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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Way Communications


-1.
세상의 대부분의 것은 대칭에서 벗어나 있다.
왼쪽과 오른쪽 눈은 다르고, /짝궁뎅이/의 별명은 특정인의 것이 될 수 없다.
갑돌이는 갑순이를 좋아하지만, 갑순이는 엉뚱한 녀석한테 시집가며 눈물을 흘리니.

0.
대화의 방식 또한 서로 마주 보고 시선을 주고 받지만,
내 머리속에는 그가 한말의 절반정도나 들어오면 다행일테다.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없어서이고, 어떤 경우에는 딴 생각으로 가득할때도 많다.'대체 내 얘기를 듣고 있기나 한거니?'라는 한탄은 도처에 노정해 있다.
기억이 온전치 않아서, '(의도적인 아니라, 정말) 앗 기억이 나질 않아'라는 얘기를 해야
할때는 나의 기억저장소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1.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누군가와 함께 가) 대화를 하며 나) 메일을 주고 받으며
다) 침이 마르도록 반복하는, 젠장 이런 노력이 몽땅 수포로 돌아갈 수 있으니 황당한 노릇이다.
결국은  단방향의  외침을 기본으로, 가끔은 그에 대한 메아리가 울리기를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2.
반향이 없을 것을 미리 알고 있다면, 입을 닫아 버리는가? 개인적인 경험을 빌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방문없는 불로그를 열심히 적는 사람도 있고, 일기(Diary)를 수십년동안 적어내는 사람도 있다.
일기는 몇년전의 발신자와 현재의 수신자가 근본적으로 다르며, 과거에서 현재로만 이어진다는
점에서 가장 그럴듯한 One-Way Communications의 일종이다.
'세상에 1년전에 그런 아픈 기억으로 힘들어 했구나'를 볼수 있지만, 그 과거를 어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3.
세상의 Asymmetric한 Interaction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다각도로 수도없이 반복하는 인내만이 해결책일 수 있다.
백만번 반복하는 콜필드의 유머가 필요하다.

10^6.
비록 일방적이기는 하지만,
(대화의 본질이 비대칭임을 인정한다면),
죽은 사람과 대화하는 타임캡술 혹은 몇년전의 나와 대화하는 일기 등이 꽤 근사한 방식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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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눈에 밟히는 것

 

1. 출근길에 바라다 보는 도로 옆의 노란색 논

2. 회사 건물에서 뿌연 유리창으로 바라다보는 낯선 도시

3. 스포츠센터에서 뛰며, 내려다 본 묘한 차선 그리고 움직이는 사람

4. 차창뒤로 저무는 일산의 저녁 놀

 

이런 것을 숫자로 적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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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그리고 읽을 혹은 전혀 안읽을 지도 모를 책 #4

 

가. 트래블러 1,2 : 세상의 운명을 결정하는자, 존 트웰브 호크스, 랜덤하우스중앙, 2005/09

 

      내용이 아니, 그 형식때문에 신문지상에 기사화된 소설.

      언론을 외면하는,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작가.

      위와 같은 신비함이 가득해 빌려 읽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개인이 그들(?)에게 얼마나 쉽게 노출되고 추적당하는지가 소재다.

      온갖 통신 및 최첨단 과학기술을 버무려 놓은 소설이긴 한데,

      공상과학도 아니고, 현대 과학기술 비판 에세이도 아니고, 무협지도 아닌 것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퓨전 잡동사니다, 그런데 이런 소설은 결국 끝까지 읽는다.

    

나.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정운영, 웅진지식하우스, 2006/09

 

      정운영 선생님의 글은 묘한 매력을 띤다.

      거침없이 강한 주장도 경제학의 문외한도 쉽게 이해할 정도로 Heuristic 하다.

 

다. 자본주의 경제산책, 정운영, 웅진지식하우스, 2006/09

라. 출가, 삼소회, 솝리, 2003/10

마. 극에 달하다, 김소연, 문학과지성 시인선 192, 문학과지성사, 1996/12

 

      집어들기는 10월이었는데, 11월 9일 문상가느라 경주가(오)는 기차안에서 다 읽은 셈이다.

      마지막 시를 보고서야, 시인이 경주출신이라는 걸 눈치챘는데,

      아주 재미있는 형식 - 정렬과 글꼴크기의 변화 - 을 빌고 있으나,

      음울함으로 가득차 있는 시집이다.

 

     시의 많은 소재가 몸둥아리(육신)인데,

      결국 죽음으로 치닫는 욕망덩어리를 끌고 다녀야 하는 숙명에

      안타까워하며, 던져버리고 싶은 표현이 도처에 보인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편지'라는 시에는

 

     (상략) 무중력의 우주를 떠돌고 있는 나라는 육신은 지금 수억의 잔해들로 분해되어 있다.

      너라는 존재가, 그 어떤 한 힘이 고맙게도 나를 흡입해주고 있지만, 이 끈질긴 힘이

      나는 어지럽고 무섭다.(하략)

 

     라는 두려움이 묘하게 표현되어 있다.

    

     무지할 수 밖에 없는 굴레로부터 엮이지 않고 탈출하는 것이 소원이지만,

     그 엮임에 때로 고마움도 느끼는 묘한 자학으로,

     탈출을 위해 가볍게 가볍게 몸을 만들어 분해되거나 사라지고픈 심정 말이다.

