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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1인 공석은 헌재 결정에 엄청난 영향”

재판관 1인 공석은 헌재 결정에 엄청난 영향”
[헌법학자에 묻는다] 김종철 교수, 문리적 해석 집착 한나라 주장 조목조목 비판
입력 :2006-09-18 16:46:00   김현미 (99mok@dailyseop.com)기자
▲ 김종철 연세대 법학과 교수(헌법 전공). ⓒ 연세대 법과대학 홈페이지  
“헌재소장의 공백이 정족수(재판관 7인)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결정’에 있어서는 아주 부정적인 고정변수가 된다. 예를 들어 국가로부터 기본권을 침해받은 사람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을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 공석의 재판관일 수 있다.

이 때 재판관의 공석은 이 사람을 지지하지 않는 의견으로 인정되게 돼버린다. 헌재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재판관 6인의 찬성이 필요한데 재판관 1인의 공석은 이처럼 결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상 초유의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발생했다.

헌재는 내부규칙에 따라 소장이 궐위된 날로부터 7일 이내 재판관회의를 열어 소장대행을 뽑게 돼있다. 따라서 19일에도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헌재는 소장 대행체제로 가게 된다.

재판과 회의는 재판관 7인 이상이면 가능하게 돼있어 완전한 업무 공백은 피할 수 있다. 사상 초유의 헌재소장 공백사태가 발생했음에도 한나라당이 ‘자진사퇴와 지명철회’를 고수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종철 연세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적 의무를 방기한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일침을 놓았다.

“독립된 헌법기관의 장이 공백상태인 것은 그 상징성에 치명타”

지난 15일 <데일리서프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헌재소장 공백사태에 대해 “정치 파행으로 독립된 헌법기관의 ‘장’이 공백상태가 된 것은 우선적으로 그 상징성에 큰 치명타를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무엇보다 “소장의 공백보다는 재판관 한명이 없어서 생기는 파장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헌재소장은 소장이자 재판관이다. 헌재가 내리는 위헌법률심판 등의 중요 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물론 소장 공석이 재판이나 회의 정족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6인 이상의 찬성이란 판결 기준에 있어서 공석은 ‘반대’의 뜻이 된다.

김 교수가 지적한 “재판관 한명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큰 이유”는 여기 있다.

따라서 김 교수는 “헌재소장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헌법적 의무를 방기한 국회의 직무유기는 국민들의 눈에 ‘탄핵’감으로 비쳐질 만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김 교수는 △헌재소장과 재판관의 지위 차이에 대한 고려 없이 그리고 헌재소장의 능력과 품성 검증도 없이, 스스로가 만든 법률의 해석문제로 청문절차를 소진했다는 점 △입법권자들이 헌법에서 소장임기를 명시하고 있지 않는 데 대한 입법의무를 행하지 않았다는 점도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주장에 따르면, 헌재 소장은 현재 재판관 재직 중인 자에서만 임명되거나 새롭게 임명되더라도 재판관으로서의 완전한 자격을 취득한 후에라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론은 헌법이 침묵하고 있는 헌재소장의 임기 등 헌재소장의 지위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을 배제하고 철저히 ‘문리적 해석’에만 집착한 것이다.”

“한나라 주장 대로라면 1~3기 헌재소장 임명 관행 모두 위헌”

한나라당은 ‘전효숙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대통령의 지명철회’라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그 이유로 “헌법 제111조 제4항에는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전효숙 후보자는 헌재 재판관직을 사직했기 때문에 민간인 신분으로 헌재소장 자격이 없는 상태”라면서 “절차적 위헌·위법으로 임명절차는 무효”라고 주장한다.

“특정조문의 해석에 대한 독단적 태도가 문제를 꼬이게 하는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한 김종철 교수는 한나라당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헌법 제111조 제4항을 바라보는 단 한 가지 해석만을 고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역사를 통해 헌법학의 독자성을 확보하는데 사용돼온 헌법해석학의 기본적인 명제들을 소홀히 한 채, 정치적 담론과 연계시켜 철저히 문리에만 집착해 해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문리적 해석에 집착한’ 한나라당의 주장을 하나씩 반박해나갔다.

전 후보자의 자격을 문제 삼는 주장대로라면 “지난 18년간 1기부터 3기까지의 헌재소장이 현직 재판관 중에서 임명되지 않은 관행은 위헌”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헌정의 흠결을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가 되고 지난 헌재가 내놓은 결정의 정당성 역시 손상 받을 수도” 있다.

