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육체파 백설공주' '눈빨간 금자씨' ?

 

 

'육체파 백설공주' '눈빨간 금자씨' ?
부천국제학생애니페스티벌에서 만난 독특한 만화 상상력
텍스트만보기   김대홍(bugulbugul) 기자   
"포니 자동차네? 처음 저 자동차 나왔을 때는 굉장했는데…."

▲ 제7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축사를 하는 손학규 경기도지사
ⓒ2005 pisaf
'꿈, 실험, 도약'을 내걸고 지난 4일 복사골문화센터에서 문을 연 제7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10.4-8). 방문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 건 60, 70년대를 재현한 듯한 추억의 공간이었다.

'아이스케키'를 담아서 팔던 아이스크림 통을 비롯해 매캐한 그을음을 내던 석유 곤로(=풍로), 채널을 돌릴 때마다 '드륵 드륵' 소리를 내던 텔레비전, 못난이 인형까지 1층 공간은 70~80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 제7회 pisaf 캐릭터는 물속에 뛰쳐나온 물고기로 자유로운 상상력을 의미한다.
ⓒ2005 김대홍
75년 4월 20일이라고 적힌 '담배정가표'엔 당대 판매됐던 담배와 가격표가 꼼꼼히 적혀 있었다. 300원으로 가장 고가인 '태양'과 '거북선'에서부터 40원짜리 '새마을'까지 담배종류가 20여 가지에 이르렀다. 흥미로운 사실은 파이프용 담배인 '하루방'이 판매됐다는 것과 '거북선'은 관광객용이었다는 점이다.

▲ 추억의 공간에 있는 물건들. 호빵 기계, 아이스케키통, 석유 풍로.
ⓒ2005 김대홍
추억의 물건을 진열해놓은 공간 옆에선 옛날 교복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불량식품과 '뽑기'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아담하게 재현된 초등학교 교실엔 거칠게 칠한 녹색 페인트가 인상적이었던 책상이 놓여 있었다. 그 밖에 풍금이나 받아쓰기 교본도 눈길을 끌었다.

1층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선 '코주부 삼국지'(김용환), '그림자없는 복수'(박광현), '마음의 왕관'(김종래) 등 시중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복간만화가 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됐다.

▲ 추억의 공간에 있는 물건들. 과거 70, 80년대 학생들이 달고 다녔던 표어 리본과 최초의 국산 승용차 '포니'.
ⓒ2005 김대홍
2층과 3층은 학생(21개 대학과 4개 고등학교) 작품으로 꾸며져 국내 유일의 국제학생 애니메이션 영화제라는 축제 성격을 잘 보여주었다. 로버트 태권 V를 응용한 듯한 캐릭터(공주영상대학 애니메이션과), 할로윈 파티 분위기(세종 사이버 대학), 전설 속 괴물인 듯한 TV박스(경성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부), 모니터를 보는 해골인간(국립순천대학교 만화예술학과) 등 작품마다 개성이 넘쳤다.

▲ 옛날 담배와 담배 가격표
ⓒ2005 김대홍
상상력 속에 재치를 담아낸 작품도 눈에 띄었다. 목원대학교(만화애니메이션전공)는 격투기 선수를 연상케 하는 백설공주와 한복차림으로 영어완전정복을 외치는 '네모공주' 박경림, '친절한 금자씨' 패러디 버전까지 유머 넘치는 작품들로 시선을 붙들었다.

그러나 단지 재미만 주는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으로 숨진 11명의 여성들의 넋을 기리고, 1996년 8월 연세대 사태를 그린 만화들은 만화가 현실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잘 보여줬다.

▲ 추억의 공간에서 재현된 불량식품 '뽑기'
ⓒ2005 김대홍
잠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1층 입구 먹거리 부스와 3층 인터넷 룸, 5층 만화카페가 마련돼 있다. 이중 만화카페는 출판만화를 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다. 또 그곳에선 가장 마음에 든 대학 부스를 선택하는 설문이 진행중이다.

▲ 학생 전시 공간에선 다양한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세종 사이버 대학이 '할로윈'을 컨셉트로 만든 공간.
ⓒ2005 김대홍
그와 함께 상영관에선 전세계 학생들이 출품한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상영중이다. 22개 국가에서 출품된 434개 작품 중에서 고른 50작품(15개국)이 이번 축제에 초대됐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출품 작품이 100여 편이나 늘어 경쟁이 뜨거웠다.

일본 전문 애니메이션 동아리 '일본 애니메이션 스프 베스트'의 작품과 국내 엽기 애니메이션 컬렉션, 브라질의 떠오르는 신인 감독 '길헤름 마르꼰데' 특별전, 우리시대의 애니메이터 등 구성이 다양하다. '세계의 교육'(미국 Calarts, 프랑스 Supinfocom, 프랑스 ENSAD)편은 전세계 정상급 애니메이션 교육기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학생들에게 유익하다.

▲ 목원대가 만든 재미있는 작품들
ⓒ2005 김대홍
올해 행사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작품의 차별성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일반 영화제나 애니메이션 축제에서 볼 수 있는 장편들 대신 희귀작가나 단편 위주로 방향을 잡았다. '고양이의 보은'(모리타 히로유키', '천공의 성 라퓨타'(미야자키 하야오', '유희왕'(츠지 하츠키), '신암행어사'(시무라죠지), '애플시드'(아라마키 신지)처럼 과거 상영됐던 화제작들이 올해 작품목록에선 보이지 않는다.

▲ 만화를 볼 수 있는 휴식 공간 '만화카페'
ⓒ2005 김대홍
그러나 10여 분간 8천장의 사진에 담겨 쉴 새 없이 펼쳐지는 네덜란드 반도 여행을 담은 '반도 여정 8000'(독일), 말하는 미생물과 이야기하는 특이한 주인공 '레 비즈기즈'(프랑스)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게다가 메모리얼 섹션에서 초청한 쿠리 요지는 일본에서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감독이다.

198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애니메이션 개인전시회를 열기도 했던 요지는 1965년부터 18년간 방영된 성인물 '11 PM'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잠재한 초현실적 세계관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한때 최고 인기를 끌었던 못난이 인형 세 자매
ⓒ2005 김대홍
7일 저녁 3시 '안시 페스티발 수상작 컬렉션', 7시 '쿠리 요지 특별전', 8일 오전 10시 '루돌프'가 상영된다. 1회 상영은 4천원, 1일 자유 패스는 1만원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