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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68년 5월혁명' 재현되나?

 

 

 

프랑스, '68년 5월혁명' 재현되나?
'청년실업 갈등' 학생들 대규모 시위
'새 노동법 반대' 내일 100만명 운집 예상... 시라크 대통령 "대화로 풀자"
텍스트만보기   연합뉴스(yonhap)   
▲ 지난 16일 프랑스 학생들이 스트라스부르에서 새 노동법에 반대하는 데모를 벌이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 프랑스 정부의 청년실업 해소 정책에 반발하는 학생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진 가운데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17일 정부와 학생·노동계의 신속한 협상을 촉구했다.

그러나 학생과 노동계는 이미 의회에서 통과된 새 고용정책의 핵심인 최초고용계약(CPE)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며 18일 또다시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시라크 "대화 준비 돼 있다"... 평화시위 강조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엘리제궁 훈장 수여 행사에서 "정부는 대화 준비가 돼 있다"며 가능한 한 신속히 대화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간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 맡겨두고 전면에서 나서지 않았던 시라크 대통령이 사태가 심각해지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또 18일 시위에 관해 언급하며 모두를 존중하는 진정된 분위기 속에서 가두 행진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 노동법이 실업퇴치 정책에서 중요한 요소다, CPE은 노동 시장에서 제외돼 있는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줄 것"이라며 학생들이 철회를 요구 중인 CPE를 옹호했다.

논쟁의 중심, CPE는 어떤 제도?... "26세 미만은 채용 2년 내 해고 가능"

CPE는 고용주가 26세 미만 사원을 채용한 이후 최초 2년 동안은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번 채용하면 해고가 어려운 경직된 노동시장을 완화시켜 고용주의 신규 채용 을 장려하고 청년 실업자의 취업 기회를 높여 주자는 취지로 마련된 조치다.

그러나 노동계와 학생은 고용 불안정을 초래한다며 반발하고 있고 특히 학생들 은 자신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CPE가 포함된 새 노동법은 이미 의회에서 통과돼 4월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사회당이 위헌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18일이 주요 고비... 100만명 규모 시위 예정

정부의 대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더욱이 18일 오후에는 전국 각지에서 최고 100만명이 모일 것으로 추산되는 시위가 예고돼 정부와 학생간 힘겨루기의 주요 고비가 될 전망이다.

17일 기준으로 전국 84개 종합 대학 중 51곳이 완전 폐쇄되거나 부분적으로 시위의 영향을 받고있다. 또 전국의 고등학교 100개 이상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한편 16일 폭력사태로 전국에서 272명이 검거됐고 경찰관 92명과 시위 참가자 18명이 체포됐다고 내무부가 밝혔다.

최루탄과 돌, 화염병이 오가고 일부 점포가 약탈당했던 파리에서는 모두 187명이 검거됐다. 경찰은 폭력 사태를 저지른 세력으로 급진주의자 및 무정부주의자들과 우범자들을 꼽았다.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파리 교외의 비행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극좌 및 극우 진영의 불량 세력들이 시위에 가담했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17일 라탱 구역에서는 학생 100여명이 모여 시위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우파 학생들이 주도하는 유사한 시위가 21일에도 예정돼 있다.

CPE 추진했던 대선 주자 빌팽 총리, 여기서 꺾이나

2007년 대선 주자 중 한 사람인 도미니크 빌팽 총리가 청년실업 해소란 성과를 얻어내려고 의욕적으로 추진한 CPE가 역으로 스스로를 힘겨운 시험대에 올려놓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여론이 학생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데다 이날 빌팽 총리를 만난 대학 총장들도 CPE 시행을 보류하고 6개월간 검토의 기간을 갖자고 요구했다.

빌팽 총리는 거센 시위를 이겨내고 CPE를 관철시킨다면 대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그의 정치적 야망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샤를 드 골 대통령의 퇴진을 예고했던 1968년 학생 봉기의 중심지 소르본대를 중심으로 시위가 이어지는 현상을 두고 1968년 혁명의 재판이 아닌가 하는 확대 분석도 내놓고 있다.

leess@yna.co.kr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1968년과 2006년의 공통점과 차이점
외양만 유사하지만 원인·강도는 크게 달라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 요즘 프랑스에서 격화되는 학생 시위는 소르본대 점거 농성과 경찰의 강제 해산, 잇단 시위로 인해 1968년 5월 혁명에 대비되곤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외견상 유사한 점이 있다 해도 갈등의 원인과 저항의 강도에서 68년 혁명과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68 혁명은 권위주의와 엘리트 체제를 개혁하려는 이데올로기적인 성격을 띤 노학 연대 혁명이었다.

또 베트남전 반대를 포함한 당시 학생들의 주의·주장은 진보된 세상으로 바꾸려는 젊은 이상을 현실에 접목시키려는 시도였다. 이번 시위처럼 학생들의 집단 이익을 지키려는 차원이 아니었다.

한때 1천만 시위대를 동원한 68년 혁명 이듬해 샤를 드 골 대통령은 결국 물러 났다.

68년 혁명은 사상적 측면에서 탈구조주의나 해체주의 같은 흐름을 낳았고 페미니즘 운동과 환경 운동을 가속화시킨 계기가 됐다.

반면에 이번의 학생 시위는 정부의 청년실업 해소 정책인 최초고용계약(CPE)에 대한 반발이다.

사주가 26세 미만 직원을 채용한 뒤 최초 2년간은 자유롭게 해고하게 허용함으로써 노동 시장을 유연화시켜 청년 채용을 유도한다는 목적에서 도입한 정책이다.

프랑스인들은 강력한 노동조합의 보호 아래 고용 안정을 누리고 있다. 한번 채용하면 좀처럼 해고가 어렵다.

프랑스인들은 이런 시스템이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앵글로-색슨식 사회 모델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부하는데 CPE는 자신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고용보장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고 본다.

특히 취업을 코앞에 둔 대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지 않고 자신들만 차별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이번 시위에서는 68년 혁명 때보다 동원되는 군중 규모가 적다. 여러 차례 시위가 있었지만 전국 합계가 100만명을 넘은 적이 없다.

이번 사태는 오히려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에 타격을 준 1994년 학생 시위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학생들은 최저임금법에 반발해 전국적인 시위를 벌였었다.

대권을 꿈꾸던 발라뒤르는 학생 시위에 이어 다른 부정 스캔들이 겹치면서 이듬해 대선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결선에서 자크 시라크 파리 시장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le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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