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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설은 자기 주장없는 ‘따옴표’ 사설이다

조선일보 사설은 자기 주장없는 ‘따옴표’ 사설이다
‘라면사설’에 이어 또 하나의 히트상품 ‘가라사대’ 사설 선보여
입력 :2006-09-12 11:33:00   문한별 편집위원 (mhb1251@dailyseop.com)
한국의 저널리즘을 선도한다는 자칭 '일등신문' 조선일보가 지난번 '라면사설'에 이은 또하나의 히트상품을 선보여 화제다. 조선일보가 최근 '전시작통권' 논란과 관련하여 새로 만들어낸 사설은 일명 '가라사대 사설' 내지는 '따옴표 사설'이라 이름하는 것으로, 사설 내내 "그는.... 말했다(주장했다)"를 반복하며 특정한 문제에 대한 특정인의 견해를 무차별 전달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 2006년 9월 10일자 관련 사설 ⓒ조선일보PDF 

이해를 돕기 위해 12일자 사설 <전작권, 대통령이 맺은 매듭 대통령이 풀어야>를 예로 들어 말해 보자. 사설은 첫머리에서부터 유병현 전 합참의장이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을 늘어 놓는다. “한미연합사 해체 의도는 국가 이익에 명백히 어긋나는 것이며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는 북한만 이롭게 하는 것”이며 “(전작권 문제는)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문제이니 노대통령이 생각을 고쳐먹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는 말이 그것.

이어 유 전 의장이 어떤 인물인가를 잠깐 소개한 뒤, 다시 그의 말로 돌아와 남은 사설칸을 빼곡히 채운다. 그것 말고 사설에 등장하는 것은 말미에 양념으로 살짝 첨가된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의 말이 유일무이하다. 그런 연후에 마지막 문단에서 "유병현 전 합참의장과 한승주 전 주미대사의 이야기에 더 이상 무엇을 보태고 무엇을 빼겠는가. 이제 대통령이 ‘나’를 버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결단을 내리는 일만 남았다"고 말하면 사설 끝~~!

이를 도식적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

A. 유병현 전 합참의장은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 말했다.
B. 유 전 의장에 대한 짤막한 소개.
C. 유 전 의장은 “....”는 것이다.
D. 그는 “....”이라고 했다.
E. 그는 “....”고 주장했다.
F. 이 정부의 첫 주미대사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도 “....”고 말했다.
G. [결론] 유병현 전 합참의장과 한승주 전 주미대사의 이야기에 더 이상 무엇을 보태고 무엇을 빼겠는가....

이상에서 살펴 본 것처럼, 특정한 이슈에 대해 자기 마음에 맞는 사람의 말(이나 성명)을 골라 그것을 문단에 맞춰 무작정 퍼 올리는 조선일보판 '가라사대 사설'(따옴표 사설)의 최대 장점은 사용법이 무척이나 간편하고 용이해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리낌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자유자재로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근거없이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을 쉴 새 없이 뇌까릴수 있는 철심장과 사설의 수준을 형편없이 떨어트린다는 세간의 지적을 일축할 수 있는 안면카바용 철판을 필히 장착해야 한다는 게 흠.

조선일보의 성가를 드높인 '라면사설'이 지난 2001년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면, 이번에 새로 선보인 '가라사대 사설'은 전작권 문제와 관련해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것도 특기할 점이다. 조선일보는 상기한 사설 외에도 11일자 사설 <史上 초유 전직 외교관 성명 “戰作權 단독행사 안돼”>, 6일자 사설 <학문의 元老들이 46년 만에 내놓은 憂國의 소리>, 5일자 사설 <이 정권은 정권 첫 국방장관의 질문에 答해야> 등에서도 특유의 '가라사대'와 '따옴표'를 연발하며 현 정권을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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