깨운다
벌써!
매일 새벽 나를 깨우러 오는 슬픔은
그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슬픔은 분명 과로하고 있다
소리없이 나를 흔들고, 깨어나는 나를 지켜보는 슬픔은
공손히 읍하고 온종일 나를 떠나지 않는다
슬픔은 잠시 나를 그대로 누워있게 하고
어제와 그제, 그끄제, 그 전날의 일들을 노래해준다
슬픔의 나직하고 쉰 목소리에 나는 울음을 떠뜨린다
슬픔은 가볍게 한숨지며 노래를 그친다
그리고,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지 묻는다
모르겠어…… 나는 중얼거린다

 

슬픔은 나를 일으키고
창문을 열고 담요를 정리한다
슬픔은 책을 펼쳐주고, 전화를 받아주고, 세숫물을 데워준다
그리고 조심스레
식사를 하시지 않겠냐고 권한다
나는 슬픔이 해주는 밥을 먹고 싶지 않다
내가 외출을 할 때도 따라나서는 슬픔이
어느 결엔가 눈에 띄지 않기도 하지만
내 방을 향하여 한발한발 돌아갈 때
나는 그곳에서 슬픔이
방안 가득히 웅크리고 곱다랗게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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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그리고 읽을 혹은 전혀 안읽을 지도 모를 책 #3

 

가. 홍어, 김주영, 문이당, 1998/02 

나. 남해금산, 이성복, 문학과지성 시인선 52, 문학과지성사, 1986

다.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오규원, 문학과지성 시인선 4, 2000/11

라.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함민복, 창비시선 156, 창작과비평사, 1996/10

마. 맨발, 문태준, 창비시선 238, 창작과비평사, 2004/08

바.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한길그레이트북스11, 한길사, 1996/08

사. 한비자 I, 한비, 한길그레이트북스54, 한길사, 2002/02

 

가을은 독서하기에 최악이다.

볼거리도 많고, 날씨도 금상첨화이니, 어디 틀어박혀 읽는 것 자체가 모욕이다.

한여름의 독서가 최고인 듯 하지만, 읽어버릇하는 습관을 놓치지 않으려면 가끔은 책장을 넘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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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없음 #7

 

사진을 보면 슬퍼진다.
사진속의 나는 환하게 웃고 있어서
이때의 나는 행복했구나, 착각하게 된다.


- 은호의 독백, 연애시대

 

 

/*

4년동안 운동이란, 숨쉬기만 하고 살았다.

두꺼워지는 뱃살과 찌뿌둥함을 그간 찌워왔으니,

엉망이 되어도 한참 되었을거다.

이러지 말아야겠다 싶어졌고,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그동안 다리와 팔에 근력은 완전 사라져 버린 것일까?

물속에서 숨쉬는 것도 편하지 않고,

꼭꼭 숨어 그 기억을 잊어가는 근육을 깨워야 한다.

 

수영 이틀째 되는 날,

전날 마신 술과 감기로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서,

단 20분의 Stroke일망정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오늘도 마셔야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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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그리고 읽을 혹은 전혀 안읽을 지도 모를 책 #2

 

가. 꿈꾸는 책들의 도시, 발터 뫼르스, 들녘, 2005/06

나.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1/12

다. 서구의 몰락 1, 오스발트 슈펭글러, 범우사, 2000/10

라. 어스시(EarthSea)의 마법사 1,2,3,4,  어슐러 르 귄, 황금가지, 2006/07


      흥미로운 설정중에 하나는 '마법'은 자연스런 섭리에 제동을 거는 것이라

      사용에 앞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마법사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마법을 사용해야 한다.

      마법으로 한쪽에 비를 내리게 해 곡식이 잘 자라게 할 수는 있지만,

      또 다른쪽에는 가뭄을 가져올 수 있다.

     

      비참한 것은 마법사는 '해야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숙명이다.

 

마. 금요일엔 먼데를 본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181, 이하석, 문학과지성사, 1996/07

바. 동물농장,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민음사, 2001/02

사. 체호프 단편선, 세계문학전집 70, 안톤 체호프, 민음사, 2002/11

아. 정오의 희망곡, 문학과지성 시인선 315, 이장욱, 문학과지성사, 2006/04

 

어쩌다 보니, 독일사람이 쓴 두 책을 읽었거나 읽고 있다.

그리고 꽤 오랜동안 서점의 명당자리를 틀고 있는 브라질 사람의 책, 이제야 들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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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없음 #6

 

중독은

무서운 병이라,

하루하루가 단조롭게 반복되는 것이,

좀 이상한 듯해,

뻣뻣한 고개를 돌이키니,

어느새 하루, 이틀, 한달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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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그리운 지난 것 혹은 두려운 올 것로의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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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얘기나 써볼까라고 생각한 2004년 7월 27일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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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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