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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은 말하셨지, "제보자 색출하라"고

암만해도 파시스트 쓰레기 관련 글은 따로 독립적으로 뽑아내야겠다.

 

 

조선일보> 김대중, 누가 '마녀사냥'을 했는가
되돌아보는 <조선>의 두 칼럼... 부메랑 된 진성호 부장의 'MBC 충고'
텍스트만보기   이한기(hanki) 기자   
▲ <조선닷컴>에 실린 12월 5일자 '김대중 칼럼'.


"<조선일보> 김대중은 싸움닭이다"
류근일 전 주필의 '인물평'

<조선닷컴> 칼럼 코너에 소개된,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의 김대중 전 주필에 대한 인물평은 보는 이에게 많은 부분은 시사해준다. 물론 그 해석이 보는 이나 상황에 따라 180도 달라지는 건 또다른 이 인물평의 매력이다.

"인간 김대중(金大中)은 싸움닭이다. 그래서 언론인 김대중도 싸움닭 언론인이다. 그는 항상 누군인가를 향해 시비를 걸고 딴지를 걸며 볼멘소리를 낸다. 그 '누구인가?'는 대개의 경우 끗발 센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뽐내고 폼잡는 사람들은 언론인 김대중의 좋은 '밥'이 돼왔다. 그만큼 그는 몽니로 뭉친 사람이고, 몽니깨나 있을 다른 사람을 접하면 어떻게 해서든 그를 꺾고야 말겠다는 전의(戰意)가 솟구치는 모양이다.

인간 김대중은 또한 청개구리 심보를 타고났다. 그래서 언론인 김대중도 청개구리의 가장 못된 심사를 그대로 빼닮았고 그러기에 그는 남들이 '좋다' 하면 '나쁘다' 하고 '이리 가자' 하면 '저리 가자' 하며 '앉아라' 하면 '서자' 하는 어깃장 선수다.

불행한 것은 아직 우리나라 리더들이 '기자=청개구리'라는 직업적 특성을 치지도외(置之度外)해 줄 줄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언론인들의 불행이다."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가운데, <조선닷컴>의 예전 칼럼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과 진성호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장의 글이 특히 그렇다. 두 사람은 전·현직 <조선일보> '명' 칼럼니스트이자 보수진영 이데올로그의 대표주자이다.

"'황우석과 MBC PD수첩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는 이상한 현상을 목도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좌파 매체와 좌파 성향의 인사들은 한결같이 MBC PD수첩의 보도를 옹호하거나 더 나아가 '황우석 깎아내리기'에 동조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5일 <조선닷컴>에 실린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의 칼럼 도입부다. 그는 「'보통 사람들'에 대한 마녀사냥」이라는 제목의 이 칼럼을 통해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한겨레>, <프레시안>, <서프라이즈> 등 진보성향의 매체의 '황우석 보도 태도'를 싸잡아 비난했다.

김 전 주필은 '마녀사냥' 칼럼을 통해 "오마이뉴스의 한 기자는 이번 사태를 '광신적 민족주의'와 '결과 만능주의'의 결합이라고 극언한 기사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오마이뉴스에서 '국익론에 대한 맹신' '과정의 정당성에 대한 포기'를 거론하며 이것을 개발독재 논리에 갖다붙인 것을 보면 황우석 옹호론을 기득권의 산물이거나 개발독재의 잔재쯤으로 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전 주필은 '대다수 보통사람(네티즌)'의 심경을 대리 토로한다며 황 교수팀의 논문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을 요구했던 언론 매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통 사람들의 의구심은 '황 교수 죽이기'와 'PD수첩 옹호'론자들의 진짜 의도는 무엇이며 그들끼리의 어떤 의견 통일 같은 것은 없는 것이냐에 쏠려 있다"거나, 이번 사안과는 상관없는 좌파 운동의 친북 성향까지 거론하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진성호 "YTN의 PD수첩의 강압취재 특종한 다음 날, 조선닷컴 최고 클릭 수"


▲ <조선닷컴>에 실린 12월 7일자 '진성호 칼럼'.
이틀 후인 지난 7일 진성호 부장은 「'PD수첩'과 '기자수첩'」이라는 칼럼을 썼다. 김 전 주필이 진보 성향의 매체에 메스를 들이댔다면, 진 부장은 MBC < PD수첩>에 총구를 겨눴다.

