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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습니다. 참으로 미안합니다!

8/6 옥쇄파업 77일째, 공권력투입 18일째,

해고는 살인이다면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 온 쌍차 상균 지부장은 합의안을 보고하면서, "동지들이 많이 착잡하고 만감이 교차할 걸로 안다. 원안대로 정리해고를 철회하지 못하고 이런 내용을 말씀드려서 끓어오르는 분노는 있지만 지부장으로서 동지들에게 제 한계에 대해 변명하지 않겠다"면서 "동지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동지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미안합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정리해고를 다 막아내지 못하고 수십명의 동지들 앞엔 구속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동지들이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살아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을 참으로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목숨을 담보로 최선을 다해서 싸웠는데 누가 평가를 할 수가 있겠습니까? 단지 한번도 제대로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하고 함께하지 못한 것이 너무 죄송할 뿐입니다.

 

물도 전기도 없는 찌는 듯한 공장에서 밤낮으로 굉음을 울리며 괴롭히는 헬기와 용역과 구사대와 한몸이 되어 도발해오는 경찰을 볼 때마다, 살인진압 중지하라며 소리만 지르고 있는 자신이 너무 한스러웠습니다.

 

몸은 가 있었지만 물 한 모금 전달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이 한스러웠고, 몸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마음은 죄불안석인 채로 마음만은 함께한 분들도 많았습니다.

 

산별노조의 전환 이유가 단위사업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는데, 동지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총파업과 연대투쟁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강제진압이 시작되면 즉각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결의는 살인진압이 시작된 8/5 오후 최대한 빨리 총파업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임성규위원장의 말장난으로 휴지조작이 되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금속과 총연맹이 동지들의 투쟁을 배반한 것이지요. 같은 노조와 산하 노조의 조합원들이 죽어가는데 투쟁을 결의하고 조직하기는커녕 행여라도 싸우게 될까 봐 고의적으로 동지들을 배반한 것입니다.

 

어쨋거나 죽은 사람 없이 투쟁이 마무리된 이 시점에서,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 자신이 한탄스럽고 남 탓할 일은 아니지만, 금속과 총연맹의 지도부의 배신행위만큼은 비난받아 마땅할 일입니다.

 

옥쇄파업이 두달이 다되던 7/11(토) 서울역 용산추모대회에서 임성규 위원장이, 쌍차와 비정규 투쟁을 제대로 못해 죄송하고, 용산에 연대하지 못해 죄송하고, 지금이라도 투쟁과 총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얘기하기는커녕, 벼락이 떨어져서 명박이가 죽으면 좋겠다는 둥, 삼각산이 무너져서 청와대가 무너졌으면 좋겠다는 둥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심판하자’는 떡같은 얘기를 할 때부터, 죽기로 싸우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달려가기는커녕 보신에만 신경쓰는 줄은 알았습니다.

 

8/2 오전 협상이 결렬된 후 기자회견에서, 다음 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금속의 지도부는 '휴가 중이어서 아직 아무 것도 검토된 것이 없다'고 말하고, '협상이 결렬될 수 있고 결렬되면 당연히 진압이 들어올텐데 아무런 대비책도 안 세워놨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곧 상집을 소집해서 논의해 보겠다'고 하더군요. 회사 방송에서 제대로 싸울 생각도 없는 놈들이 눈도장 찍으러 왔다는 비난이 빈말로 안들렸습니다

 

8/5일 아침 구사대에게 밀렸을 때, 200명이 넘는 학생들은 이안 아파트 못미쳐서 돌을 깨고 가로수에서 뽑은 몽둥이를 들고 저항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결합하고 있었고 그런데 갑자기 두시에 평택역에서 집회를 한다고 공지를 하더군요. 앞장서줄것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차라리 아무 말 없었으면 거기서 한판 싸움이 이루어졌을텐데 싸우지말고 모이라고 하니 몽둥이 버리고 밥먹고 평택역으로 모였지요.

 

강제진압시 즉각 파업한다고 결의한지가 언제인데 '최대한 빨리 총파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힘을 모아주라'는 임성규위원장의 발언을 들으니 코웃음밖에 안 나오더군요. 그래도 3시쯤 집회가 끝날 때 현장에서 모이자고 공지를 해서 당연히 심익아파트 앞으로 모이는 줄 알고 쫒아갔지요. 그런데 가는 도중 민노총은 오후 7시에 촛불문화제를 하기로 했다면서 한판 싸움을 결의한 각 연맹소속의 많은 활동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더군요.

 

1000명 정도는 이안아파트 근처에서 이제나 저제나 합류할 민노총을 기다리면서 그저 그늘에서 시간만 때울 수 밖에 없었지요. 조금 나아진게 있다면 문화제를 평택역에서 안하고 현장에서 한다고 변경된 정도 돌이라도 깨서 한판 붙을려고 하는, 한시라도 빨리 공장 앞으로 달려가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의 열망을 관리하기 위해, 연맹의 지도부가 장난질 친 것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겁니다.

 

낙담하지도 말고, 나약해지지도 말고, 남 탓 하지도 말고, 연대와 저항의 기풍을 다시 세워나가야 할 시점인 줄 알지만, 한마디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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