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박근혜는 인혁당 사건의 진상부터 학습하라

 

 

박근혜는 인혁당 사건의 진상부터 학습하라
이성을 잃은 건 박근혜와 한나라당
입력 :2005-10-18 12:00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오늘(18일) 기자회견을 갖고 체제수호를 위한 장외투쟁 불사 방침을 천명한다고 한다. 이름하여 '구국대회'라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야당이 국민과 함께 나가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또 17일 열린 당 상임운영위원회에서 천정배 장관의 강정구 교수 불구속수사 지시에 대해 "이것은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고 이것으로 인해 앞으로 우리 체제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터준 바가 되기 때문에 우리 안보와 체제 수호에도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나는 강 교수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의 학문적 업적과 성실성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천정배 장관의 선택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지지와 격려를 보낸다. 강 교수를 매도하고 천 장관을 흔드는 세력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주적'이다. 따라서 박 대표가 구상하는 장외투쟁은 '망국대회'가 될 터이니 국민들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

어지간하면 유신공주라는 박근혜 대표와 '인혁당 사건'을 연관시키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정말이지 해도 너무 한다. 박 대표가 이른바 인혁당 사건을 전혀 모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이름들을 상기해 보기 바란다.

서도원, 도예종, 송상진, 하재완, 우홍선, 이수병, 김용원, 여정남.

1975년 4월 9일 박정희 정권의 사법살인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름들이다. 끔찍하게도 사형은 대법원이 확정 판결을 내린 바로 다음날 전광석화처럼 집행되었다.

출소 후 1년 가까이 자행된 고문 후유증으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분들도 있고, 감옥에서 옥사한 분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지치고 병든 몸으로 평생을 고통과 싸워 오면서도 민주화와 조국통일을 위해 헌신해 온 분들도 있다.

인혁당은 실존하지 않는 중앙정보부 조작의 산물이었다. 목적은 민주화운동의 지원세력을 거세하면서 본때를 보임으로써 유신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정권을 지키고자 했던 파렴치한 짓인 것이다. 게다가 유신체제에 가장 강렬하게 저항했던 경상도 지역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다(사형을 포함하여 유죄판결을 받은 25명 중 20명이 대구·경북·부산·경남 출신이었다).

끔찍했던 고문의 실상을 살아계신 분의 증언으로 재생해 보고자 한다.(재경 대구경북민주동우회/민청학련·인혁당진상규명위원회 편 <인혁당 사건, 그 진실을 찾아서> 2005년 7월)

"그들은 옷을 완전히 벗겨 전신 나체로 시멘트 바닥에 꿇어 앉히고, 손목 발목에 수건을 감고 포승줄로 양 손목과 두 발목을 꽁꽁 묶었다. 다음에 긴 막대기를 사이에 끼워 두 사람이 덜렁 들어 올려 책상 두 개 사이에 걸쳐 놓으니 마치 도살장에서 네발 짐승을 묶어 매단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머리는 천장을 향해 뚝 떨어진다. 이렇게 해놓고 그들은 내 얼굴에 수건을 씌우고 콧구멍에 주전자로 물을 부어 넣는다. 그들은 '서울대 최교수도 이렇게 우리가 죽였다. 그래도 끄덕없다. 너같은 놈은 죽여도 아무런 상관없어' 하며 협박 공갈한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한참 계속하니 지쳐서 비명 지를 힘도 없어 기절하고 말았다."

"나에게도 그들은 두 손을 꽉 묶고 전기줄을 감은 후 기계를 돌린다. 손바닥이 타고 전신이 충격에 아찔해진다. 정신을 잃게 된다. 나도 몰래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그후 법정에서 알게 된 일인데, 당시 지하실에서 전기고문을 받던 또 다른 사람은 하재완이었다."

"나는 좌절했다. 기대했던 검찰권의 양심, 허무한 법의 공정성, 박정희 폭정에 대한 증오심이 내 머리를 압박한다. 저녁이 되어 구치소에 끌려왔다. 폭력 수사관이 내뱉던 말 '천년만에 잡은 정권…'. 박 정권을 신라의 부활로 보는 영남 출신 폭력 수사관들, 아니 그것이 박정희의 역사인식인지도 모른다."

박 정권은 이렇게 모진 고문으로 수사기록을 조작하고, 또 그걸 토대로 재판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며 짐승만도 못한 만행을 저질렀다. 박 정권의 천인공노할 만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고문 흔적이 알려질 것이 두려운 중앙정보부는 시신마저 가족들에게 인계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때 시신 쟁탈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문정현 신부는 경찰차 바퀴에 깔려 불구가 되기도 했다.

이후로 유신체제는 4년여를 연장했고, 그 때 박근혜씨는 소위 '퍼스트 레이디'로서 최고의 권력을 누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박 대표는 자신이 가담했던 유신체제의 만행을 사죄하면서 특히 인혁당 사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면서 평생을 은인자중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 박근혜씨가 박정희 망령에 기대어 야당의 대표에 차기 대권 주자로까지 부상하더니 자유민주주의를 욕보이고 있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나가겠다? 박정희 망령은 박근혜씨를 대권주자 반열에 올려 놓았지만, 바로 그게 업보가 되어 절대 대권에 오를 수 없게 돼 있다. 제발이지, 나라 걱정 그만 좀 하고, 허황된 생각일랑 버리고 은인자중 하기를 바란다. 그게 바로 박근혜 대표가 할 수 있는 구국의 길이다.



외부 필자의 컬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 사이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