진 부장은 "택시를 타고 MBC 가자고 말하기가 겁난다"는 MBC 직원의 말을 첫 문장으로 인용하며 "MBC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MBC 제작진의 부도덕한 함정 취재, 말 바꾸기, 안일한 조직 시스템의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며 화난 네티즌의 함성이 사그라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네티즌들은 이미 PD수첩 광고 12개를 '통째로' 사라지게 만들었고, 뉴스데스크 광고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는 중"이라며 "MBC 인터넷 홈페이지는 '저주'가 쏟아지는 전장(戰場)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살짝 <조선닷컴>의 반사이익을 귀띔해주는 센스를 잊지 않았다. 그는 "YTN이 PD수첩의 강압 취재를 특종보도한 다음 날, 조선닷컴도 올 들어 가장 많은 기사 클릭 수를 기록했다"며 조선닷컴 데스크로선 '전율할' 수준이라고 고백했다.

진 부장의 MBC < PD수첩 >에 대한 '걱정'과 '충고'는 계속 이어졌다.

"조선닷컴의 PD수첩 관련 기사에는 'MBC가 비판받으니 조선닷컴 신났구나'라는 투의 댓글도 적지 않게 달린다. 그렇지만 그게 과연 전적으로 '남의 일'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묘한 동병상련(同病相憐)'마저 느낀다. 아무리 환영받던 기자나 연출자도 한 순간의 '부당한' 기사·프로그램 때문에 전 국민의 공적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공정성'이란 공영방송의 가장 초보적인 룰을 파괴한 PD수첩 팀의 완패다. 기자든, PD든 정작 무서워해야 할 것은 정권의 탄압이나, 비이성적인 일부 집단의 광기어린 공격이 아니다. 직업인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을 지키지 못해 독자와 시청자로부터 외면받는 일이다."


그리고 진 부장은 "(MBC) 'PD수첩'의 비극을 (조선일보) '기자수첩'이 밟아선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다짐한다.

황우석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가려졌던 '반쪽의 진실'이 드러난 지금, <조선일보>의 대표논객인 김대중 전 주필과 진성호 부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진 부장의 말마따나 '직업인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을 안다면, 며칠 전 본인들이 썼던 칼럼부터 복기해볼 일이다.


[김대중 칼럼 전문] '보통 사람들'에 대한 마녀사냥

'황우석과 MBC PD수첩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는 이상한 현상을 목도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좌파 매체와 좌파 성향의 인사들은 한결같이 MBC PD수첩의 보도를 옹호하거나 더 나아가 ‘황우석 깎아내리기’에 동조했다는 사실이다.

한겨레신문은 MBC의 사과가 있기 전 “PD수첩의 보도 내용은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며 PD수첩에 대한 비판을 ‘마녀사냥식 공격’으로 못박고 황 교수팀에 대한 문제 제기를 ‘매국(賣國)’ 행위로 몰아간다고 비판했다. 이것을 보고 ‘반가운 기사’라며 “막상 MBC 보도가 뭇매를 맞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답답하다”고 댓글을 단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줄에 섰다.

오마이뉴스의 한 기자는 “그동안 은폐를 위해 거짓말을 거듭해야 했던 황 박사”를 비난하면서 “아직도 철저하게 개발독재 논리에 젖어 있는 우리는 진정 민주화되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사태를 ‘광신적 민족주의’와 ‘결과 만능주의’의 결합이라고 극언한 기사도 있다. 민노당의 한 간부는 “PD수첩은 잘못한 것이 없고 시의적절한 프로였다”며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을 ‘양계장의 닭’에 비유했다.

