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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호/동향] 유럽의 우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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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호/동향] 유럽의 우향우
picis picis@jinbo.net
유럽의 우향우
「인디즈타임즈」 2002/02/19, 더그 아일랜드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극우라는 유령이. 조지 W. 부시의 장기적 전쟁은
외국인혐오주의, 인종주의 그리고 반이민 집단 히스테리 등 나치적 감정을 전 대륙
에 걸쳐 증폭시켰다. 부패로 손상되고 정책적으로 파산 상태인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는 도망치고 있으며, 아직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곳에서는 정치 지도부가 경제 위기
를 심화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유럽 거의 대부분에서 좌파 중 사민주의적 정
부 혹은 좌파-중도파 동맹이 정권을 장악했던 90년대의 "장미 유럽"(장미가 유럽 사
회당·사회민주당의 로고였다-옮긴이)은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독일의 게라드 쉬뢰더와 영국의 토니 블레어에게 소중한 "제3의 길"은 전통적인
사민주의적 정치의 "클린턴화"를 의미하며, 프랑스 수상 리오넬 죠스팽의 타협 정치
는 사실 싱겁기 그지없다. 그러나 정치적 색깔이 무뎌진 유럽 좌파 기회주의자들을
대체하기 위해 경쟁하는 세력들은 훨씬, 훨씬 더 나쁘다. 프랑스-독일 간 협상이 전
통적으로 유럽 공동체의 정치, 경제를 지배하면서 점점 유럽의 연방화 경향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라인 강 양쪽 모두에서 진행될 선거에 힘의 균형을 급격히 우측으
로 돌려버릴 위험이 있다.
프랑스의 우경화는 다른 어떤 유럽 국가보다 북아프리카계 인구가 많다는 사실에
서 연유한다. 프랑스는 50년대와 60년대 전후(戰後) 성장 시기에 과거 식민국가들로
부터 수십만의 육체노동자들을 수입했다. 전통적으로 대규모인 이민자 가족들의 제
2, 3세대 젊은이들은 정체성의 위기에 빠져있다. 불어로 말하고 그들 부모 조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 그러나 프랑스 사회로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
프랑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황량하고, 답답하며, 저소득과 높은 물가상승의 고립
된 교외 도시에 갇혀, 할 일 없는 많은 빈민가 젊은이들은 자신의 유일하게 진정한
정체성을 경범죄를 일삼는 집단에서 찾는다. 그리고 그들은 범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모든 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의 조짐을 보여줬던 작년 지방자치선거에서 왜 프
랑스 좌파가 40개 도시에서 권력을 잃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사회당의 죠스팽은 4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여론조사에서 현직 대통령인 보수적 쟈크 시라크에 점점 뒤지
고 있거나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죠스팽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은 아마 이민에
대한 강경주의자인 그의 내무부장관d;었던 장 피에르 셰브느망으로부터 나올 것이
다. 열렬한 민족주의자이며 유럽통합회의주의자인 셰브느망은 1991년에 프랑스의 걸
프 전쟁 지지에 저항하는 뜻에서 이전 사회당 정부의 국방장관을 사직했다. 그는 당
시 시민운동(불어 약자로 MDC)이라는 당을 창립했는데, 이 당은 최근 그가 사직할
때까지 죠스팽의 집권 동맹에 참여해왔다. 질서의 보증인인체하고, 프랑스 언론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체"라는 별명을 붙여준 그는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전직 공산주의자 장관, 급진좌파당 (급진적이지도 좌파이지도 않은 소규모 중산층
정당) 지도자들과 초극우 카톨릭 정치인인 비스꽁 필리쁘 드빌리에 등을 포함한 지
지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알록달록한 퀼트 동맹을 꿰매고 있다.
셰브느망의 반미주의와 안보 히스테리에의 영합으로 그는 여론조사에서 죠스팽보
다는 시라크의 지지자들을 더 많이 끌어들여, 2단계로 치뤄지는 대선 과정의 첫 번
째 라운드에서 그는 '제3의 인물'이 되었다. 그가 워낙 잘 되어가고 있어 많은 선경
지명이 있는 프랑스 정치 분석가들은 결승에서 죠스팽-시라크보다 죠스팽-체 사이의
결투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시라크 자신은 녹색당을 제외하고 프랑스의 모든 중요한 정당들에게 연속적으로
제공한 조직적 뇌물 스캔들로 손상을 입었다. 그러나 사회주의자들 또한 부패 스캔
들로 타격을 입었고 좌파, 우파 정당을 막론하고 여러 장관들이 다양한 부패 죄로
수감되었다. 죠스팽 개인의 재정적 고결함이 지금까지 문제시된 적은 없지만, 그의
신뢰도는 람베르티스뜨(편집증적이고 은둔적인 지도자 삐에르 람베르트의 이름을 붙
인)로 알려진 매우 비밀스러운 트로츠키 분파의 스파이로서 사회당에 처음 입당했다
는 사실이 밝혀지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수년동안 죠스팽은 그가 과거 트로츠키
파였다는 소문을 부인하면서 그의 형과 혼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랑소와
미테랑 대통령 시절 사회당 서기로 재직할 때까지 분파주의 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그의 과거 트로츠키파 동지들로부터 나온 공개적인 증언들이 쌓여가자
그는 할 수 없이 그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이것은 우파에게 공격 거리를 제공해주
었고, 죠스팽의 지하 암호명인 "미셀 동지"에 대한 악의적 언급이 죠스팽 비판자들
의 담론을 장식했다.
