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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럽헌법 부결, 진정한 수혜자는 부시

이렇게 깊은 뜻이

 

 

프랑스 유럽헌법 부결, 진정한 수혜자는 부시
반 신자유주의 승리인가, 극우적 국수주의 승리인가
텍스트만보기   손영우(ywson) 기자   
▲ 유럽헌법을 지지하는 사회당의 캠페인 광고
ⓒ2005 손영우
유럽헌법에 대한 국민투표가 부결된 2005년 5월 29일 저녁 10시, 프랑스는 둘로 나뉘었다.

엘리제궁에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하겠다”는 침울한 ‘항복선언서’를 낭독했고, 사회당 프랑스와 올랑드 총수는 “잘못한 국내 우파정치로 인해 진보적인 유럽헌법이 희생양이 돼, 거부되었다”고 현 정부를 개탄하였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승리의 환성이 울렸다. 국민전선의 한 지지자는 TV인터뷰에서 “골로와는 여전히 존재한다! 골로와가 깨어났다! 골로와가 말했다. 더 이상 못 참겠다고!”(골로와는 프랑스를 건국한 인종을 지칭)소리쳤다. 바스티유광장엔 ‘좌파’ 반대자들 3000여명이 모여 ‘반대’의 승리를 자축하며, ‘자유주의적 유럽 반대’, ‘퇴진 시라크’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과연 누가 승리하였는가?

프랑스는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조스팽 후보가 탈락하고 극우 장마리 르펜 후보가 결선투표에 올라갔을 때와 유사한 충격에 휩싸였다. 그런데 그 당시엔 좌와 우로 희비가 갈렸다면, 이번에는 중도와 극단으로 나뉘어졌다 점에서 상이하다. 하나의 결과를 보고 극우와 극좌가 동시에 ‘승리의 건배’하는 장면은 사뭇 기이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이번 국민투표에선 누가 승리한 것인가?

여론조사기관인 Sofre에서 29일 진행한 출구조사에 의하면 유럽헌법 부결을 가장 이득을 많이 볼 정치인으로 34%의 프랑스인이 로랑 파비우스를 꼽았다. 그리고 2위SMS 장마리 르펜(27%), 3위로는 필립 드 빌리에(22%, 프랑스를 위한 운동 당수, 터키 유럽가입반대)와 올리비에 브장스노(22%, 혁명적 공산주의자 연합)를 꼽았다. 공산당 당수인 마리조지 뷔페는 20%로 5순위에 그쳤다.

내부정치의 희생양이 된 유럽헌법

먼저 로랑 파비우스는 사회당의 2인자로 사회당의 견해와는 달리, ‘현 유럽헌법 선거가 지나면 2007년까지는 현 정부를 견제할 기회가 없다’고 주장하며 현 정부에 대한 반대로 ‘(유럽헌법) 반대’를 주장한 사람이다. 사실 2002년 집권이후 현 정부는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금수혜자 축소, 의료보험 부담금 인상, 35시간 노동제 유연화, 교육제도 개혁 등 이른바 신자유주의 개혁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

이로 인해 지방선거, 유럽의회선거에서 현 여당을 대패하였지만 정부정책의 기조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에 대한 분노가 급기야는 유럽연합선거에 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것은 유럽헌법의 반대이유가 유럽헌법내용(36%)자체보다 실업(46%), 현 정부에 대한 환멸(40%)같은 정부정책의 실패에 있음이 이를 반증한다. 현 라파랭 정부의 무능과 실패로 유럽헌법이 정부심판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투표 다음 달 로랑 파비우스는 현 정부의 해산을 강력하게 주장하였고, 다음 날 시라크 대통령은 라파랭 정부를 해산하고 내무부 장관인 도미니크 드 빌팽을 신임총리로 임명하였다. 또한 선거후 파비우스는 좌파의 분열을 막기 위해 ‘2007년을 위한 좌파의 결집’을 제기하였다. 투표 전에 ‘반대’ 지도자 중 한명인 장 피에르 슈벤느망은 사설방송인 Direct 8과 갖은 인터뷰에서 ‘반대가 승리하면 파비우스의 지도하에 사회당으로 복귀할 수 있 수도 있음을 시사’하여 파비우스의 주장에 힘을 실기도 하였다. 이로 인해 파비우스의 좌파내 입지는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유럽헌법을 희생양으로 삼은 경우이다. 일단 내부정치를 이유로 유럽정치를 배격하는 전술의 정당성은 여기에선 피하기로 하고 여기에서 유럽헌법의 내용은 부차적인 문제였으므로 약술하기로 한다.

