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민노당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2/18
    신당파/분당파 유감(23)
    겨울철쭉

신당파/분당파 유감

1.
"패권주의"에서 "종북주의"로
애초에 대선즈음에 들은 민주노동당 혁신의 문제의식의 핵심은, 당내 민주주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자주파의 패권주의적 행태였다. 그리고 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패권주의의 원인으로 종북주의가 지목되었을 때만 해도 이해할만한 상황이었다. 스탈린주의적 당노선을 가진 세력들과는 상호 존중하는 정치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인정할만했다.
 
그러나, 정작 상황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문제는 패권주의가 아니라, 패권주의의 원인으로서 (민족주의화된) 스탈린주의(주체주의)가 아니라, 곧장 "친북노선"자체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바로 빨갱이 사냥으로 이어졌다. 최기영 제명안은 비록 나중에 수정되기는 했지만 "편향적 친북행위"가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쯤되면, 쟁점은 애초에 문제의식, 패권주의로 인해 불가능해진 당내 민주주의 수호가 문제가 아니라 북조선에 대한 공격이 된다. 노골적인 반공주의 노선으로 전환.

2.
"신당파"의 반공사민주의
이 과정에서 신당파의 정치적 포지션은? 당장 결성한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공동대표는, 박승옥이었다. 92년 전노협 위기논쟁에서 2007년 노동운동위기논쟁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노동운동의 변혁성과 전투성을 문제삼고 "새로운" 노동운동을 주장했던 사람이다. 그 "새로운"이라는 수사 안에는 이제까지 그나마 민주노조 운동이 만들어왔던 긍정적인 정치적 의미를 모두 폐기하는 운동이 그려져있다. 신당파의 입장이 무엇인지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그런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이 NL에 비해서 급진적이기는 한가? 신당파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본질을 너무 빨리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렇다고 당내 혁신파가 다른 입장이었나? 비록 그 안에는 당을 보다 왼쪽으로 가게 해야한다는 입장이 있었을지 몰라도, 심상정 비대위가 제안한 내용은 한편으로는 "편향적 친북행위"라는 반공주의 의제를 활용하고 또 한편으로는 "생활 속의 푸른 진보" 운운하는, 생태주의를 핑계로 우경화된 정치노선을 표방했던 것이다. (더 오른쪽에 있는 노회찬은 말할 나위도 없다.) 왜 급진적 생태주의와 반자본주의 변혁으로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퇴행적인 생활정치로 나가는가? 이후 민주노동당내 "자율과 연대"와 같은 사민주의 세력은 노골적으로 신당지지를 선언하고 나선다.

결국 애초부터 신당파, 혁신파 모두가 동일한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처한 공간은 그 프레임 때문에 점점 더 우경화하고 있다. 이제 자신들의 위치를 보면 NL을 "우파"라고 부르기가 쑥스럽지 않나?

어떤 분이 모아놓은 민주노동당 분당관련 신문기사, 사설들을 보라.
http://cafe.naver.com/hamsatam.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1974

3.
대중조직의 분할인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분열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책임묻기로 일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공동의 과제 중 하나는, 당의 분열이 대중조직의 분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이미 일각에서는 공공연하게 이런 위험을 경고한다. 이미 강승규사태, KT노조, 민공노, 민주연합노조 사태 등 폭약은 쌓여있으니, 뇌관만 있으면 되는 상태일수도 있다.) 이번 민주노동당 분당의 사실상의 정치적 책임이 NL에 있는 것처럼, 민주노총의 위기도 국민파-NL 집행부가 만들고 있다. 이미 실질적으로 진행되는 정치적 분화를 패권으로 막으려는 우매한 행위를 민주노총 집행부가 하고 있고, 이는 역으로 현장의 분할을 촉진한다. (민주노동당 분열의 주된 책임이 NL에 있는 것처럼, 민주노총이 분할의 위기에 빠진다면 그 정치적 책임은 온전히 국민파-NL 집행부에 있다.)

이런 조건에서 양식있는 활동가들은 당의 분할이 민주노총의 분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노총 안에서 정치적 선택의 폭을 여는 것이 필수적이다.(민주노총 정치방침, 민주노동당 배타적지지 방침 개정) 그러나 그러한 방향자체가 민주노총의 정치적 분할을 촉진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되며 매우매우 신중해야한다. 앞으로 예상되는 민주노총 분열위기의 1차적인 책임은 국민파-NL집행부에 있을 것이지만, 중앙파-좌파도 면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4.
그럼 NL--'민족주의화된 스탈린주의'와 동거할 수 있는가?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NL당이 된 민주노동당에 남아있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 점에서 노운협 등의 입장은, 정치적 지형에 대한 진단에서는 올바르지만, 정작 현실의 정치적 지형에서는 무능하다.

자주파/평등파 왜곡된2분법, 민족개량파 공개사과하라
천영세 직무대행이 쿠데타를 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내 이른바 '평등파'가 분할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스탈린주의자들인 NL이 노선을 혁신하여 분파형성권을 인정하고 당 노선을 수정하지 않는한 그들과 공동의 정치활동에서는 "복종"혹은 "압도"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그런 측면에서는 애초에 당내 평등파의 문제제기--"패권주의"의 본질이 NL의 "종북주의"정치노선, 당과 수령관을 핵심으로 주체주의에 있다는 비판은 정확했던 것이다.)   NL만이 압도적으로 남은 당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혹은 조선노동당의 우당인 조선사회민주당 같은 포지션은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5.
제 3의 선택지?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신당파의 반공 사민주의도 아니고, 민주노동당에 남은 NL의 스탈린주의도 아닌 다른 정치적 위치가 가능할까? 이것은 마치 냉전시기의 국제적인 사회주의 운동이 처한 것과 유사한 딜레마. (물론 정치적 지형은 분명히 다르고 따라서 다른 사고, 제3의 선택지에 대한 사고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이런 지형에 대한 "좌익적 비판"은 어떤 내용이 될 수 있을까?

사회주의 정치를 압살하는 두 경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우의 간지와 사자의 용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특히 비-NL 사이에서 민주노동당 분당-탈당파가 "전면적으로 지지"받는 상황, 레디앙만이 아니라 이제는 참세상 기사에도 그런 기사가 탑에 올라오는 작금의 상황에서 그래도 이제는 생각을 좀 해보자. 지금 더 절박한 것은 NL만 남은 (이제 서서 죽은) 민주노동당 공격이 아니라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는 흐름에 대한 비판이다. 비-NL이 올바른 정치노선을 보장해주지는, 전혀 않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