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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장외투쟁'엔 박근혜·전여옥만 '열렬'

 

 

 

한나라당 장외투쟁'엔 박근혜·전여옥만 '열렬'
  절반이 불참, 민심은 냉랭…지각으로 시작해 흐지부지 끝나
  2005-12-13 오후 5:15:52
  13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학법 원천 무효"를 외치고 나선 서울 명동 길은 냉랭했다. "야당의 무서움을 보여주자"며 감행한 첫 '장외투쟁'이었지만 의원 불참자가 절반이 넘었다. 그나마 태반이 '지각생'이었고, 덩달아 거리 반응마저 싸늘했다.
  
  박 대표 45분 지각, 관중들 "오긴 오는거냐"
  
  이날 박근혜 대표는 예정된 집회 시각에 45분 지각했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늦게 끝난 데에다 교통체증이 겹쳤다.
  
  박진, 박성범, 주호영, 김태환 등 의원 10여 명이 박 대표보다 먼저 나타났지만 투쟁에 나서기는 커녕 아는 얼굴들과 손을 붙잡고 인사하기에 바빴다. 일반 당원들과 함께 박 대표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이들을 대신해 마이크를 잡은 '이름 모를' 당직자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칼바람을 피해 옷깃에 얼굴을 파묻은 행인들은 "곧 박근혜 대표께서 오십니다"란 말에만 가끔 고개를 들었다.
  
  찬 바람을 맞으며 집회 시작을 기다린 지 30분이 넘자, 당원들 입에서도 "왜 이렇게 안오냐"는 불평이 쏟아졌다. "박근혜를 보겠다"며 건물 입구에 서 있던 행인들은 "박근혜가 오긴 오는 거냐"고 수근대다가 제 갈 길을 갔다.
  
  "이제 모든 학교가 전교조의 학교 될 것"
  
  박 대표를 태운 버스가 명동에 도착한 시각은 낮 12시 15분, 은색 파카 차림을 한 박 대표 뒤로 이규택 '우리 아이 지키기 운동본부' 본부장 등 의원 30여 명이 버스에서 내렸다.
  
  박 대표는 앰프가 설치된 트럭에 타자마자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지난 6일 국회에서 날치기한 것은 사학법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이자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이라며 여권 비난에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그들이 통과시킨 사학법의 목표는 사학비리 척결이 아니라 전교조에 사학을 넘겨주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하자, 당원 등 관중 200여 명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죽일 XX들", "XXX, 얼어 죽어라" 등 거친 욕설도 새어나왔다.
  
  박 대표는 "사학법이 통과되면 전교조가 '반 APEC 동영상' 같은 것을 만들어 하루 종일 우리 아이들을 세뇌시켜도 막을 수 없다"며 "모든 학교가 전교조의 학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껏 격앙된 박 대표는 "지금 사학법으로는 우리 아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반미를 배우고, 북한의 아리랑 집단체조에 탄성을 지르며 학교는 정치투쟁의 장으로 변한다"며 극단적인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여당 위해 봉사하는 전교조를 학교 주인으로 세워…"
  
  마이크를 넘겨받은 전여옥 의원의 '규탄사'는 아예 독설에 가까웠다. 현 정권을 향한 비난은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위해 봉사하는 전교조를 학교의 주인으로 세워 열린우리당을 영원한 집권정당으로 만들려는 데에 사학법의 저의가 있다"며 "우리가 끝까지 목숨 걸고 우리 교육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이 정권은 과거사법으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덧칠을 하고 신문법으로 언론탄압을 하는, 개혁을 빌미로 나라를 망치는 '개혁 장사꾼'들"이라며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은 가짜다, 사이비"라고 여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전 의원은 관중들을 향해 "이 더러운 정권을 국민들의 깨끗한 손으로 응징해 달라"고 외치자, 거리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박 대표 떠나자, '투쟁 대오' 흐지부지
  
  연이은 '규탄사'로 잠깐 달아오른 열기는 박 대표가 집회장을 빠져나가자 곧 식어버렸다. 박 대표는 종교계 대표들을 만나 사학법 투쟁에 대한 협조를 구하러 낮 12시 40분께 집회장을 떠났다.
  
  박 대표가 빠지자 의원, 당직자, 당원 100여 명이 전단지를 들고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투쟁'에는 노점상들과 행인들의 따가운 눈총마저 떨어졌다. 길이 막힌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클랙슨을 길게 누르기도 했다.
  
  선봉에 선 이규택 본부장은 "우리는 1시까지라도 하자"며 참석자들을 독려했지만, 분위기가 흐뜨러지자 의원들서부터 하나둘씩 이탈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첫 집회가 '지각'으로 시작해 '흐지부지' 끝나자, 실무진들은 당장 이날 저녁 집회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 없이 집회가 진행이나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16일 저녁 집회를 완결판으로 잡고 사흘간 2회씩 잡은 집회 계획에 대해서도 "날도 추운데 하루 한 번만 하지…"하는 푸념이 공공연하게 새어나왔다.
   
 
  이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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