서프라이즈도, 프레시안도 황 교수팀의 연구 업적을 비난하며 PD수첩을 옹호했다. 지난 1일 열린, 민언련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도 ‘국익을 내세워 진실에 침묵하는 기이한 현상’ ‘기자정신의 패러다임마저도 변질’ ‘PD수첩의 보도는 지극히 정당했고 뒤늦게나마 윤리 문제를 제대로 보도’ 등 PD수첩 옹호로 일관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대다수 ‘보통사람들’은 당혹스러워했다―“도대체 MBC가 저렇게 황 교수를 깎아내려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 “모처럼 세계적 과학자로 발돋움하는 황 교수에 대한 우리의 자부심이 그렇게도 못마땅하단 말인가?” “연구 성과 자체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면 당연히 규탄돼야 하지만 과정상의 실수나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을 교정하는 선에서 지적하는 애정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인가?”

보통 사람들의 의구심은 ‘황 교수 죽이기’와 ‘PD수첩 옹호’론자들의 진짜 의도는 무엇이며 그들끼리의 어떤 의견 통일 같은 것은 없는 것이냐에 쏠려 있다. 세계적 기준에서 볼 때 좌파의 이념 성향은 일반적으로 지구환경, 낙태, 사형제도, 빈부문제, 노조운동, 학생운동, 생명윤리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한국의 좌파도 그런 성향에 치우쳐 있으면서 유독 반(反)서울대, 반강남, 반기득권, 반재벌, 반미에 강한 면을 보여 왔다. 한국의 좌파 운동에는 ‘민족끼리’가 강하며 친북(親北)도 그 줄기를 타고 있다.

이런 것들이 ‘황우석 사태’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일반의 상식으로는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오마이뉴스에서 ‘국익론에 대한 맹신’ ‘과정의 정당성에 대한 포기’를 거론하며 이것을 개발독재 논리에 갖다붙인 것을 보면 황우석 옹호론을 기득권의 산물이거나 개발독재의 잔재쯤으로 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어느 논자는 오마이뉴스에 ‘과학기술과 독점자본과 국가의 유착이라는 고전적 진보이론의 틀로 황우석 현상을 보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의 한 기자는 PD수첩에 대한 비난을 독일의 나치즘, 일본의 제국주의에 빗대어 ‘과거 독재에 의해 강요된 전체주의’로 풀고 있다. 이런 말들은 그 자체로 이견에 대한 관용을 허용치 않고 극단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체면이 크게 손상된 쪽은 대통령이다. PD수첩에 응원을 보내다 ‘수첩’이 사과하는 바람에 공중에 떠버린 대통령의 모습에서 우리는 ‘보통사람’ ‘보통마음’을 읽는 데 실패한 좌파(혹자는 진보라고 부르지만)의 당혹감을 읽을 수 있다.

황 교수에 대해 작은 애정을 지닌 대다수 보통사람(네티즌)들은 어쩌면 지난번 선거에서 개발독재와 전체주의를 거부하고 이 정권을 탄생시킨 주역들인지도 모른다. PD수첩이 협박 수단을 동원해 가면서까지 황 교수 연구 업적을 깎아내리려는 것에 분노하는 ‘보통마음’들은 한국의 축구에서 자존심을 되찾으려 광화문을 물들였던 ‘붉은 악마’들의 바로 그 ‘마음’이었을 것이다.

‘국익’이란 우리가 잘되기를 바라는 의지와 노력에서 얻어지는 것이지 어떤 결과에 대한 배타적 손익계산이 아니지 않겠는가. 이들은 이제 ‘보통사람 깎아내리기’까지 시도하고 있다.


[진성호 칼럼 전문] 'PD수첩'과 '기자수첩'

“택시를 타고 MBC 가자고 말하기가 겁난다.”