 

바. 악어를 조심하라고?, 황동규, 문학과지성 시인선 53, 1986/10

아. 밤의 공중전화, 채호기, 문학과지성 시인선 201, 1997/06

 

      남녀의 성관계에 대한 직절로 가득하다, 간혹 신체를 분해하고 그것을 사랑과 그리움,

      특히 성욕으로 정의한다. 시각이나 청각보다는 촉각에 집착하고,

      만지고 더듬고 끈적거리며 용접(?)되는 것을 주요 테마로 삼는다.

 

      애절함과 안타까움 속에서도 달콤함은 여전히 그의 문장은 요동치고 싶어하고 끊임없이

      움직이길 원한다. 그렇지만, 결국 시집의 마지막은 '결국 닿을 수 없는 괴리로 인한

      처절함과 좌절'로 가득 채워진다.

 

      채호기 시인의 시는 처음인데 대단히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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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 뒤틀기 #2

 

 

0.
자본주의를 살아남게 한 선명한 돌파구 중 하나가
미래를 현재로 옮겨는 작전일테다.
 
1.
미래의 돈을 현재로 이체시키는 시간여행의 플라스틱, 
신용카드가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미래의 수입을 현재로 옮겨 질펀하게 써 버리자.
'현재를 즐겨라' 같은 캐치프레이즈면 ^^ 좋아할 사람 꽤 많다.
기껏해야 하루, 한달 혹은 조금 길다 싶으면 6개월 무이자가 '저당잡힌 미래'일 것 같지만,
자신의 없는 주머니를 가득찬 것처럼 위장시키고 그 습관에 익숙하게 해 '파산'이라는
수렁으로 이끌어, 결국엔 자신의 수년/수십년을 저당잡히고 만다.
 
2.
또다른 하나는 주식과 부동산 등을 비롯해
향후 몇년 혹은 몇개월 안의 변화를 돈으로 사고파는 것이다.
이때 현재의 가치는 절대 중요치 않고, 단지 지금보다 얼마나 튈(?) 수 있는냐가 관건이다.
 
'몇년 혹은 몇개월'의 가치 상승이라는 그럴듯한 화려한 설명은,
이것을 정확히 번역할 경우에 '몇시간 혹은 몇일' 이라는 건 금세 폭로 될것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미사어구'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주식의 경우에는 시간을 수초/수분까지 촘촘하게 조각내 변동을 보여주니,
제법 성실하고 느긋한 개미(?)를 순식간에 조급하고 변덕스럽게 변모시킨다.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정운영, 웅진지식하우스, 2006/09
의 '돈을 출몰하게 하지 말라'에 인용된 외환딜러나 상품거래소 직원의 예에서
장기는 대략 '다음 10분'이란다.

'미래'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전면에 내세우는 듯 하지만,
정작 그 속에는  몇초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고 부정할 수 없는 욕망으로 득실거린다.
 
3.
사전적 정의가 아니더라도 미래는 오지 않은 어떤 가능성이기에,
불안하면서도 설레는 것이었는데, 위의 저당과 조급함이 그 속을 가득 채워버리면
더이상 변화의 가능성은 존재치 않을 때가 많고, 그래서 미래라는 단어는 현재속에 꾸겨 넣어지고
결국엔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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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수영

 

0. 잠을 떨친다.

1. 헝크러진 머리는 대충 모자로 누르고 차에 오른다.

2. 차에 올라 수영장까지 조심조심 이동한다.

3. 수영장으로 들어가기 전, 입고 있던 옷을 홀라당 던지고

    수영장을 오염시킬 만한 것을 물과 비누로 씻어낸다.

4. 수영복을 입고 조심스럽게 입수하거나 철퍼덕 혹은 풍덩 뛰어든다.

5. 물속에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다.

6. 준비과정이 마무리되면 최소 두번은 쉬지 않고 왕복한다.

7. 물위 혹은 물속에서 움직일땐, 손과 발을 조금씩 움직여 몸을 앞으로 미끄러지게 한다.

8. 고개가 물속에 쳐박혀 있을때 숨쉬지 않도록 주의한다.

9. 숨을 내쉬고 들여마신다음, 마치 물고기라도 된것처럼 재빨리 고개를 쳐박는다.

10. 딱딱한 콘크리트가 다가오면 물속으로 들어가 개구리처럼 재빨리 박차고 돌아나온다.

11. 숨이 목까지 차오를때 주저말고 다시 한번 참아본다.

12. 얼굴이 붉어질 때까지 7~11을 적절히 반복한다.

13. 그런다음, 후들거리는 다리를 뒤뚱거리며 끈다.

14. 샤워부쓰에서 아는 사람이 있거든, 그 사람의 등을 밀어준다.

15. 수영장밖으로 향할때에는 조금 힘들더라도 많은 양의 물을 씹어 먹는다.

 

 

p.s.1. 7~12까지의 과정이 익숙해지면, 가끔 스스로가 모터보트인것처럼, 온힘을 다해 젓는다.

p.s.2. 고개를 쳐박고 있을때, 물에 빠졌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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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그리운 지난 것 혹은 두려운 올 것로의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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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얘기나 써볼까라고 생각한 2004년 7월 27일이 처음이었다.
  • 소유자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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