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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무능이 나을까,부패가 나을까/이해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열린세상] 무능이 나을까,부패가 나을까/이해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서울신문]무능과 부패,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무엇이 나을까. 노무현 정권 시절 특히 대통령선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항간에는 이런 담론이 떠돌았다.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

도덕성을 앞세워 집권에 성공한 노무현 정권에 대해 갖은 흠집 내기를 즐기던 일부 언론에서 정치적으로 양산한 담론 가운데 하나이긴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국민 다수의 피부에 전혀 다가오지 않는 거시경제 지표를 내세워 ‘지표는 좋다. ’고 둘러댔지만,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민초들의 좌절감은 극심한 것이었다. 사실 얼마 전 참여정부 들어 더욱 심각해진 사회 양극화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 소득보다는 자산의 불평등에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그런데 바로 이 자산의 불평등이 가속화되는 원인 가운데 으뜸은 단연 부동산이다. 연구에 따르면 1999년에 부동산이 자산 불평등도에 기여한 비율이 74%인 데 비해,2006년에는 93%로 급격히 높아졌다. 그래서 부동산정책의 실패는 민생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서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 ’는 생각은 전사회적으로 퍼져 나갔고, 또 이명박정부의 집권에 유리한 사회심리적 환경을 조성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진정 무능보다 부패가 나을까. 이명박정부의 초대 내각 후보자들을 놓고 잠시나마 온나라가 떠들썩했다.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이라는 신조어에 이어,‘강부자(강남 땅부자)’,‘1억달러 내각’이란 말이 인구에 회자되었다. 급기야 세명의 장관후보가 낙마한다. 그 중 누구는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한다. ’ 하였고, 또 어떤 누구는 진단 결과 암이 아니라서 남편이 오피스텔을 사주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누구는 부부교수 25년에 재산 30억이면 양반이라고도 말했다. 경제부처 장관 후보는 골프회원권이 2개씩이나 된다고 질타하자 ‘싸구려’ 회원권이라고 맞받았고, 어떤 이는 저서에서 ‘IMF는 축복’이라고 설파하였다.

참으로 새정부는 그들의, 그들에 의한, 그들만을 위한 정부가 되기를 원하는 것일까.‘부자가 천당가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 ’고 한다. 그런데 이명박정부에서는 가난한 자가 장관되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고 해야겠다.

이 나라가 적빈의 지경에 있는 것도 아닌 터에, 모든 부를 ‘도둑질’로 보아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그 부의 축적 과정에 투명성과 정당성의 엄정한 잣대를 여지없이 들이대고 있다. 실패한 부동산정책에 대한 좌절과 분노로 일시 ‘차라리 좀 부패는 했지만 유능한 통치자’가 낫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 낙마한 장관후보에 대한 전국민의 공분으로 볼 때, 국민의 절대 다수는 결코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은 단지 후보자들이 돈이 많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새 정부의 신임 각료후보들이 각종 의혹의 해명과정에서 보여준 안이하기 짝이 없는 사회인식에서 아무 희망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게다. 특히 그 부의 대부분이 바로 부동산이라는 점, 그 부동산이 이 나라 사회 불평등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에서 새 내각과 국민 다수 사이에 넘지 못할 벽을 보았기 때문일 게다. ‘섬김’을 내건 정부에서 과연 누가 누구를 섬겨야 할 것인가.

흔히 좌파는 분열해서 망하고, 우파는 부패해서 망한다고 했다. 일단 분열한 좌파는 이번 대선에서 망했다 치자. 그러면 이제는 부패한 우파의 차례인가. 과연 언제쯤 우리는 무능과 부패 사이의 방황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이해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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