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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30
    민주노동당,분당이 답인가?(4)
    겨울철쭉

민주노동당,분당이 답인가?

어제 민주노동당 중앙위가 파행적으로 끝난 이후에 분당론이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원도 아니니 좀 자유롭게 혹은 거리를 두고 이야기해보자. 물론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사업도 많이 함께 하고 있으며 이번 대선은 아니지만 이제까지 선거 때마다 투표는 했다는 정도는 밝혀둔다.

왜 분당하려고 하는가?

분당을 주장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왜 분당하려고 하는가?"라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분당론자라는 분들이 주로 이야기하는 이유들이 잘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엊그제 민주노동당 중앙위에서 제기된 요구를 보면 아래와 같다. (레디앙 인용)

현장 발의안의 주 내용은 △종북주의 및 패권주의 청산, 당 강령 정신 및 당 민주주의 실현, 대선평가 당 전면 쇄신안을 임시당대에서 확정하고 △1월 15일 이전 임시 당대회 개최하며 △비례대표 추천권, 당규개정권 등 중앙위 권한의 비대위 전면 위임 등이다.

중앙위의 요구사항이 그 자체로 분당론의 모든 이유는 아니겠지만, 다른 분당 주장 입장들을 보아도 종북주의, 패권주의는 중요한 근거로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원인은 종북주의와 패권주의인가?

종북주의와 패권주의가 물론 하나의 문제들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민주노동당이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심각한 위기의 주된 원인인가? 혹은 권영길이 문제인가? 권영길의 노쇄한 이미지 때문에?

그렇다면 종북주의와 패권주의가 없었다면, 권영길이 후보가 아니었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런 결과를 만든 원흉이며 앞으로도 이런 식의 '뻘짓'을 할 자주파와 분리하면 대중의 지지를 받는 건강한 진보정당 운동이 가능할까?

글쎄, 나는 이 대목에서 분당을 주장하시는 분들이 일부는 '순진한 분'들이고 일부는 (좋게 말해서) '영악한 분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번 대선에서 코리아연방공화국 논란이 당내에서 심각하기는 했지만 실제 선거과정에서 대중적으로 인식되지도 않았다. 패권주의적 작태 때문에 기층 당조직이 의기소침했다는 이야기들은 들었지만 적어도 당원, 활동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운동에 헌신적이었다.

이번 대선 참패와 당위기의 원인을 주로 종북주의, 패권주의로 제기하는 것은 자주파에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비당권파들은 면책받고 면피하기 좋은 방식일 뿐이다. 그러니 '그래봤자 정파적인 권력투쟁 아니냐'는 비아냥을 받는 것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자기반성을 포함한 지난 5년의 비판

구체적인 쟁점에는 논란이 있겠지만, 이번 대선 참패의 주된 원인은, 민주노동당이 사실상 '진보'라고 자신을 표상하는 노무현, 통합신당, 문국현류와 같은 세력,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의 이중대로 인식되었다는 점에서 찾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탄핵사태를 정점으로 주요 쟁점들에서 이들과 함께 했으며, 입장이 갈릴 때에도 국회 안에서 '예의바르게'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주로 노무현 심판이라는 회고투표로 진행된 이번 대선에서 노무현과 친한 것으로 생각되는 민주노동당이 지지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은 지난 5년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은 기껏해야 민주노총의 정규직 조직노동자를 대변하는 세력으로 인식되었다.(심상정, 노회찬이 후보가 되었으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환호했을까?) 그리고 이런 상황은 대선후보 선출 후부터 선거운동기간까지의 과정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지난 4~5년 활동의 결과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자주파만의 책임일까? 물론 자주파가 비판적 지지, 과도한 통일전선론의 입장에서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어오기는 했지만, 사실상 당 내의 어느 세력도 의미있는 다른 정치활동을 전개하지 못했다. 평등파라고 불리는 非자주 정파들은 순치된 개혁적 의제를 중심으로 의회활동을 전개하면서 신자유주의 체제를 넘어서는 운동이 아니라 '열우당의 조금 왼쪽'에 있는 성실한 정책정당을 만들고자 했을 뿐이다. 게다가 '전진'으로 말하자면,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의 표상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민주노총 안에 있는  그 멤버들(이른바 중앙파)의 역할이 오히려 지대하다고 할 정도다.

