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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 잔치

미루의 백일을 앞두고

가족들과 밥을 먹었습니다.

 

다른 집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하고, 나름대로는 재밌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식사 장소 구하는 것 때문에

좀 고생하고

 

'처가집' 식구들 올 때는 안 그랬는데

'시댁' 식구들 올 때는 집 청소하느라고 고생하고

 

'행사 때는 아이들이 아픈법'이라는 풍습을

지키기 위해서였는지

감기에 걸려버린 미루 때문에 고생한 것을 빼면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식사 후 집에 모였을 때는

느닷없이 정상컨디션을 회복한 미루가

전에 없이 화려한 몸짓과 옹알이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었습니다.

 

기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빠진 게 있습니다.

 

주목받아야 할 또 한 사람

주선생님에 대한 '칭찬과 격려'가 빠졌습니다.

 

아기에게 백일은 엄마에게도 백일입니다.

아기가 백일 동안 고생했으면, 엄마도 백일 동안 고생했습니다.

아기가 백일 동안 잘 자라준 게 고맙다면,

엄마가 백일 동안 잘 버텨준 것도 고마운 겁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미루 선물을 잔뜩 사왔습니다.

반지도 있고, 숟가락 젓가락도 있고, 옷도 있습니다.

 

생각한 대로

사람들이 주선생님에게는 아무 선물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고했다는 말도 아무도 하지 않았고

등이라도 토닥여줬으면 좋으련만 그런 사람도 없었습니다.

 

오늘 하루가 너무 고단했던지

주선생님은 어깨며 팔 다리를 툭툭 치며 안마를 하는 듯 하더니

지금은 쓰러져서 자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애기 '백일 잔치'에 갈 일 있으면

애기 엄마 선물 사 가자~!!"

 

자기 전에 주선생님과 한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약속도 했습니다.

정확히 백일 되는 날

뭔가 의미있는 상차림으로

두 사람이 서로를 칭찬해주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꽤 힘들고, 또 재밌기도 해서

소박한 영화 같은 하루였습니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미루였습니다.

미루의 백일을 축하합니다.

 

하지만 감독은 주선생님이었습니다.

영화는 감독이 만듭니다.

 

...

 

참, 그리고

오늘은 저도

그 동안 고생했다고

스스로 칭찬해 봅니다.

 

저는 이번 영화의 스탭입니다.

원래 고생은 스탭이 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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