확산되는 극우적 국수주의의 망령

둘째, 극우적 국수주의의 국민전선이다. 이들의 주장은 상당히 선명할 뿐만 아니라, 상당히 설득력도 있다. 이들은 유럽연합이 확대됨에 따라 동유럽에 많은 기금이 투여될 것을 우려한다. 이와 함께 동유럽 저가 노동력이 프랑스로 유입되어 실업을 확대시킨다고 예측하며, 유럽연합 중앙 권력 비대화는 프랑스 주권 및 정체성 상실할 것이므로 궁극적으론 유럽연합을 탈퇴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의 문제 해결관점이 인종편견과 종교적인 편견에 근거하고 있다는 문제점은 내포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이 30%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 장마리 르펜의 주장이 다소 과장되었을지는 몰라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우파의 주장에 동조하여 유럽헌법에 반대하였음은 틀림없다.

한편, 다른 극우적 국수주의의 아류로 새로운 부상하는 터키 반대당도 이득을 봤다. 터키의 유럽 가입은 집권당에서도 시라크는 찬성하지만 여당당수인 니콜라 사르코지는 별로 탐탁지 않은 것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뜨거운 감자이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터키가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지리적, 문화적 정서의 문제이다.

즉 ‘터키가 유럽이냐’, ‘유럽의 이슬람에 대한 개방’의 문제이다. 유럽이 무엇인가라는 약간 어려운 문제는 뒤로 해놓고 일단 이러한 반대가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것은 터키와 상당히 지리적 혹은 문화적 유사성을 갖는 ‘키프로스’ ‘몰타’라는 국가가 이미 2004년 유럽연합에 가입하였다는데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당까지 만들어 악착같이 반대하는 저의는 무엇인가? 그것은 유럽가입국 내부의 정치적 권력의 할당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현재 유럽의회 의석이 인구비례로 되어 있는 현실에서 만약 인구 6천 8백만 명의 터키가 가입하게 되면 6천만 명의 프랑스나 영국을 뛰어넘어 정치적으로 가장 큰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에 이어 유럽연합 2위국가가 되기 때문이다. 그에 반대 경제적 수준은 현저히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 낮기 때문에 많은 경제적 지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004년에 가입하고자 하였던 터키의 의지와는 달리, 유럽 시민적 통합이라는 기본가치와 국가의 배타적 이익이라는 현실적 문제의 충돌로 미루어 졌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터키의 가입을 미룰 수만은 없기에 국가의 배타적인 이익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당을 만들어 반대하는 것이다.

▲ 기사관련 도표
ⓒ2005 손영우
신자유주의는 국민국가수준에선 결코 방어할 수 없다

그리고 반신자유주의를 주장하는 공산당과 극좌정당이다. 이들은 유럽연합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이번 유럽헌법이 현재 발생하는 공공서비스의 붕괴, 민영화 추세, 공장의 해외이전 같은 신자유주의 열풍을 제어하기엔 역부족이고, 또한 국가 간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짐으로써 발생하기 쉬운 인종주의적 혹은 종교 주의적 편견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결여되어 있어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유럽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하지만 이는 좀 더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 세계적인 대안세계주의자인 안토니오 네그리는 이례적으로 이번 유럽헌법에 대해 ‘찬성!’ 견해를 밝혔다. 그는 <리베라시옹>과 인터뷰(http://www.liberation.fr/page.php?Article=296227)에서, ‘유럽헌법을 원하는가? 아니면 공산주의 헌법을 원하는가?’라며 공산당과 극좌세력의 좌익주의를 비판하였다. 그는 “유럽헌법은 새로운 세계화된 자본주의 사회인 ‘제국’과 맞설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유럽은 경제적(자본주의적이고 보수적이며 반동적인) 일방주의의 유일사상을 가둘 수 있는 방책’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은 지난 50년대 이후 유럽건설을 미친 듯이 반대하였고, 같은 방식으로 중국의 출현이나 라틴 아메리카의 지역적 동맹에 반대하는 것이다.

