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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일기

1.

독립진료소를 운영하며 다양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만들려 했다. 만남은 관계로 이어진다. 우리가 바라는 만남-관계는 돈으로 사고파는, 힘으로 유지되는 관계가아니라 평등하고 서로 존중하는 관계이다.

진료를 받으며 골방에서 외로이 살던 장애인이, 시설에 갇혀 살던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하며 고군분투하는 장애인이 같이 모여 인사도 나누고 정보도 교환하는 만남의 공간이 되길 바랬다. 실제로 어느정도 그 역할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중에 대기실에서 안내를 하며 지켜본 어떤 만남의 장면이다.

한 분은 지금도 시설에서 살고계시는 60대의 여성분이다.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의료진들도 격려하고 주위분들도 챙기는 분이다.

다른 한분은 늘 오시는 40대여성분이다. 시설에서 오래 생활하다 얼마전 시설을 나와 자립생활을 하고있다. 노들야학에도 적극 나오시고 집회도 참여하고, 노들음악대에서 활동도 하며 활발히 움직이는 분이다. 둘다 휠체어이용 장애인이시다. 한분은 언어장애가 있고 한분은 없다

두분이 대기실에서 마주쳤다.

 

"어 너 oo아니냐?" "아 **언니~~"

 

20여년만이라고 한다. 너무나 반갑게 인사하신다. 어떻게 아는사인가 했더니, 20여년전 어느 시설에서 같이 지냈다고 한다. 그때 시설생활을 돌이켜 이야기하신다. 당시 좋아했던 남자 이야기도 하는것 같고, 그동안의 힘겹고 가끔은 기뻤던 삶을 나눈다.

 

어떻게 20년만에 우연히도 우리 진료소에서 만나게 되었다. 한분은 아직도 서울의 어느 시설에서 계속 살고있고 한분은 독립해서 자립생활하고 있다. 회포를 푸는 모습을 보니 괜히 눈시울이 뭉클하다

 


2.

중증장애인 당사자활동가가 1년여전부터 실무자로 나오고 있다. 당사자가 실무역할을 하니 아무래도 장애인 당사자분들이 진료받기가 편하신것 같다. 중증장애인이 진료소에 환자로서만 아니라 운영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의미도 있는일이지만 기분도 좋다.

 

이제 4년이 다 되간다. 4년동안 약속한 진료일을 펑크안내고 버텨온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만 스스로 만족만 할수는 없다. 지금 상황이 좋은것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그림도 그려본다.

장애인의 건강한 삶을 고민하고 건강권이 실현되도록 실천하는 과정은 단순한 진료를 뛰어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의 주인공은 의료진뿐만아니라 활동가,장애인당사자 모두인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할것인가를 생각하면 어렵고, 그 길이 잘 안그려진다.

지금 독립진료소에 환자로서 오시는분들은 일정한 편이다. 차트번호도 크게 늘지않았다. 외부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서 새로운분들이 오시게하기보다는 지금 오시는분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건강관리하는쪽으로 가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한번 꿈꿔보는 생각이다. 하나하나가 실제로 실행하려면 어려운일이다. 당장 같이 활동하는 동료들을 설득하는 문제부터가 큰 일이고, 인력,재정을 만드는일등 쉽게 할만한것은 없다. 하지만 생각은 해볼수 있는것 아닌가? 생각의 줄기는 '장애인, 활동가, 의료진 모두가 주인되는 진료소(건강공간)'이다.

 

* 기존에 오시던분들(차트에 있는분들)중심으로 적절히 홍보해서 6개월간 자신의 몸과 건강에대해 알아보고 관리할 장애인 지원자 모집(한 20-30명정도)

* 첫모임때 상세한 건강체크를 함. 각종 검사기구 최대한 활용, 필요하면 첫모임때는 치과의사를 초빙해 치아검진도 병행

* 진료와 생활습관 관리가 함께이루어지는 것이니 만큼 진료및 건강관리 양쪽으로 내용을 준비함.

* 주치의를 선정. 한명의 주치의가 5-6명 6개월간 총괄적 관리.

* 주치의 4명, 실무(코디) 1명, 생활습관담당(1-2명)정도하여 6-7명의 담당의료인력 필요. 참여자가 아닌 환자를 위한 진료인력 한명이 더 필요.

* 역량이되면 건강교육(응급상황대처,건강체조,생활습관등)이나 영화보기,건강음식만들기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할수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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