MBC 직원이 했다는 이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PD수첩 사태’로 지금 MBC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MBC 제작진의 부도덕한 함정 취재, 말 바꾸기, 안일한 조직 시스템의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화난 네티즌들의 함성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네티즌들은 이미 PD수첩 광고 12개를 ‘통째로’ 사라지게 만들었고, 뉴스데스크 광고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는 중이다. MBC 인터넷 홈페이지는 ‘저주’가 쏟아지는 전장(戰場)이 돼 버렸다. YTN이 PD수첩의 강압 취재를 특종보도한 다음 날, 조선닷컴도 올 들어 가장 많은 기사 클릭 수를 기록했다. 조선닷컴 데스크로선 ‘전율할’ 수준이었다.

이 대목에서 갑자기 기자는 지난해 봄을 생각했다.

“미친 놈은 때려잡는 것이 과거의 상식…옛날 방식이 맞다” “조선일보를 지지한다는 사람이 대낮에 활개 치는 세상이 더 이상 아니다”…. ‘국민의 힘’ 등이 지난해 4월 21일 낮 서울시의회 앞에서 개최한 안티조선 집회에서 공영방송 노조위원장이 내뱉은 말이다. “(한나라당 찍은 것을 예로 들며) 전 국민이 보는 TV에서 공개적으로 내가 ‘또라이’라는 얘기를 누가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말도 했다. 당시 한국PD연합회장은 “조선일보는 요괴”라고 했다. 마이크를 잡은 연사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들어서는 조선일보사 간부나 기자들 이름을 거론하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 기자는 적어도 택시를 잡아타고 “조선일보 가자”고 말하는 것이 겁나지 않았다. 정권을 등에 업고, 코드에 맞는 광기어린 말들을 쏟아내는 이들은 무섭지 않았다. 당시 공영방송 노조와 PD협회 간부들의 이런 생각들은 그들이 생산하는 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담겨 왔다. ‘PD저널리즘의 폐해’란 지적을 받은 이번 PD수첩 사태는 어쩌면 이런 그들 정신세계의 반영물일지 모른다. 위험천만한 시한폭탄이 뒤늦게 터진 것은 아닐까. 지금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PD수첩의 비극은 황우석 박사 연구의 윤리성 문제를 취재했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다. 황우석 팀도 결코 언론 보도의 성역(聖域)이 될 수는 없다. 문제는 취재 과정에서의 비윤리성과 과학저널리즘의 본령을 어긴 파울플레이다. 물의를 빚은 PD수첩 연출자는 지난 6월 27일 방송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신의 아들과의 전쟁’ 편에서 병역 비리 실태를 추적해 시청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PD였다.

조선닷컴의 PD수첩 관련 기사에는 “MBC가 비판받으니 조선닷컴 신났구나”라는 투의 댓글도 적지 않게 달린다. 그렇지만 그게 과연 전적으로 ‘남의 일’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묘한 동병상련(同病相憐)’마저 느낀다. 아무리 환영받던 기자나 연출자도 한 순간의 ‘부당한’ 기사·프로그램 때문에 전 국민의 공적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기자에게 저널리즘 원칙이 있다면, PD에겐 다큐멘터리 정신이란 게 있다. 기자가 아니라 PD가 취재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식의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그보다는 ‘공정성’이란 공영방송의 가장 초보적인 룰을 파괴한 PD수첩 팀의 완패다.

기자든, PD든 정작 무서워해야 할 것은 정권의 탄압이나, 비이성적인 일부 집단의 광기어린 공격이 아니다. 직업인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을 지키지 못해 독자와 시청자로부터 외면받는 일이다.

‘PD수첩’의 비극을 ‘기자수첩’이 밟아선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조·중·동은 말하셨지, "제보자 색출하라"고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언론은 자해했고 정부는 자폭했고
텍스트만보기   김종배(kjbyy) 기자   

▲ 청와대가 < PD 수첩 >의 취재를 막지못했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던 지난 6일자 <동아일보> 기사.
ⓒ <동아일보> PDF

결과론을 들이대고 싶지는 않다. 아직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남아있기에 결과를 전제하긴 이르다. 정보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다. 사자의 머리보다는 인간의 심장을 우선시했던 언론의 접근법에 정보 부족까지 겹쳤으니 오보와 오판이 양산된 게 당연한 귀결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것만은 지적해야겠다. 아무리 정상을 참작한다 하더라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행태들이 있었다.

