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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이여, 다 내게로 오라

 

 

비정규직이여, 다 내게로 오라

창립 5돌 맞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비정규노동자 네트워크의 중앙 상황실로
아무도 관심갖지 않던 2000년부터 조직화와 사회 쟁점화에 나서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본격 제기된 지 5년이 지났다. 비정규직은 이제 노동 영역을 넘어 ‘인권’과 ‘사회’ 문제로 등장했고, 한국 사회와 노동운동에 새로운 성찰을 요구하는 핵심적인 용어가 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숱한 싸움과 좌절, 생존권은 물론 심지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투쟁을 거쳐 이제는 ‘제2의 근로기준법’으로 불리는 비정규직 법안 제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정부가 격렬하게 대치 중인 가운데 긴박하게 돌아가는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노동 관련 단체가 있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상생학원 6층에 자리잡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소장 김성희)다.

전교조 해직교사의 ‘노동계 투신’

비정규노동센터는 비정규직 법안 처리 국면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싸움을 시시각각 알리는 등 비정규직 네트워크의 중앙 상황실 기능을 하고 있다. 센터 김주환 기획국장은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의 상황실장을 맡아 날마다 성명서를 만들어 언론사에 뿌리고 있다. 사무실은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고 센터 식구도 11명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에 대한 각종 정보들이 모여든다. 비정규노동센터가 세워진 건 지난 2000년 5월. 비정규직에 대한 개념 정의조차 제대로 안 돼 있고 실태 파악도 거의 없던 때였다. 지금이야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조합운동 안에서 ‘21세기를 관통하는 핵심사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당시에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어느 곳도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에 뛰어들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는 본격적으로 분출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 김성희 소장(맨 오른쪽) 등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식구들. 이곳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각종 정보들이 모여든다. (사진/ 한재호 인턴기자)

센터를 설립한 박승흡 이사장은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으로 5년간 학원계에서 논술강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학원강사로 뛰면서 번 돈으로 센터를 차려 노동운동에 복귀했다. 창립 당시 센터는 박 이사장이 소장을 맡고, 현장 ‘조직’은 조진원 사무국장(현 상임이사)이, ‘정책’은 박영삼 정책국장(현 한국노총 기획조정국장)이, ‘매체’는 이정희 <월간 비정규노동> 취재부장(현 매일노동뉴스 편집부장) 이 담당하는 등 4명이 주축을 이뤘다. 또 김금수 선생(현 노사정위윈회 위원장)을 이사장으로 모셨다. 비정규노동센터가 할 일은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조직화를 촉진하기 위해 광범한 역량을 집약한다”로 규정했다. 센터는 이어 2004년부터 김성희 소장 체제로 바뀌었다.

센터는 창립 직후 ‘비정규 노동자 권리보호와 차별철폐 공동대책위’를 띄워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비정규직 대책위였다. 당시만 해도 대책위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고 참여연대와 여성노조 등이 주로 가세하고 있었다. 센터는 이어 <비정규 노동자의 모든 것 Q&A> 단행본을 펴내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으로 쟁점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비정규 노동자 급증이라는 ‘현상’만 있었지, 비정규직 실태와 노동조건에 대한 연구도 없고 어떻게 조직하고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방침도 전혀 없던 때였다. 센터는 또 2001년부터 <월간 비정규노동>을 펴내고 있고, ‘비정규직 차별시정을 위한 입법 방향’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특히 <월간 비정규노동>은 현대자동차 불법 파견 등 불법 파견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끊임없이 제기하고, 비정규직·중소영세 노동자의 조직화 방안으로 지역일반노조 운동을 불붙여왔다. 현재 지역일반노조는 전국적으로 확산돼 부산지역일반노조 등 20여개 일반노조(총 조합원 약 6천명)가 설립돼 활동 중이다.

“앞으로 대안 마련과 미래 설계가 과제”

김성희 소장은 “그동안 센터가 비정규 노동자의 처지를 드러내고 사회적으로 쟁점화시켰다면 이제 비정규 노동자의 시선으로 본 대안 마련과 노동의 미래 설계가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며 “비정규직이 양극화와 원·하청 문제 같은 과제와 맞물리는 등 한층 더 심층적, 복합적인 양상으로 달라지고 있고, 이에 따라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는 폭과 깊이도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노동센터는 창립 5주년을 맞아 7월13일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기념식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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