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장애인 아내 먹이려고 도둑질한 40대 가장” 누리꾼들 울렸다

 

 

 

장애인 아내 먹이려고 도둑질한 40대 가장” 누리꾼들 울렸다
군산경찰서는 사연 알고 불구속입건…일부 악플러들 댓글에 눈쌀
입력 :2006-01-26 21:01   유성호 (bonjourpoem@dailyseop.com)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개의 경우, ‘설’의 이미지는 단란한 가족의 형상으로 다가든다.

그러나 날로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 문제는 어떤 이들에게 명절을 명절답게 지낼 수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26일 연합뉴스에는, 설을 앞두고 임신한 장애인 아내와 어린 아들을 위해 대형 할인점에서 식료품 등을 훔친 40대 가장이 경찰에 붙잡혔으나 딱한 사정이 인정돼 불구속 입건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26일 전북 군산에서 무직자 김모 씨(41)가 21일 오후 1시께 군산시 경원동의 한 대형 할인점에서 가위로 도난 방지용 라벨을 잘라낸 뒤 우족(牛足)과 생선, 장난감 등 17만원어치를 옷 속에 숨겨 가지고 나오다 적발돼 입건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김모씨의 범행 동기는 작년 7월 실직한 뒤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수입이 끊기면서 다음 달 출산하는 아내(41.지체장애 2급)와 아들(8)이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하게 되자 그만 남의 물건에 손을 대고 만 것이라고 기사는 전했다.

‘눈 딱 감고 한 번만…’ 하는 생각에 물건을 훔쳤지만 김씨는 오랜만에 먹는 고기반찬과 새 장난감에 즐거워하는 아내와 아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김 씨는 이 할인점에서 25일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갈비와 생선, 출산용품 등 150만원어치를 훔쳤으며 이중 일부는 환불해 현금을 마련하기도 했으나, 영수증도 없이 여러 번 물건을 반품하는 김씨를 수상히 여긴 직원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김씨는 경찰에 넘겨진 후, “가장 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남의 물건까지 훔치게 돼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다시는 나쁜 짓 하지 않고 일자리를 구해 떳떳하게 돈을 벌도록 노력하겠다”고 눈물로 선처를 호소해, 불구속 입건으로 풀려났다.

이에 대해 군산경찰서 측은 “김 씨를 구속할 경우 거동을 잘 못하는 부인과 아들의 생계가 막막해지는데다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불구속 입건했다”며 “한순간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앞으로는 올바른 길을 갔으면 좋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판 장발장 돕자” 누리꾼들 호응 이어져

이 같은 소식이 네이버와 엠파스 등 주요 포털사이트 뉴스 코너에 올려지면서, 누리꾼들은 검찰과 법원에 김 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한편 김 씨를 돕고 싶다면서 계좌번호나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댓글을 연이어 올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사흘 굶어 도둑질 안할 사람이 없다는 옛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사건의 주인공인 김 씨를 ‘2006년판 장발장’으로 규정했다.

아이디 ‘mafiaking’는 “나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 그 분의 마음 십분 이해한다”며, “능력이 안될 때 가장으로 느끼는 비애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겠죠. 내가 굶어 죽는 한이 있다한들 딸린 식구가 굶는것 그것만큼 비참한 기분 없겠죠. 힘 내시구요. 조금 힘든 일이라도 그 정성으로 일자리를 구하면 꼭 가정에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행복한 가정 꾸리세요”라고 적었다.

아이디 ‘namekkt’도 “우리나라의 복지환경이 더 발전하여 이제 명절이든 언제든 저런 기사를 안보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또 아이디 ‘ran0907’은 “아이 둘 가진 엄마로써 눈물이 난다”며 “한 쪽은 명품 바람에 낭비에 또 낭비 바람인데, 한 쪽에선 굶는 사람, 버려진 아이들, 버려지고 병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있으니 안타깝다”고 우리 사회의 고착화된 양극화 현상을 비판했다.

김 씨와 같은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을 비판하는 글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아이디 ‘bach00’는 “예산이 남아돈다고 괜히 엄한 가로수를 뽑았다가 다시 심는 뻘짓거리 하지 말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적었다. 또 아이디 ‘bokgil82’도 “청계천에 30억 짜리 조형물 설치할 돈으로다가 이런 실업자 도와주면 얼마나 좋아 썩을 놈들”이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hatmaker’는 “가족! 처자식이 뭐길래?”라며 “그도 도둑질로 처자를 먹여 살리고 싶진 않았겠지요? 지금 사회의 바닥에서는 일자리가 고갈되어진지 오래. 그저 이러한 현실이 안타까울 뿐. 남들은 모두 먼데에서 봄을 만끽하건만 차가운 겨울에 발가벗겨 홀로 남겨진 이들의 쓸쓸함. 오늘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라고 이번 사건의 의미를 환기시켰다.

그러나 몇몇 누리꾼들은 이 사건과 별반 연관이 없는 ‘대북 퍼주기 논쟁’과 ‘황우석 사태’에 대한 댓글을 반복적으로 달아 다른 누리꾼들로부터 “검찰에 처벌되어야 할 ‘악플러’들은 바로 당신들 같은 사람들”이라는 빈축을 샀다.

한편 김 씨의 안타까운 사정을 고려해 불구속 입건을 결정한 군산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에 사는 한 독지가가 김 씨를 돕고 싶다는 전화를 걸어오는 등 김씨를 돕겠다는 전화가 계속되고 있지만, 가족들이 받을 충격을 우려한 김 씨가 자신의 범행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어서 도울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