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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경제저격수의 고백


경제 저격수의 고백
존 퍼킨스 지음, 김현정 옮김 / 황금가지
 
표지에 '세계경제의 뒷무대에서 미국이 벌여온 은밀한 전쟁의 기록'라고 쓰여있다.
 
미국의 정부와 정보기관이 제3세계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면서 이들 나라를 외채구렁텅이로 빠뜨리기 위한 매우 의도적인 작전을 전개했다는 것이 중심내용이다. 저자가 직접 한 일이라고 하는데, 현재 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것을 봐서는 다소간의 과장은 몰라도 믿을만한 이야기같다.

대부자본이 남아돌던 발전주의의 시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외채 대부를 제3세계에 유리한 방식이 아니라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잡행했다는 점에서 놀랍다. 전형적인 방식은 이런 것이다. 외채 대부를 제안하고, 이를 '경제발전을 위한' 에너지, 도로 등에 투자하도록 한다. 핵심은 이때 예상되는 에너지, 도로 등의 필요치를 최대한 높게 계산해서 과잉대부를 받도록 하고, 갚을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든다. 이를 약점으로 잡고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등등.
 
이런 종류의 개입을 정보기관이 구체적으로 개입하면서 창안했다는 점(다소 불확실하게 서술되어 있기는 하지만) 놀라운 일이다.
 
이런 방식은 현재도 큰 골격에서는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당시의 컨설팅 회사가 더욱 번창하고 있으며, 외채 대부가 IMF, IBRD 등을 매개로 더욱 정치화되었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를까. 최근 공공연맹과 공무원노조 등이 주빌리사우스와 함께 진행한 "물, 에너지 사유화 국제워크샵"(물·에너지 사유화 반대 아시아 노동자·사회운동 선언)를 통해서 들어본 제3세계의 사례는 아주 똑같은 내용이었다. 에너지, 물에 대한 투자를 이를 갚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채를 통해서 하도록 하고, 이후에 사유화하도록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아래 기사를 더 참고할 것.
이를 통해 외채 문제와 금융세계화, 기업인수, 공공성 파괴, 인권침해 등등과 연결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런 측면 외에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구절은 음모이론의 기원에 대한 저자의 언급이다. 이데올로기론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지적이다.
 
음모론은,
 
1. 현상에 원인에 대한 대중의 무지가 상상을 만들어낸다는점

2. 혹은 진실을 알려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 물질적 이해관계 때문에, 그것을 알 수 없는 이들(프리메이슨, 유태인 집단)의 음모로 몰아간다는 점

경제저격수의 고백 356쪽
"제국은 기업정치를 지탱하는 대형은행, 기업, 정부가 만든 것이지 음모 때문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미국인들이 기업정치를 만들어냈으며 기업정치가 바로 미국인 자신들이다. 그래서 기업정치에 맞서 싸우지 못한다. 그들은 대개 이런 은행, 기업, 정부에서 일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이들이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누리며 살고 있기 때문에 기업정치를 직시하기보다 어둠속에 숨어 있는 음모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고 한다. 그동안 그들을 지탱해온 기업정치를 배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두번째가 중요하다. (둘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만)
무의식 속에서 물질적 이해 때문에 진실을 거부하는 힘이 존재한다는 것, 이것이 대중의 상상을 왜곡된 방향으로 고착한다는 것. 따라서 현대에 음모이론이 만연한 원인을 생각할 수 있으다. 이데올로기의 물질성의 다른 측면으로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배계급은 이러한 물질적 이해때문에 현실적 관계에 대해서 상상적 관념, 이데올로기를 갖는다. 비극은 미국의 시민들의 경우(노동자에게 있어서도) 그러한 물질적 이해를 공유한다(혹은 그렇게 믿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이데올로기적 반역은 어디에서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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