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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 해고 환경미화원 12명의 투쟁

대구경북공공서비스노조의 칠곡환경지회의 해고자 복직투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제가 지원하는 사업장이기도 하죠.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확대가 민간위탁, 외주용역으로 전면화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상황인데, 아래 칠곡환경지회의 투쟁은 지방자치단체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확대시키고 공공성을 훼손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매우 중요한 투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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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의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이 얼마 있으면 100일에 이르게 됩니다. 한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동네로 알려져있는 대구경북지역에서 수십년간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온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이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칠곡군은 대구 바로 위에 있는 곳으로, '왜관읍'이 있는 곳입니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사업장이 폐쇄되고 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조합원들은 1년 365일, 말 그대로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을 했습니다. 주5일 근무로 주말에 할 일 없어서 심심한 사람들이 사회문제가 되는 요즈음, 일요일이나 공휴일 뿐 아니라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도 하루도 쉬어 본적이 없습니다. 일이 끝나도 군청 행사가 끝나면 달려가서 뒤 치닥거리를 했습니다. 추석에 차례를 지내고 곧바로 쓰레기를 치워야했고, 부모님 상을 당하고도 발인이 끝난 후 현장에 달려와야했습니다. 딸자식 결혼하는 날도 쓰레기를 치우고 헐레벌떡 냄새나는 옷을 갈아입고 식장으로 달려가야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리 시골동네이지만 이런 식의 착취가 어디에 있습니까? 조합원들은 해고가 되고 나서야 처음 주말을 가족들과 쉬어봤습니다.
 
그러고도 임금은 군청에 직접고용된 환경미화원의 반토막에 불과했습니다. 우선, 군청이 업체에게 민간위탁하는 과정에서 군청이 애초에 정해진 예산의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다른 용도로 전용합니다. 아마도 '꼬리표없는 예산'으로 변신한 이 돈은 군수의 선심성 예산으로 쓰였을 겁니다. 그런 다음 업체가 또 지급된 금액을 떼어 먹습니다. 사장이나 사장 마누라, 친구를 가짜 환경미화원으로 장부에 올려서 임금을 전용하고 각종 법정수당을 전혀 지급하지 않아 체불임금이 수천만원에 이릅니다. 이렇게 해서 부패한 관료와 자본가들이 다단계로 전용한 금액이 수십억입니다. 아마 이 금액은 불법적인 정치자금으로도 많이 흘러들어갔겠죠. (부패한 정치인-관료와 민간위탁 업자로 선정된 자본가들이 공생입니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요구한 것도 소박한 수준입니다. 남들처럼 일요일이나 명절은 좀 쉬어보자, 월급, 다른 지역이나 직영 환경미화원 만큼은 안 되도 일이십만원 올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업자는 지노위 쟁의조정 마지막날에 폐업신고를 하고 도망을 가벼렸습니다. 아마도 노조를 깨기 위해서 군청과 협의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은 노조의 투쟁이 깨지면 아마 새로운 업자를 통해서 착취구조를 온존시킬 것입니다. 군청은 다른 두 개의 위탁업체를 통해서 대체근로를 시키고 있습니다.
 
칠곡군청이 민간위탁 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했으니 고용을 책임지라는 것이 조합원들의 요구입니다. 간단하게 군청이 직접 재고용해서 업무를 시키면 되고 그것도 안된다면 노동자들이 자주관리 기업에 맡기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군청은 모든 제안을 거부하고, 지역주민이니 취업을 알선(?)하겠다는 황당한 말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탄압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가장 황당한 것은 관변단체와 면장, 이장 등을 동원한 선전전입니다. 노조의 선전전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사용자가, 그것도 지방자치단체가 노조를 비방하는 선전전을 진행하는 한심한 상황인 것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십시오. 이런 플랭카드가 새마을 어쩌구, 참전전우회 어쩌구 하는 관변단체 이름으로 읍내에 깔렸습니다. 관변단체 회원을 동원해서 저녁마다 유인물을 살포하기도 합니다. 노조를 비방하고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지요.
 
 
노동자들이 천막 농성을 시작하자 물과 전기를 끊어버립니다. 공무원들을 동원해서 노동자들을 미행하더니, 급기야 한나라당 타격을 위해 상경투쟁하는 대오에까지 따라붙고, 심지어는 민주노동당 의원을 만나러온 국회 안에까지 따라붙습니다. 이런 식이니, 어느 자본가가 군수를 믿고 탄압에 앞장서지 않겠습니까?
 
이렇다보니 투쟁은 장기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습니다.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이 군청의 태도인데, 떨어져나가면 된다는 식입니다. 사태해결을 위한 군수면담을 요구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아주 좋습니다. 군대에서 특수임무를 하는 모 부대 출신인 지회장님의 헌신성에 기인하는 바도 크겠지만 12명의 조합원이 똘똘뭉쳐 있는 것이 투쟁을 지원하는 입장에서도 부러울 정도입니다. 각자 개성도 강한 사람들이 이렇게 잘 지내는 것을 보면 신기할 지경이죠. 지역 여론도 '군수가 너무하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군청이 끈질긴만큼 우리도 끈질기게 투쟁한다는 결의가 높습니다.
 
이렇게 지역 공공부문 투쟁을 하다보면 단일 정당이 장악한 지역의 고유한 한계를 절감하게 됩니다. 경상도에서 한나라당, 전라도에서 민주당 혹은 열우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각 지역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입니다. 그렇다보니 이들 지역의 토호 정치인들은 주민들의 여론은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신경쓴다면 다만 공천에 영향을 주는 한에서입니다.(여기서 모든 정치의 블랙홀이며 대주우동원 이데올로기인 지역감정의 폐해를 절감하게 됩니다.) 그러나 앞서도 보았듯이 환경미화원 업무의 민간위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패의 고리에 물려있는 정치인들에게는 환경미화원 12명은 안중에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따라서 투쟁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투쟁하면 반드시 이긴다는 원리가 적용되는 사업장인 만큼 결의갖고 투쟁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어디로 도망가거나 폐업할 수도 없으며, 내년에는 자치단체장 선거도 있는 등 군수가 버티는 만큼 노동자들이 더 끈질기게 투쟁하면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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