한편 인종문제를 미끼로 삼는 신파시스트 장 마리 르펜 -악명높은 반유대주의자
이며, 그의 국민전선은 부패와 부실운영 때문에 집권했던 중요한 시장직 세 개를 작
년 지방선거에서 잃었을 때 무력화되었다- 은 다시 한번 여러 대선 여론조사에서
13%나 얻고 있다. (전 부인에 의하면 집에서 히플러를 항상 "아돌프 삼촌"라고 부
른다는 르펜은 나치 수용소의 오븐을 "역사의 세밀함"이라 부른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동시에 죠스팽의 "복수 좌파" 동맹의 다른 두 구성원은 공산당(한때 프랑스의
가장 큰 전후 정치정당이었던)과 녹색당인데, 이들 모두 여론조사에서 약 5%대로
하락했다. 만약 죠스팽이 대선에서 진다면 -르펜과 셰브느망이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는 결승에서- 좌파 동맹은 6월 총선에서 다수를 획득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에 처
하게 될 것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역시 다가오는 9월 선거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있다. 부시
가 의회에서 "악"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몇 주 후, 그의 독일 사민당 -유럽 사회주
의의 모태 정당으로서 역사적인 뿌리가 있는- 은 지난 50년 동안이나 장악하고 있던
함부르크에서 새롭게 창당한 반이민자적 '법과 질서 당'이 기가 막히게 총 투표의 4
분의 1을 얻는 바람에(많은 부분 사민당의 전통적 노동계급 유권자들의 표를 가로챈
것이다.) 권력을 상실했다.
독일 경제는 현재 거의 자유 낙하 상태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슈뢰더의 권력
장악을 도왔던 쟁점인 실업은 거의 10%가 되었으며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지방 조
세 수입을 깡그리 흡수해버렸던 조세법이 기업친화적으로 바뀌어(슈뢰더가 주도했
다), 독일 도시들은 서비스를 대폭 삭감하고 파산 직전에 놓여 있다. 그리고 고용 수
치를 위조하고 과장한 슈뢰더의 노동부 장관을 둘러싸고 엄청난 스캔들이 터져 버
렸다.
신나치 독일국민정당(NPD)를 금지시키려던 시도는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또 다른
스캔들이다. 전체주의적 과거를 가지고 있는 독일에서 어떠한 정당이라도 불법화시
키려는 것은 예민한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며, NPD를 불법화시키는 것은 경제 침체
에 빠져있는 구(舊)동독에서 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신나치를 순교자로 만들어버리는
행위이다. 더구나, 지나친 반이민 태도가 금지 사유로 언급되었던 최소한 5명의
NPD 지도자들은 독일정보기관원으로 밝혀졌다.
이 모든 상황은 보수적인 기독민주연합(CDU) 후보인 에드문트 슈토이버에게 대
단히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그는 바이에른 정치계의 권위있는 거물이며 과거
나치의 악명높은 아부꾼이었던 프란츠 조세프 슈트라우스의 후계자이다. 불타오르는
민족주의자이며 유럽통합회의론자인 슈토이버의 법과 질서, 이민자 강경 담론은 특
히 실업률이 17%나 되는 동독에서 인기있다. 슈토이버 집권의 바이에른은 슈토이버
가 기업들에게 제공한 뜻밖의 보조금 덕분에 유럽의 하이테크 수도가 되었고, 바이
에른의 실업율은 국가 전체의 대략 반정도인 5%를 약간 넘는다.
"바이에른의 기적"을 만든 사람인 체 하는 이 사람이 상대로 자리잡고 있는 한
슈뢰더가 수상직을 지속하게 될 가능성은 올해 가을 독일 의회의 의석수가 거의
10%나 줄어들 것(이전의 보수적 정부가 1996년에 통과시킨 법이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이라는 사실에 더욱 희박해지고 있다. 유력한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
네 차이퉁에 따르면, "만약 올해 선거 결과가 1998년과 똑같이 나온다면, 사민당과
녹색당의 21석 우위는 아마 개혁조치 때문에 8석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평화주의자인 녹색당의 지지율은 당수인 요시카 피셔 독일 외
무장관의 전쟁찬성 견해에도 불구하고, 9.11 이후 여론조사에서 폭락을 거듭해왔다.
슈뢰더의 유일한 생존 희망은 동독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놀라울 정도로 강한
그레고르 기지 주도의 전 공산주의자들인 좌익민주당(PDS)과의 동맹이다. 사민당은
이미 몇 개 지역에서 민사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인 사민
당 지도자 클라우스 보베라이트를 시장선거에서 함께 지지했던 베를린도 포함된다.)
