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트위터 맞팔 논쟁
- 레니
- 2010
-
- 21세기판 골드러시 - 데이터...(1)
- 레니
- 2008
-
- 이런 스팸메일
- 레니
- 2008
-
- 구글의 새 브라우저, 크롬 (...(6)
- 레니
- 2008
-
-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5)
- 레니
- 2008
거의 4년만에 한 친구를 만났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 20대의 학생운동 조직활동가였던 이 친구는
해군 소위가 되어 다시 눈 앞에 나타났고
군에서 자신의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토로하다가
결국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친구가 사라진 후 술자리에서는
그 친구에 대한 품평(...을 가장한 뒷담화)이 이어졌는데
(역시 술자리는 끝까지 남고 봐야 한다-_-)
저 자식은 술만 먹으면 저 얘기만 한다는둥
거기서 성질은 못 내면서 여기와서 이러는 게 이해 안된다는둥
보나마나 군에서는 모범생임이 틀림없을 거라는둥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충분한-_- 여러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난 대단히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말았는데
작년인가 (아마도 연애문제로 인해) 그 녀석이 손목을 긋고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의 분위기상
이런 종류의 이야기조차도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_-
미친 거 아냐로부터 시작해 아마도 쇼였을 거라는 얘기까지
즐거운 뒷담화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사실 살면서 죽고싶단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만하지만
구체적으로 이렇게이렇게 죽어야지 하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다만 나도 진심으로 손목을 그어보고 싶단 생각을
이제까지 단 한 번 한 적이 있었는데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오른쪽 손목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그어버려야겠다는 (지금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그 필요성은 생각만으로 그쳤지만
죽음이라는 존재가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순간
그 때까지 가지고 있던 온갖 관념적인 죽음의 이미지들,
편안하고 깨끗하고 아름답고 뭔가 구원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이미지들은
벌어진 손목의 틈 사이로 배어나오는 검붉은 피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제외하고는 모두 날아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뭔가 이상한 놈이 되어버린 것 같은데-_-
여튼 손목을 그어버린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로 한 판의 장렬한 쇼였는지 지금와서 알 수 없지만
피투성이가 된 손목을 바라보게된 절실함만은
아마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자해라는 방법은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자신의 몸을 학대하여 타인에게 가하는 아이러니한 폭력.
그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는데...
오랜만의 허클베리핀이어요. :)
♪ 허클베리핀 - 갈가마귀 ♪
댓글 목록
자일리톨
관리 메뉴
본문
아주 가끔 레니군이 이해가 될 때도 있어요. 평상시는 이해가 안 되지만.....-_-;;;부가 정보
레니
관리 메뉴
본문
이 친구야. 어쩌라구...( −┏)y-~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