지금 공산당 극좌정당은 유럽헌법의 내용이 미국의 신자유주의 모델보다 대안적이 못하다고 비판하지만, 네그리는 이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 비판한다. 유럽헌법은 하나의 통행로에 지나지 않고, ‘진정한 문제는 누가 세계시장을 규제할 것인가’라고 지적한다. 국가수준에서의 저항은 더 이상 자신을 지켜주는 성곽일 수 없고, 오로지 유럽헌법의 지지만이 그가 다중(les mutitudes), 제국에 대한 저항운동을 위한 세계적 대안을 형성케 한다고 했다. 오직 이러한 ‘국민국가의 더러운 오물’이 사라지는 곳이야말로 새로운 정치적 공간이 형성될 수 있다고 하였다. 유럽헌법은 아직 충분히 연방주의적이지 않지만, 더욱 연방주의적인 새로운 단계로 이끌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유럽헌법이 비준되건 안 되건 간에 위기는 도래할 것이지만, 만약 비준이 되지 않는다면 그 위기는 유럽수준, 혹은 프랑스 내부 수준으로 머물겠지만, 비준이 된다면 그 위기는 세계적인 수준일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유럽헌법이 프랑스에서 부결되는 순간, 환성을 지르는 또 하나의 무리가 있었다. 5월 30일자 르몽드에선 네오콘주의자들이 새로운 자유를 얻었다며 ‘프랑스 만세’를 외쳤다고 보도하고 있다.독일의 석학 하버마스 역시 유럽헌법비준의 좌절을 즐길 사람은 바로 ‘조지 부시’라고 신자유주의를 반대하여 유럽헌법을 반대하는 좌파에게 경고한 적이 있다. 유럽내부의 공동체 형성의 지체는 또한 유럽 외부 신자유주의 세력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회피’아니라 ‘맞섬’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

이번 유럽헌법은 2004년 25개국으로 확장된 유럽연합의 의사결정과정을 더욱 순조롭게 만드는데 일차적인 목적이 지니고 있고, 더욱이 예전의 각종 ‘협정’과는 달리 ‘헌법’의 위상으로 남다른 비중감도 지니고 있었다. 유럽위원회 의장을 역임한 자크 들로르에 의하면, 이번 유럽헌법은 미국 중국과 대당할 수 있는 더욱 ‘강한 유럽’이라는 정신과 탈규제의 세계화를 조절하고 국가간 경쟁에서 무너져 버린 복지국가를 혁신할 ‘사회적 유럽’이라는 정신으로 구성된 ‘좌파와 우파 간’의, 또는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 간’의 타협의 산물이다.

실제 유럽헌법의 제정논의는 2001년 유럽이사회에서 공식 선언된 후, 헌법을 위한 ‘유럽회의’가 소집되어 오랜 기간 동안 각국의 정부, 제 정치세력, 그리고 유럽노조연합(CES)을 포함한 제 사회단체의 갈등과 타협을 통해서 초안이 만들어져 회원국의 시민들에게 승인받기에 이르렀다. 유럽헌법의 조인 자체로 새로운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 분명 아닐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좌우의 대립이 더욱 세계적 차원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여하튼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유럽헌법 비준의 거부로 유럽헌법은 이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계기를 통하여 유럽시민들이 더욱 유럽연합의 필요성을 성찰하고, 유럽헌법 역시 시민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프랑스의 언론보도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http://s.tf1.fr/FluxJt/jt13d30052005/jt13d30052005r09.asx
-http://www.tns-sofres.com/etudes/pol/290505_referendum_r.html
-http://www.lemonde.fr/web/article/0,1-0@2-631760,36-655995,0.html
2005-06-02 18:15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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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랑스 좌파의 유럽헌법 반대는 의외다... 운교동 06-03 14:3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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