상당수 언론은 < PD수첩 > 등을 향해 왜 나서느냐고 비난했다. 과학계가 알아서 검증할 문제를 왜 아마추어인 언론이 나서 이러쿵저러쿵 하느냐는 힐난이었다.

< PD수첩 > 등이 하고자 한 건 의혹 제기였다. 판관으로서 논문의 진위를 판별하는 데까지 나아가고자 한 건 아니었다. 진실이라고 믿기 어렵게 만드는 여러 의혹들을 제기함으로써 과학계의 검증을 촉구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런 접근은 법률도 보장하는 언론의 권리다. 설령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도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률 조항 말이다.

보수성과 엄격성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법률조차도 허용하는 의혹 제기 기능을 언론 스스로 부정했다. 자기 발에 스스로 족쇄를 채운 것이다.

"제보자 색출하고 취재 차단하라"며 스스로 족쇄 채운 언론

그 뿐인가. 조중동은 < PD수첩 >의 취재윤리 위반 사실이 밝혀진 후 두 가지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제보자 색출과 취재 차단이 그것이다.

'애초 PD수첩 제보자는 누구인가'<조선일보>
'악의적 제보자는 과연 누구?'<중앙일보>
'PD수첩 뒤에 프로급 제보자 있었나'<동아일보>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 사과성명 직후 조중동이 쏟아낸 기사의 제목들이다.

'황교수 돕겠다던 청와대, PD수첩 협박 땐 뭐했나'<조선일보>
'청 협박취재 알고도 방관… 불씨 키워'<동아일보>


이는 < PD수첩 > 취재윤리 위반 사과성명 직후 나온 기사의 제목들이다.


▲ < PD 수첩 > 제보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보도했던 지난 5일자 <조선일보> 기사.
ⓒ <조선일보> PDF
평지풍파를 일으킨 제보자를 찾아내 엄단해야 한다는 주장, PD수첩의 취재를 사전 차단하지 못한 청와대는 책임지라는 주장이, 다른 곳도 아니고 바로 언론에 의해 제기됐다.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제정돼 있는 마당에, 취재의 상당 부분이 제보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조중동은 제보자를 색출해 엄단하라고 했다.

정무직 공무원의 인터뷰·기고와 협찬을 제한한 정부 홍보지침이 언론자유를 훼손한다고 맹비난한 조중동이 청와대에게 취재과정을 세세히 살펴 문제가 있는 취재는 차단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미디다. 아주 음울한 색조를 띤 코미디다.

음울한 악성보도 코미디

제보자의 고발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는 언론은 없다. 마찬가지로 취재 과정에서 얻은 파편적인 정보를 그대로 기사화하는 언론도 없다. 그것은 충분한 검증과 내부 게이트키핑을 거쳐 비로소 기사화된다. 기사화되기 전에 이뤄지는 취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행되고, 제보 또한 고발과 무고의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하면서 접수하는 게 상식이다. 언론은 오직 보도된 기사를 통해서만 평가받고 검증받는다.

물론 반론의 여지도 있다. 취재행위가 취재윤리를 현저히 위반하고 있다면 중도 제재가 가능할 것이다. < PD수첩 >의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조중동도 바로 이점에 착목했을 것이다.

하지만 잘못돼 있었다. 취재윤리 위반에 대한 비판은 정당했으나 비판 범위는 너무 넓었고 비판 방향은 비뚤어져 있었다.

조중동이 취재 차단을 역설하던 시점에 밝혀진 < PD수첩 >의 취재윤리 위반행위는 미 피츠버그대 연구원 인터뷰에 한정된 것이었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서울대 연구실의 보안을 지적했다. < PD수첩 >이 황우석 교수팀의 사전 허락을 받고 접근한 것조차 문제 삼았다.