어떤 운동적 대안?

자, 하지만 이제 책임소재를 묻기 전에 운동적 대안을 만들어야하니 분당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면 다시 이야기해보자. (사실 자주파에 "책임소재"를 묻고 있는 것은 평등파라는 점에서 모순된 문제제기일 수는 있지만 말이다.)

새로운 진보정치 혹은 노동자정치운동을 만들고자 한다면 왜 그 제기방식이 종북주의와 패권주의 비판인가? 그리고 이를 명분으로 하는 분당논의인가?

오히려 민주노동당을 신자유주의 개혁의 이중대이며, 세상을 바꿀 의지도 힘도 없는 고분고하고 제도화된 합리적 정책정당이고, 정규직 노동자들 이해를 대변하는 데 불과한 '민주노총당'으로 만들어온 과정에 대해서 비판이 이루어져야하는 것이 아닌가? (자주파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자기비판 말이다.)

그리고 새로운 정치운동을 시작하고자 한다면, 자주파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식의 분당론이 아니라 어떤 내용으로 정치운동을 할 것인지를 제기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대중을 조직하고 변화시키는 운동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대안사회를 급진적으로 제기하고 투쟁할 것인지를 물어야하지 않는가?

만약 그 반성과 대안에 대한 논의의 결론이 결국 '분당'이라면 그렇게 하면 된다. 하지만 작금의 민주노동당 내의 문제제기는 문제의 책임을 자주파에게 전가하는 것으로만 집중되고 있으며, 자신들은 부정하더라도 결국 당내 권력투쟁에 불과한 것으로 되어가고 있다. (당내 권력투쟁의 결과로 분당한다면 그들이 이후에 창당하더라도 당외의 좌파들이 왜 이들과 함께하겠는가? 그렇다면 기껏해야 사민주의자, 자유주의자들을 대거 포함하는 민주노동당내의 非주사 정파들의 연합당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실용적으로 생각해보더라도 그렇다. 분당으로 새로운 운동을 하고자 한다면 자주파에 대한 책임전가와 네거티브한 평가만이 아니라 어떤 운동을 하겠다는 포지티브한 입장이 있어야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분당 후 만들 신당의 정체성을 '반자주당'으로 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분당, 혹은 신당이 진정으로 필요하다면.

'민중의 소리'라는 NL 정파기관지가 폭로한 전진 한석호씨의 문건 전문을 보면 향후 정황, 정세에서 자주파의 행동을 예측한다. 이대로 간다면 2012년에는 평등파는 괴멸한다고 진단한다.

한석호씨의 진단을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 대안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대중운동을 위해서는 새로운 정당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2012년, 이명박의 실패 이후 대중의 선택이 더 반동적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위한 운동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그것은 매우 긴박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분당'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정치운동의 주체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주파는 그런 정세에서 올바른 역할을 전혀 할 수 없는 세력이고, 그것은 남한에서 사회운동 전체의 파멸이 될 수도 있다. 민주노동당 내에서 그들이 계속 득세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객관적 현실이라면 새로운 정당운동은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 내의 평등파를 주목한다.

그러나 작금의 분당논의의 내용과 방식은 이런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기에 충분하다. 결국 민족자주당 대 사민당이라는,  불모의 구도를 만들거라면 그냥 민주노동당 안에서 소멸하는 것이 차라리 운동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석호 씨가 말한 것처럼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새로운 운동주체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당내 권력투쟁으로 이 과정을 사고한다면, 시간만이 아니라 희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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