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사학법 처리'로 정세균이 뜬다

정말로...

진작에 이레 갈껄 그랬다.

 

 

'사학법 처리'로 정세균이 뜬다
노 대통령 당선 3주년... 한나라 압박+청와대 끌어안기
텍스트만보기   박형숙(xzone) 기자   
▲ 열린우리당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 3주년을 맞아 18일 오후 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참여정부 3년 평가와 향후 국정운영'을 주제로 가진 당·정·청 워크숍에서 정세균 당의장과 이해찬 총리,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아까 정 의장이 미래평화민주개혁세력 얘기를 하길래 대통령 후보 연설하는 줄 알았다(웃음)."

'12·19 대선 승리 3주년'을 맞아 열린 당·정·청 워크숍의 사회를 맡은 유재건 의원의 말이다. '참여정부 3년 평가와 향후 국정운영'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이해찬 국무총리, 정세균 당의장,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150여명의 의원, 장관, 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했지만, 규모에 비해 '알맹이'는 없었다.

자화자찬에 그쳤다는 게 중평이다. 이해찬 총리는 노 대통령의 업무가 시작된 2003년 2월 북핵위기, 카드대란, 소수여당 등 참여정부가 처한 상황을 떠올리며 지난 3년간 이뤄낸 경제, 정치적 성과를 강조했다.

주요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세레모니(기념행사)지 뭐"라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식이다. 청와대에 각을 세워왔던 한 재선의원은 "지금은 (청와대 인적쇄신 얘기가) 나올 때가 아니"라며 정기국회 끝난 뒤 당·정·청 쇄신 주장이 본격화 될 것이라 내다봤다.

87년 주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로 이어져

그런 가운데 다소 예상치를 벗어난 정 의장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정 의장은 기조 발제를 통해 "소수 기득권세력을 위한 수구우파가 집권을 한다면 그것은 역사의 후퇴이자 재앙이 될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겨냥, '반(反)수구' 전선을 명확히 했다.

또한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으로 임시국회가 공전되는 상황에 대해 정 의장은 "20세기 정치박물관에나 보낼 구태"라며 "'한나라당이 OK를 할 때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 야당에 의한 변형된 독재에 다름 아니"라고 목청을 높였다. 아울러 "과거에는 행정 독재를 하더니 지금은 의회 독재냐"며 은근히 유신 시절을 겨냥했다.

정 의장은 현 집권 세력이 최소한 10년은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며 '3주체론'을 내놨다. △앞으로 성장동력을 이끌어낼 경제주체인 미래세력 △남북통일의 견인차 역할을 할 평화세력 △지속적인 개혁을 주도해갈 민주개혁 세력을 아우른 '미래평화민주개혁세력'의 결집이 그것.

재집권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민주개혁세력, 평화개혁세력 등 이름만 바꾼 민주세력 재결집론이 다양하게 제기되어왔다. 여기에 정 의장은 '미래세력'을 추가해 보다 포괄적으로 '범중도'의 결집을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 측근 의원은 "앞으로 뭘 먹고살까 하는 문제에 있어 무선 휴대인터넷(WiBro) 사업 등 첨단 IT산업이 과거 산업화 세력을 대체할 그룹"이라며 "필요하다면 향후 인재 발굴시 이런 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나라당을 '반(反)수구'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이 의원은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주도하는 흐름은 수구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이번 장외투쟁을 보더라도 이념대결로 몰아가고 부산에서 장외집회를 여는 등 지역주의를 자극하려 하지 않냐"고 말했다.

정 의장은 '87년 체제'의 주체세력을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로 설정하며 이를 바탕으로 분열과 대립을 극복할 수 있는 생산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혀 '민주당 통합'에 대해서도 뉘앙스를 풍겼다.

청와대도 만족 "잘하고 있다"

정 의장이 이날 원고에도 없는 '에드립'을 써가며 한나라당을 향해 강경한 태도를 보임과 동시에 열린우리당의 재집권 비전을 내놓는 등 '임시의장을 넘어선' 행보에는 최근 정국운영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에 힘입은 바 크다.

청와대에서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아예 처음부터 정세균 체제로 갔으면 어땠을까 싶을 만큼 스마일('미스터 스마일'은 정의장의 별칭) 속에서 강단과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원내대표 시절부터 대통령을 설득하는데도 능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당내에서도 정동영·김근태 두 차기주자의 계파 갈등을 자제시키며 사학법 처리라는 강수를 선택, 모처럼 당 결속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 '정세균 추대론'을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 의장측은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내심 경제부총리, 재경부장관 등 '입각'을 준비하는 눈치다.

정 의장의 리더십이 발휘되는 데에는 환경적인 요인도 크다. 지지율 최하의 상황이 가져다준 위기의식, 또 계파 간 대결을 자제하는 정기국회라는 점, 무엇보다도 정 의장이 내년 전당대회 구도와 무관한 인물이라는 점 등이 작용한 결과라는 얘기다.

하지만 내년초 노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 발표, 차기주자들의 당 복귀, 개각 등 본격적인 정치 일정이 시작되면 당·정·청 관계에 어떤 지각변동이 일지 장담할 수 없다. 차기주자측에선 당이 확실하게 정치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워크숍에서 한나라당의 저지 속에 통과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 "당·정이 하나의 목소리로 힘을 모았기 때문"이라며 "참여정부의 성공 없이는 우리당의 미래는 없다"고 말해 당·정·청 결속을 강조했다. 또한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당시 제기된 정파를 초월한 '여야 합동의원총회'를 다시 꺼내들기도 했다.
관련
기사
강경한 정세균, 민주·민노 등과 '단독국회' 시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