황우석 교수에 대한 경호를 책임진 당국은 뭐하고 있었느냐고 비난했다. 황 교수팀의 일거수일투족에 일일이 간섭하면서까지 취재를 차단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중동은 그랬다. 자사 소속 기자들이 해당 공무원의 양해 하에 정부 부처 사무실을 출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 PD수첩 >의 정상 취재조차 차단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재 제한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양자의 합의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조차 조중동은 부정했다.

그래서 조중동을 위시한 일부 언론의 보도는 진위 논란 결과와는 상관없는, 중증 수준의 악성 보도다. 언론이 스스로 취재의 자유와 보도의 자유를 제한했다는 점에서 '자해'를 한 셈이다.

▲ 황 교수가 외부 접촉을 피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지난 6일자 <조선일보> 사설.
ⓒ <조선일보> PDF
답답한 청와대... 신중할 때 나서고, 나서야 할 때 뒤로 빼고

일부 언론이 '자해'를 하는 동안 청와대와 정부는 '자폭'을 하고 있었다.

어제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배아줄기세포는 없다"고 말한 소식을 들은 노무현 대통령은 "좀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참으로 신중한 태도다. 그래서 아쉽고 답답하다. 왜 신중해야 할 때는 나서고, 나서야 할 때는 뒤로 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11월 2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진위 논란을 촉발시키더니 < PD수첩 >의 취재윤리 위반 사실이 밝혀진 후에는 "이 정도에서 정리하자"고 했다.

황교수팀과 관련한 최초 논란, 즉 연구윤리 논란이 불거진 후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사위원회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의 일정을 미뤘고, 엊그제 또 다시 결론 도출을 유보했다.

연구윤리 논란과는 별개 사안인 진위 논란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낸 처사였다. 연구윤리 준칙에 입각해, 또 법률 조항에 근거해 판단을 내리면 될 일을 다른 사안과 연결해 조율하려 한 '정치 행보'를 보인 것이다.

260억원 국민 세금을 황 교수팀에 지원한 만큼 연구 과정과 결과를 관리하고 검증할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의 책임자, 즉 오명 과학기술부총리는 지난 8일 과학계의 재검증 요구가 비등해지는데도 "정부 차원의 재검증은 없다"고 했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부터 과학기술 책임자인 과학기술부총리까지 논란의 전개 양상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이 때문에 논란은 증폭됐고 논란 과정은 거칠어졌고, 논란의 뒤끝은 처참하다.

'자해'와 '자폭'엔 공통점이 있다. 스스로 정당한 자기 권능을 부정했다는 점, 그리고 이런 행태 이면에 자기 권위를 갉아먹는 눈치보기와 야합이 있었다는 점이다.

한달 여의 논란이 빚은 상처가 너무 크다. 국가를 구성하는 각 분야의 뒷모습을 양지에 끌어낸 순기능이 있지만 햇살 아래 드러난 그들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비틀려 있다.

어디서부터 '바로잡기'를 시작할 것인가?


'황우석 폭탄' 터진 날 조·중·동 1면은...
모두 신중한 보도... <조선> <중앙>에는 관련 사설 없어
텍스트만보기   홍성식(poet6) 기자   
▲ 12월 16일자 조선·중앙·동아일보 1면.
ⓒ 조·중·동 PDF
2005년 겨울 한국사회 전체를 뒤흔든 뜨거운 감자 '황우석 폭탄'이 다시 터진 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각각 5~7개면을 할애해 관련 소식을 집중 보도했다.

16일자 <조선일보> 1면 톱기사 제목은 「"황교수 복제 줄기세포 없는 것 같다"」였다. '미즈메디병원 노성일씨 밝혀... 황 교수는 "복제세포 있다" 반박'이란 부제 아래 쓰여진 기사의 핵심내용은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의 "황 교수가 만들었다던 복제 배아 줄기세포가 하나도 없는 것 같다"라는 발언 내용과 발언에 이어진 각종 파장.

