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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최고 핀란드, 경쟁력 1위인 까닭

 

 

 

세금논쟁, 제대로 된 싸움 시작됐다
[진단-윤종훈 회계사] 세금 최고 핀란드, 경쟁력 1위인 까닭
텍스트만보기   윤종훈(ydh001) 기자   
▲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연설에서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조세제도를 바꿀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며 세금논쟁에 불을 지폈다.
ⓒ 청와대 홈페이지
불붙은 세금논쟁, 이제 제대로 된 싸움이 시작된 것 같다.

세금논쟁은 민주와 반민주, 지역감정 등에 의해 나뉘었던 과거의 정치구도와는 질적으로 다른 구도를 만들 것이다. '국보법 폐지'의 구호 아래 하나가 되었던 자칭 진보주의자들에게 세금논쟁은 여러 가지 복잡한 고민을 던져줄 것이고, 서로에게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확인시켜 줄 것이기 때문이다.

98년의 일이다. 당시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직은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였는데, 이를 과세사업자로 되돌려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하자 전문직이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평소에 언론을 통하여 진보주의자로 이름을 떨치던 유명인사들 역시 강하게 반발해 필자가 매우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이후 몇 년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후보의 가장 큰 공약은 변호사를 다시 면세사업자로 돌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몇 달 전 모 노동조합산별연맹의 간부를 대상으로 조세정책에 대해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 진보정당의 지지자로서 '조세정의'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필자가 주장한 조세정책 중 자신이 속한 산업에 불이익이 되는 부분에 대하여는 반대하고 나섰다.

진보의 가치는 자신에게 손해가 나지 않는 한에서 의미가 있다고 믿는 자는 유사 진보주의자일 뿐이다. 세금논쟁이 점차 깊어질수록 이러한 유사 진보주의자들이 구별될 것이다.

지난 1월 18일의 대통령 신년연설은 세금논쟁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런데 그 이후의 대응을 보면 과연 제대로 준비를 하고 화두를 던진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일부 언론에서 대통령의 연설을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자 모두 놀란 토끼눈으로 바라보고만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을 말던가!

좀 더 제대로 된 세금논쟁을 위해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1. 세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보여줘라

우선, 세금은 걷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쓰기 위해 걷는 것이다. 외국과 비교하여 조세부담률이 낮으니 세금을 좀 더 거두어야겠다는 식은 백발백중 깨지게 마련이다. 먼저, 세금을 어디다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하여 명확한 그림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쓰겠다고 제시하지 않았냐고? 그걸로 됐다고 믿는다면 그야말로 아마추어에 불과하다. 조세부담률을 높이는데 국민적 동의를 얻으려면 중산층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소외계층을 좀 더 도와주어야 한다'는 개념으로서 복지확대나 양극화해소에 대해 심정적으로 반대할 사람은 없다. 이는 '착하게 살자'는 구호만큼 너무도 당연한 도덕교과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정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자기의 주머니에서 돈을 좀 더 꺼낼 만큼 적극적 지지를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중산층을 움직이려면 세금을 좀 더 거두어 이러한 방향으로 쓰는 것이 성장 동력이 돼 장기적으로는 국가와 자신에게 도움이 됨을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WEF가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

 

국가

2005년 순위

2004년 순위

핀란드

1

1

미국

2

2

스웨덴

3

3

덴마크

4

5

타이완

5

4

싱가포르

6

7

아이슬란드

7

10

스위스

8

8

노르웨이

9

6

오스트레일리아

10

14

 

ⓒ (출처 : WEF 국가경쟁력 보고서)
2005년에 발표된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핀란드가 1위, 스웨덴이 3위이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조세부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고, 핀란드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라이다. 신자유주의자들에 따르면, 조세는 기본적으로 경제의 효율성을 해치므로 국가의 기능은 가능한 한 축소하고 조세부담률은 낮아야 경제가 좋아 진다. 그런데 조세부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국가경쟁력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다니?

그 이유는 인적 자원에 있다. 핀란드의 노키아는 외국인 지분이 80%에 이른다고 한다. 게다가 세금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왜 핀란드를 떠나지 않는가? 노키아의 기술력을 유지해줄 만큼의 유능한 인력을 공급받는데 핀란드가 최적이기 때문이다. 비록 조세부담률은 높지만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투자를 함으로써 유능한 인적자원을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여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교육을 사적 시장에 맡겨놓고 국가자원은 도로 닦고 공장 세우는데 대부분 소진하였다. 경제 관료와 보수주의자들은 아직도 눈에 보이는 뭘 세워야 경제가 성장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실제로 골프장 300개만 세우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헛소리도 한다).

진보는 사람을 믿고, 보수는 자본을 믿는다.

"보육과 교육은 국가가 책임지겠습니다."
"세금이 학원비를 대신합니다."


무상교육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정부에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지만, 공공근로 수준의 몇 만개 일자리 창출만으로는 해결이 안된다. 실업부조, 직업중개, 직업훈련 및 평생학습, 사회적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 조정정책 등을 총괄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70년대 '수출만이 살길이다' 수준으로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2. 조세부담률을 높이는데 방향과 순서가 있어야

조세부담률을 높이는데 있어서도 확실한 방향성과 이에 따른 순서를 제시해야 한다. 일단, 조세부담률을 높인다고 하면 대부분 기존의 세율이 올라가거나 새로운 세목이 신설될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므로, '지금 거두어야 할 세금은 제대로 거두고 있나?'는 문제제기가 뒤따를 것이다.

최근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규모는 GDP 대비 약21%에 이른다고 한다. 스웨덴의 경우 3~4%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만약, 투명성을 높여 탈세 규모를 축소시키는 제도 개선 없이 단순히 기존의 제도에 세율을 높이거나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는 방향으로만 진행한다면, 기존의 성실한 납세자에게만 덤터기를 씌우는 꼴이 되어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단순 계산에 의하면, 우리나라 지하경제규모를 선진국 수준으로만 낮추어도 조세부담률이 4% 정도는 올라간다. 투명성을 높여 탈세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①실물거래의 투명성 ②예적금 거래의 투명성 ③유가증권 거래의 투명성 ④부동산 거래의 투명성 을 높이는 제도 개선 방안(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추후에 논의하고자 한다)을 동시에 제시해야 소위 '풍선효과'에 의한 부작용을 줄일 수가 있을 것이다.

투명성을 높이는 위의 제도개선 효과가 현실적으로 나타나기 위하여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 따라서 근본적인 조세개혁 방안을 전면에 내세우되 과도기적인 재원마련 방안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단 그 실효성과 정당성이 의심되는 비과세감면을 대폭 축소하면, 세수증대 효과는 당장 나타나므로 이에 대한 시행이 시급하다. 그리고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고소득자 및 대기업에 특혜를 준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 특소세 축소 등의 조치를 원위치 시켜야 한다. 이러한 조치를 취하고 나서도 세원이 부족할 경우에 비로소 추가적 세율 인상이나 한시적인 목적세 신설 등의 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의 선거에서는 조세정책이 가장 큰 이슈가 되며, 조세정책이 각 정당의 정체성을 구별하는 가장 큰 잣대가 된다. 재원마련 방안이 없는 장밋빛 공약은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선진국 국민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기 때문이다.

세금논쟁이 출생지 또는 20여년전 청년시절의 경험과 인맥 등과 같이 과거에 의해 갈라놓은 현 정치구도를 미래에 대한 비젼에 따라 재편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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