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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철학' 정면 충돌

제목이 잘못됐다. 수첩 공주한테 철학은 니미

 

 

'증세'냐, '감세'냐
노무현-박근혜 '경제철학' 정면 충돌
[분석] 신년 회견으로 본 3대 논쟁... 본격적 정책 토론 불가피
텍스트만보기   김종철(jcstar21) 기자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오마이뉴스 이종호
색깔은 분명해졌다.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신년회견 내용을 보면 그렇다.

'세금을 늘릴 것이냐, 말 것이냐'로 시작된 세금 논쟁은 정부 역할과 재정문제, 양극화 해법 등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당장 증세 개혁을 포기하긴 했지만 증세를 둘러싼 여야간 논란은 여전하다. 올해 사회경제적 화두로 떠오른 양극화 해법에 대한 인식차도 크다. 재정지출을 통한 복지확충과 사회적 일자리에 대해 대폭적인 정부 구조조정과 규제완화가 맞서고 있다.

이제 공은 국민에게 넘어왔다.

박근혜 대표는 26일 기자회견서 이를 두고 국민의 선택을 받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사회경제적 해법을 둘러싸고 여야간 별다른 차이가 없던 과거와 달리 세금논쟁으로 촉발된 '노무현-박근혜의 경제논쟁'에 국민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거리다.

논쟁 1. 증세 - 감세 "늘리진 않겠지만 필요" 대 "과감히 세금 줄여야"

노 대통령은 '당장'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세금을 늘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민이 반대하는 일을 무리하게 한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 "세금 올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세금논쟁의 단서가 됐던 지난 18일 신년연설에 대해서도, "우리 재정과 복지 지출 규모에 대해 책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어, 정부의 세출 구조조정과 예산 효율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고소득 자영업자 등에 대한 탈루소득 과세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지는 남겨놓았다. '현행 세율과 조세체계안의 감면제도 개선'이라든가, '세원 발굴' 등을 언급했다. 이는 간접적으로 세금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노 대통령은 또 "세원을 발굴하고, 다른 예산을 깎아도 복지수요를 충족하는데 재정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노력하겠지만 한계가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또 지금은 증세보다 감세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 봐야하는 것 아니냐며 한나라당의 감세론에 각을 세웠다.

박근혜 대표의 입장은 분명하다. 세금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집권하면 과감한 감세정책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발상의 전환'을 주장하면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과감한 감세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감세내용을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정기국회때 한나라당이 내놓은 '9조원 감세안'이 큰 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조세부담률이 선진국과 비교해 낮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민 우롱', '말장난'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비판했다. 그는 "국가 재정이 국민총생산(GDP)에 차지하는 비율을 선진국과 단순 비교해 세금인상 근거로 삼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말장난에 불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라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부처예산 일정비율 일률 삭감과 장차관 수를 대폭 줄이는 방안, 불필요한 위원회 폐지와 직급 조정을 밝혔다.

논쟁 2. 재정과 정부 역할 "선진국 수준 확대 필요" 대 "잘사는 나라는 작은 정부"

정부의 재정 확대를 둘러싼 정부 역할론도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 문제 역시 세금 논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또 재정 지출을 둘러싼 노 대통령과 박 대표의 인식차는 복지문제 해결에 대한 경제철학적 접근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연설에서 "우리의 재정규모는 GDP 대비 27% 수준으로 미국(36%)·일본(37%)·영국(44%)·스웨덴(57%)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의 나라들이 중앙정부 재정의 절반 이상을 복지에 쓰고 있는데 우리는 1/4 밖에 되지 않고 정부정책에 의한 소득격차 개선효과도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복지문제 해결 등을 위해 정부 재정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처럼 복지 재정이 낮은 수준에서, 복지과잉으로 경제성장에 지장이 있을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좌파정부' 논란에 대해서도, "결코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재정확대 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를 '큰 정부'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는 실패로 끝난 구시대 사회주의 유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매년 재정을 앞당겨 쓰고, 추경예산을 편성했다"면서 "지난 2년은 세입부족사태까지 빚으면서 재정확대를 했지만 경제는 어렵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작은 정부'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에서 잘사는 나라치고 '큰 정부'는 없다고 단언했다. '작은 정부'의 모범으로 미국과 영국을 꼽았다. 이어 한나라당이 제시한 국가건전재정법을 받아들이고, 재정 건전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웨덴을 비롯해, 핀란드 등 서구 유럽 국가들의 재정모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또 재정지출 감소 등 정부 역할을 축소하고, 감세를 통해 중산서민층의 복지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논란거리로 남는다.

논쟁 3. 양극화 해법 "사회적 일자리 늘려야" 대 "기업 투자 활성화가 먼저"

올해 사회경제적 화두로 떠오른 양극화를 바라보는 인식도 달랐다. 노 대통령은 "경제 전체를 보면 잘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양극화라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소득 계층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 비율이 크게 늘면서 일자리도 양극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결국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시장이 줄어들어 경제가 장기적으로 저성장으로 들어설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양극화 해소 해법은 일자리 창출이다. 이어 ▲중소기업 활성화 ▲금융·물류 등 고급서비스업 육성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 만들기 ▲비정규직 보호법안 처리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또 일자리 이외에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사회보장예산 확대 ▲기초생활보호대상자 확대 ▲긴급복지지원제도 시행 등을 약속했다.

박근혜 대표는 양극화의 주범은 "현 정권이 3년 동안 만들어 놓은 경제 불황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고성장의 길로 다시 나가야 한다"면서 성장제일주의에 중점을 뒀다. 성장 가치를 인정하고, 자유시장경제의 우월성을 인정하라고 강조했다.

해법으로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꼽았다. 투자 없이 일자리도 없고, 소득과 세금수입도 없다고 밝혔다. 투자를 살리지 않고서는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박 대표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노사관계든, 정부규제든 투자 걸림돌을 과감하게 제거해야하며, 기업들의 투자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경제도 살고, 일자리도 창출되고, 양극화도 해결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 대표는 아예 '작은 정부와 큰 정부', '감세와 증세'를 놓고 국민의 선택을 요구했다. 박 대표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논쟁과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선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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