<조선일보>는 "연구 자체를 가짜다 진짜다라고 확언하기 힘들다"며 황 교수의 연구결과 부풀리기가 있었음을 확인한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과 함께,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황우석 교수와의 통화내용을 실었다. 황 교수는 "복제 배아줄기세포가 있느냐"는 <조선일보> 기자의 질문에 "그럼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조선일보>는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가 상당수 조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15일 밤 "국민들은 극도의 허탈감과 당혹감에 휩싸였다"고 썼고, 이번 사태를 보고 받은 후 "좀더 지켜보자"고 말한 노무현 대통령의 반응도 함께 보도했다. 하지만 황 교수와 관련된 사설은 없었다.

<중앙일보>는 1면 제목을 「황우석 진실은... 공동저자 노성일씨 "줄기세포 없다는 사실 알았다"」로 썼다. <중앙일보>는 <연합뉴스>를 인용, "황 교수팀으로부터 배아 줄기세포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했고 안규리 교수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늘을 한국 과학계의 국치일로 선언해도 좋다"는 서울대 의대 이왕재 부학장의 발언을 전했다.

이에 더해 황 교수 연구팀의 이병천 교수가 현재 냉동 보관중인 줄기세포를 꺼내 복원작업을 하고 있으며, 복원작업이 끝나려면 통상 2~3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아직까지 작업이 끝나지 않았고, 냉동 보관중인 또다른 줄기세포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역시 황 교수 관련 사설을 게재하지 않았다.

<동아일보> 역시 「"황우석 줄기세포 가짜" 주장 파문」이란 제목 아래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동아일보> 역시 노성일 이사장과 이왕재 서울대 의대 부학장의 발언내용을 주요하게 다루었다.

이에 덧붙여 황 교수팀의 일원인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가 "나는 줄기세포가 몇 개 있는지 모른다, 섀튼 교수에게도 줄기세포가 있는지 물어봤으나 섀튼 교수도 모른다고 대답했다"고 하는 인터뷰 내용도 함께 실었다.

<동아일보>는 조·중·동 3개 사중 유일하게 '황우석 교수가 모든 것을 밝혀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A35면에 실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사설의 요지는 "허탈감을 넘어 공황상태에 빠진 온 국민과 세계가 황 교수를 주목하고 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으니 아무리 괴로워도 황 교수가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 "줄기세포 있는가" - 황우석 "그럼요"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 김선종 연구원에게 책임 전가하기도
텍스트만보기   손병관(patrick21) 기자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16일자 <조선일보>를 통해 입을 열었다. 이 신문은 지난 6일에도 칩거중인 황 교수와 단독 인터뷰를 한 바 있다.

노 이사장이 이날 "줄기세포는 없는 것 같다, <사이언스> 논문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황 교수는 15일 <조선>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 이사장이 사이언스 논문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한 건 사실이다, 나는 (노 이사장이 논문에서 이름을 뺄 상황이 되면) '같이 빼자, 아직은 검사해야 할 것이 많으니'라고 말했다"며 "노 이사장에게 경거망동 말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줄기세포의 존재 여부에 대해 "줄기세포는 아직 동결 과정에 있는 것이 많다, 일부는 배양을 하고 있고 아직 배양에 못 들어간 것도 많다"며 "차츰 시간을 갖고 배양을 해서 검사를 해야 하는데 절차나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사진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황 교수는 이 과정에서 "사진 자체를 김 박사(김선종 연구원 - 편집자 주)가 찍었는데 사진에 오류가 있는 건 확실하다"고 김 연구원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노 이사장은 "황 교수가 최근 김 연구원에게 '12월 27일까지 한국에 들어와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도움을 달라, 만약 돌아오지 않을 경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하더라"며 이와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다.

황 교수는 "마지막으로 묻겠다, 줄기세포는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럼요, 자 여기까지"라고 말문을 닫았다.

16일자 <동아일보>도 지인의 입을 빌어 황 교수의 입장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황 교수는 15일 서울대병원을 찾아온 고교 후배 장모씨에게 "이번 연구에 버금가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가짜 논란이 있는) 이번 연구도 3개월만 시간을 주면 똑같이 다시 입증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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