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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복수노조 3년 유예 등 극적 '합의'

노사정, 복수노조 3년 유예 등 극적 '합의'
노사정 로드맵 협상 진통끝 타결... 직권중재 폐지, 필수유지업무제 도입, 대체근로 허용
텍스트만보기   연합뉴스(yonhap)   
▲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사 로드맵 3년 유예 협정식에 참석한 (우측부터) 이상수 노동부장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조성준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이수영 경총회장, 손경식 대한상의회장이 협약서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광모

(서울=연합뉴스) 현영복 기자 = 노사정 대표들은 11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을 조건없이 3년 간 유예키로 하는 등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노사정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열어 2007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2009년 12월 말까지 3년 간 유예키로 합의했다.

노사정은 또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를 폐지하되 필수공익사업에 대해 필수유지업무제를 도입하고 대체근로를 허용키로 했다.

필수공익사업장의 범위도 현행 철도, 전기, 병원, 수도, 석유, 한국은행 등에서 혈액공급, 항공, 폐ㆍ하수처리, 증기ㆍ온수공급업 등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부당해고와 관련,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시 현행 원직복직 원칙은 유지하되 근로자가 신청하는 경우 직장에 복직토록 명령하는 대신 금전보상도 허용키로 했다.

노사정은 이어 부당해고 벌칙조항을 삭제하되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 이행될 수 있도록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구제명령 불이행시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아울러 경영상 해고시 현행 60일인 사전통보기간을 기업규모 등에 따라 30∼60일까지 차등 설정하고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보토록 의무화했다.

종업원이 입사하면 반드시 노조에 가입하고 노조를 탈퇴하면 회사가 해고토록 하는 유니온숍 제도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복수노조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2010년 1월부터 다른 노조 가입과 결성을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 노사정 대표자회의에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조성준 노사정위 위원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으며 민주노총은 불참했다.

노사관계 로드맵이란

(서울=연합뉴스) 현영복 기자 = 노사정이 11일 전격 합의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은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2003년 9월부터 입법화가 추진돼왔다.

노사 로드맵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근로기준법 등 3개 법으로 구성돼 있으며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필수공익사업장 직권중재 폐지, 공익사업장 대체근로 허용, 부당해고 등 노동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과제(총 34개)들이 망라돼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국내 노사관계 경쟁력이 61위로 최하위를 기록해 4년 연속 `꼴찌'를 면치 못하는 등 불안한 노사관계가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로드맵 입법화를 적극 추진해왔다.

정부가 로드맵 입법화를 서두르는 이면에는 국내 노동법 개정을 압박하는 국제 노동계의 입김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93년 이후 모두 13차례에 걸쳐 우리 정부에 노동관계법 개선을 권고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작년 6월 이사회에서 내년 봄 또는 그 이전에 노동법 개정 사실을 보고토록 했다.

youngb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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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협상타결은 반노동 폭거... 11월 중순 총파업"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민주노총은 11일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민주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협상을 타결하자 성명을 내고 "노동부가 앞장서서 야합을 주도하고 있는 반 노동 폭거를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민노총은 "11월 중순 예정대로 총파업을 통해 노사정 합의를 무력화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성명에서 "노동부가 노사정 대표자회의의 주체인 민노총을 제외하고 회의를 연 것은 1500만 노동자를 기만하고 노동권을 유린하는 폭거"라며 "지금 5자만의 합의를 통한 협상 타결은 노동자의 권리를 탈취함과 동시에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영규 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복수노조 금지는 노동자 단결의 자유를 저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고 전임자 임금 지급문제는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로드맵 협상 타결은 노조전임자의 임금을 흥정의 도구로 써서 노동자의 기본권을 팔아먹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 건물 앞에서 규탄 집회에 참여한 민노총 조합원 일부는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끝난 뒤 회의장에 진입하려다 경찰관과 충돌을 빚었으며 퇴장하던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폭행하는 등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재계 "노사정 합의존중... 입법시 충실 반영 희망"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재계는 11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3년 유예 등을 골자로 한 노사정 합의를 "서로 불만을 감내하고 이룬 대타협의 산물"이라고 평가하며 이번 합의에 대해 존중의 뜻을 밝혔다.

재계는 무엇보다 복수노조 허용시 예상됐던 노사교섭 혼란 등 경영 애로를 이번 합의로 일단 피할 수 있어 한 숨을 돌릴 여유가 생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노동쟁의가 반복돼온 '강성' 노조를 둔 대형사업장 기업이나 노조전임자가 상대적으로 많아 임금지급 금지에 큰 기대를 걸었던 기업들은 불편한 속내를 보이면서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노사정 협상 주체로 참여한 경총은 공식입장을 통해 "노사정이 많은 고민과 난관 속에서 한발씩 물러나 힘들게 대타협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따라서 대타협 내용이 향후 국회의 심의.의결 과정에서도 충실히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이어 상당수 기업의 불만을 감안한듯 "경영계는 잘못된 노사관행 개선을 위해선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이 예외없이 금지돼야 한다는 원칙 확립과 복수노조 전면 허용에 따른 산업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면서 이번 합의를 '파국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규정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복수노조 유예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3년간 유예키로 한 합의는 노사관계 안정화, 선진화를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댄 결과이므로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총과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은 여러 기업의 의견을 수렴해 노사정 협상에 임해 논의 과정에서 특정 기업이 다른 기업의 이해와 불일치하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다"며 "일각에서 삼성이 입김을 넣어 복수노조 유예를 관철시켰다는 추측이 일고 있지만 한마디로 억측"이라고 덧붙였다.

SK그룹 관계자는 "여러 쟁점을 담고 있어 사회 이슈화할 문제에 대해 합의 방식으로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 "이번 합의를 통해 노사문화가 좀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성숙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 측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유예에 대해 "원칙대로 내년부터 지급중단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특히 노조 재정여건이 풍족한 대기업 노조는 어떤 경우에도 전임자 임금지급이 중단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본다"고 반발했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복수노조는 허용 시기와 무관하게 교섭 창구가 단일화돼야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동차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지금과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다"면서 "특히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경우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된다고 하면 노사문화에 있어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을텐데 그렇게 안돼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가세했다.

그는 "복수노조 유예의 경우에는 이미 산별노조 전환이 이뤄졌으므로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임종수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도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 지원 관행은 가장 잘못된 관행으로, 노사관계가 선진화되기 위해선 임금 지급이 금지돼야 한다"면서 이번 합의에 불만을 내비쳤다.

또 성수기마다 조종사 노조 파업으로 홍역을 치러온 항공업계는 이번 합의에서 직권중재 제도가 폐지되는 동시에 대체근로 허용 등이 '안전판'으로 인정되는 필수공익사업장에 항공업이 포함된 것을 크게 반겼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업이 여객, 화물수송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환영하고 "다만 우리도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노동쟁의를 사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항공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역할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회사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발전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필수공익사업장을 가진 정유업계는 직권중재 폐지를 원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대세라면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그 대신 필수유지 업무제와 대체근로가 정유업종에도 반드시 허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6-09-11 16:06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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