슈뢰더는 민사당과의 동맹을 부정했지만, 2월 여론조사에 의하면 독일 국민 38%만
이 그를 믿는다.
그리고 이탈리아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악의적인 반이민 및 인종주의 캠페인으로
당선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수상이 포스트-파시스트 정당인 국민동맹과 외국인혐오
주의자인 움베르토 보시의 북부동맹 지원 하에 집권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포
르자 이탈리아(전진 이탈리아!)'는 서유럽의 그 어떠한 정당과도 다르다. 이탈리아의
가장 부유한 사람인 그는 가장 많은 당원을 모집하거나 가장 많은 표를 조직화한
자에게 현금과 상을 주던 암웨이와 마찬가지로, 당을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만들었고
그는 이런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갑부로서 이탈리아 텔레비젼의 45%를 소유
하고 있고, 정부의 수반으로서 그는 현재 세 개의 국영 TV네트워크를 통해 추가
45%를 장악하고 있다.
이탈리아 부수상인 지안프랑코 피니 국민동맹 총재는 국민동맹의 전신(前身)인
MSI(1946년 과거 파시스트들이 창당한 '이탈리아 사회운동')에 17살 때 입당했다. 왜
냐하면 좌파 시위자들이 그가 존 웨인의 [초록색 베레모]를 보러 극장에 가는 길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바로 몇 년 전인 1994년에 그는 라 스탐파
에게 무쏠리니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인"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베를루스코니
는 피니를 유럽연합 헌법제정회의에 이탈리아 대표로 지명함으로써 유럽연합을 조
롱했다. 나아가, 베를루스코니는 국영 텔레비젼을 통제하기 위해 전(前) 파시스트 청
년 지도자를 선택했고, 이민장관은 무솔리니의 마지막 보루였던 살로 공화국의 일원
이었다. 그리고 TV 홈쇼핑 프로그램의 전 호스트였던 문화장관은 최근 현대 미술을
"배설물"이라 비난했다.
그러나 야당인 중도좌파 올리브동맹은 내부 권력투쟁에 빠져들면서 완전히 혼란
상태에 있다. 지도자인 전 로마 시장 프랑세스코 로텔리는 최근 [가디언]이 지적했
듯이, "허약하고 열정이 없다". 전 공산주의자들인 좌익민주당의 호리호리한 지도자
피에로 파씨노 또한 보다 카리스마적인 대안을 제공할 것 같지 않다. 노벨상 수상자
인 다리오 포의 절규는 베를루스코니가 차례로 사법부 등의 국가 기관을 그의 손아
귀 아래 두면서 민주주의에 가할 수 있는 죽음의 위협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 외에, 갈색과 검은 피부의 이민자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가 역사적으로 포용력
있고 사회민주주의적이던 스칸디나비아에까지 전염되었다. 작년 10월, 노르웨이 노
동당은 90년 역사에서 최악의 총선 결과에 고통받고 있으며, 루터교 목사인 후엘 마
그네 분데빅이 이끈 보수 연합에 의해 쫓겨났다. 그 다음 달 덴마크 사회민주주의자
들은 50년이래 최악의 결과를 얻어 반이민, '법과 질서' 강령을 들고 출마한 안더스
포그 라스무센이라는 카리스마적 젊은 보수주의자에게 권력을 잃었다. 한편, 극우
정당인 덴마크국민당은 나제3의 정당이 될 정도로 표를 긁어모았다. (스칸디나비아
대륙 어느 곳에서도 이민자는 인구의 5%를 넘지 않는데도 말이다.)
스페인에서는 보수적인 수상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의 인기는 부패로 점철된 펠리
페 곤살레스 사회당 정부를 패배시킨 이래 6년 동안 가장 높다. 그리고 벨기에에서
는 신파시스트 플랑드리 민족주의자들인 '블람스 볼록'은 2년 전 총선에서 총 투표
의 10%를 득표했는데, 이 때 부패병에 걸린 사회당 연합 정부를 희생으로 이 정당
과 기타 극우 정당들이 선전하도록 나섰다. 전쟁으로 확대된 외국인혐오주의적 안보
히스테리는 나치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 선동주의자인 요르크 하이더의 행운을 적
지 않게 도왔으며, 그의 신파시스트 정당인 극우 자유당(FPO)은 1월 말 여론조사에
서 집권 연립정부의 지지율과 똑같은 25%를 기록했다.
에드문트 슈토이버가 내년 가을에 새로운 독일 수상이 된다면, 보수주의, 민족주
의, 반이민이라는 새로운 로마-베를린-비엔나 축은 유럽 연방 건설을 중단시킬 수
있으며, 인권에 대한 유럽연합의 완강한 약속을 없애버릴 것이다. 대륙 위에는 인종
주의라는 어두운 구름에 덮여있는 상황에서 유럽 사회민주주의의 미래는 점점 더
어두워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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