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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노동] 기로에 선 유성기업 투쟁

  • 분류
    노동
  • 등록일
    2011/08/12 17:20
  • 수정일
    2011/08/16 16:03
  • 글쓴이
    사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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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파업 소식으로 전국은 떠들썩했다. 유성기업은 엔진용 부품을 제조하여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남한 완성차공장에 납품하는 부품사이다. 이름조차 생소했던 부품업체의 파업으로 남한 완성차 공장들은 조업 중단에 내몰리기도 했다. 유성기업 사측은 임단협 과정에서 조합원에 대한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이에 맞서 조합원들은 공장에 모여 집회를 진행하다가 자연스럽게 점거파업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공장점거투쟁은 용역과 공권력 투입으로 파괴되었고 사측은 회유와 협박을 일삼으며 조합원들을 위축시켰다. 점거투쟁이 정리된 지 두어 달이 지난 현재, 세간의 관심은 줄어들었지만 노조턴압에 맞선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이 장악한 유성기업 현장은 무자비한 공격으로 초토화되고 있다.

 

기획된 공격 - 교섭해태, 직장폐쇄, 간부체포, 노조탈퇴, 그리고 어용노조 건설까지

 

언론은 2009년 노사가 합의했던 주간연속2교대 시행을 가지고 유성기업 투쟁이 불거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를 계기로 제조업 노동자들의 야간노동 실태와 주간연속2교대가 새삼스레 조명받기도 했다.
보수언론에 의한 이데올로기 공세도 몰아쳤다. 파업으로 인해 부품조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남한경제를 지탱하는 완성차 조업이 중단될 것을 우려하며, 고임금 노동자의 이기적인 파업이 나라를 망친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주간연속2교대와 관련해서는 완성차에서 아직 교대제 변화가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품사인 유성기업이 주간연속2교대를 먼저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둥, 부품공급의 다변화가 추구되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유성기업 사측에게 주간연속2교대를 둘러싼 노사갈등은 단지 노조를 말살하기 위한 명분일 뿐이었다. 2011년 임단협이 시작되면서 진행된 수차례의 교섭에서 사측은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다가 직장폐쇄를 단행해 점거파업을 유도했다. 그리고는 용역깡패와 공권력을 동원하여 파업을 파괴하고 노조간부를 고소고발하여 구속·수배시켰다.
지도력에 공백이 생긴 틈을 타 사측은 조합원들을 회유·협박하며 분열시키는 수순을 밟았다. 일부 조합원만 선별복귀시킨 것이다. 현재 복귀자들은 어용노조를 설립하고 현장에서 가입원서를 받으러 돌아다니고 있다. 이러한 정황은 사측이 복수노조 본격 시행과 맞물려 기획된 공격을 펼쳤다는 것을 보여준다.

 

 

△ 아산공장 앞 비닐하우스에 거점을 잡고 투쟁 중인 유성기업 조합원들 (출처 : 미디어충청)

 

현장장악 위해 인권탄압도 서슴지 않아

 

과거에는 임단협을 안정된 노사관계의 결과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단협을 파기하거나 갱신하지 않음으로써 노조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교섭해태에 따른 파업과 파업파괴 이후 어용노조 설립이라는 수순은 최근 몇 년간 자본이 노조를 깨면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양상이다.
대공장인 쌍용자동차나 금호타이어뿐만 아니라 난 해 여름 점거파업을 벌였던 KEC나 그 이전의 대림자동차, 발레오만도와 같이 노조의 조직력이 살아있었던 지역의 중형기업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현재 이들 사업장에서는 어용노조가 득세하고 기존의 노조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밀려나거나 해고되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현장에서 대의원과 활동가들의 노조활동이 유지되고 있었던 유성기업에서도 힘의 관계를 역전시키기 위해 사측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교섭을 해태하고 직장폐쇄하면서 선제공격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 사측이 계약한 용역업체 CJ시큐리티가 경상병원, 국민체육진흥공단, 대우자판, 씨엔앰, 삼성물산 등에서도 활약한 노조파괴전문회사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측은 이에 그치지 않고 복귀한 노동자들에 대한 정신교육과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사측은 나이가 많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조합원들은 복귀시키지 않았고 복귀하려는 조합원에게는 공장 정문을 지키는 용역 앞에서 ‘나는 개다’라고 외쳐야 들어갈 수 있게 하는 모멸적인 짓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복귀자 환영식에서 충성서약서를 쓰게 하고 일하기 전에 컨설팅업체의 교육을 4시간 받게 하는 등 통제를 넘어서 인권탄압 수준에 이르는 노무관리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노조탄압에 공권력도 장단을 맞추고 있다. 경찰은 공장점거 당시 사측 용역이 조합원들을 향해 돌진하여 부상을 입힌 뺑소니를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경찰과 충돌한 것과 관련하여 사진채증한 것을 검증하기 위해 조합원의 부모에게 확인하거나, 국과수에 가서 사진을 찍으라고 조합원들을 협박하는 등 강압수사를 벌이고 있다.

 

 

 

 

노조탄압에 맞선 방어 필요해

 

점거파업 이후 유성기업지회는 사측의 선별복귀에 반대하며 일괄복귀를 선언하고 출근투쟁, 노동부 천안지청 점거, 상경투쟁 등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지도부에 체포영장이 떨어지자 비상대책위를 구성했다. 현재 노동부 주재로 노사교섭이 재개되었지만 사측은 여전히 시간끌기 중이다.
투쟁은 지역으로 퍼져나갔지만 현장 밖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활동하기는 녹록치 않다. 복귀하지 않은 조합원들은 공장 앞 비닐하우스를 거점으로 삼아 숙식을 해결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노동부 주재로 노사교섭이 재개되었지만 사측은 여전히 시간끌기 중이다.
김성태 아산공장지회장은 구속되었고 엄기한 아산공장부지회장과 이구영 영동공장지회장은 조계사에서 단식투쟁을 진행하다 건강이 급속히 나빠져 중단했다.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굴다리 밑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던 이재윤 비대위원 역시 단식 28일째인 지난 25일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러나 투쟁이 시작되었던 시점에 받았던 여론의 관심과 달리 상급단체와 조직노동자들의 연대는 미미한 수준이다. 금속노조는 유성기업 사태해결을 위한 6월말 총파업을 결의했지만 이는 하계 임단투 흐름 속에 유실되고 말았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지부는 단사 내 성과를 따내기 위해 무쟁의 흐름으로 가면서 부품사인 유성기업 투쟁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또한 7월16일에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결의대회에는 500여명이 참가하는 데 그쳐 상급단체의 조직이나 연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사측의 도발에 노조들이 점거투쟁이나 전면파업 등 강력한 투쟁을 결의하며 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저항했지만 현장의 권력은 자본에게 넘어가고 있다. 노동자들이 파업권을 거의 보장받지 못하는 현재의 노동탄압 국면에서 용역깡패의 폭력과 공권력의 비호 아래 치고 들어오는 자본의 탄압을 제대로 방어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수노조 시행 이후 어용노조의 난립이 예상되는 가운데 노조가 아직 살아있는 다른 중형사업장에서도 유성기업과 비슷한 양상으로 노조파괴공작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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