지난 18년간의 관행, 헌정의 흠결 문제 등을 고려해 볼 때 ‘재판관 중에서’라는 부분을 두고 “굳이 문리적 해석에 집착할 논리 필연적인 이유가 없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한나라당의 절차적 치유책도 엄격해석에 반해 위헌”

김 교수는 이어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절차적 치유책도 위헌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의 주장은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로 삼는 ‘재판관 중에서’라는 부분에 대한 ‘엄격해석’에 반(反)한다”는 설명이다.

기존에 진행된 인사 청문이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은 ‘재판관 중에서’라는 부분에 집착, 국회법에 따라 이원화된 청문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전 후보자에 대해 새롭게 재판관임명동의안을 제출하고 법사위의 청문을 거치고 그 다음 헌재 소장 자격에 대한 인사청문특위의 청문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법사위 청문을 거쳤다고 바로 재판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법사위의 청문을 거친 재판관후보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가 있고, 대통령이 임명을 해 재판관의 임기가 시작돼야만 진정한 재판관의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하더라도 “인사청문특위의 소장 후보자의 지위는 여전히 민간인 신분”일 따름이다.

▲ 헌법재판소.(자료사진)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김 교수는 “한나라당이 이런 해석론까지 전개하지 않는 것은 재판관 중에서의 임명하라는 의미를 문리해석 그대로 고집할 수만은 없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재판관 중에서’라는 헌법조항의 해석은 헌법적 차원에서 그 의미가 확정돼야지, ‘하위법’인 국회법의 (청문)절차에 의해 그 의미가 규정되어 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진정으로 헌법조항의 ‘재판관 중에서’라는 부분을 강조하고자 한다면 ‘하위법’인 국회법의 청문절차를 가지고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차라리 “헌법재판관과 헌재소장의 지위에 대한 구분이 선행돼야한다는 점을 주장해야 이들의 주장이 일관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소수의견 때문에 편향성 있다면 다수의견만 펴는 것도 편향된 것”

전 후보자의 판결을 두고 한나라당이 ‘편향적’이라며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데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판결 성향에 기초한 반대론은 헌재의 정치적 중립·독립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정치적 중립·독립성은 “정치적 외압에 영향을 받아선 안 되며 또 정치행위에 재판관들이 관여하는 것을 금한다”는 뜻이다. “헌법에 대한 특정 견해를 가져선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헌법이 유일무이한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수와 소수의견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전 후보자가 소수의견을 자주 주장했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면, 다수의견만 펴는 것도 정치적으로 편향성을 가진 셈이 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볼 때 헌법재판관의 자격요건은 헌재소장의 자격요건에 포섭된다. 다시 말해 헌재소장 자격요건은 재판관 자격요건의 대개념이므로 분리될 이유가 없다. ‘재판관 중에서’라는 헌법규정은 ‘재판관의 지위를 당연히 겸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럴 때 재판관과 소장의 동시 임명은 가능하게 된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위헌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한 김종철 교수는 “소장 임명과 동시에 재판관 임명이 이뤄져 온 기존 관행을 포섭할 수 있는 헌법해석과 국회법에 대한 해석론을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지위가 다르다는 게 재판관과 소장의 자격조건이 달라야한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

그러면서 그는 헌법조항의 ‘재판관 중에서’라는 표현에 대해, “헌재소장의 지위는 ‘재판관의 지위와 함께’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럴 경우 “재판관 임명과 동시에 소장으로 임명할 수 있는 경우가 완전히 배제되지 않고, ‘엄격해석’에 따르더라도 그동안의 헌법 관행을 위헌 상황으로 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게다가 대법관과 자격요건에서부터 구별되는 우월적 지위를 갖는 ‘대법원장’과 달리 “헌재소장의 경우 헌법재판관과 다른 특별한, 우월한 지위를 인정받아야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대법원장은 대법관과 ‘자격요건’에서부터 구별”된다. 여러 심급의 법원을 행정적으로 통괄하는 데다 ‘대법관’의 임명제청권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관 등 각종 헌법기관의 구성권을 독자적 권위에서 행사하는 권한이 있다.

반면 헌재는 “하급심 조직도 없는데다 헌재소장이 헌법기관의 구성에 관여하지도 않는 등 소장이 재판관과 다른 우월한 지위를 인정받을 필요성이 적다”는 차이가 있다.

김 교수는 물론 “재판관의 지위와 소장의 지위가 구별되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지위가 다르다는 점이 재판관과 소장의 자격조건이 완전히 달라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헌법재판에서 재판관의 ‘수평적’ 지위를 강조하기 위해 소장은 재판관의 지위를 겸한다는 점을 ‘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고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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