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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접특통신

솔직히 이런게 쿨한 선진국인데...

 

 

   

2006. 4. 7. 금요일
남로당 접선특위

접특녀와의 결혼을 두 달 앞두고

by 염장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딴지나 남로당에 게시판 글을 남겨본 적이 없었습니다만 어쩌면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게 해준 고마운 곳인만큼 잘 쓰지는 못하지만 그녀와 저의 인연을 소개할 겸, 나이 서른 하나에 스물 다섯의 꽃다운 그녀와 결혼한다는 것을 자랑도 할 겸, 접특 운영자가 혹시 축하의 콘돔이라도 보내주지 않을까 김치국도 마셔볼 겸 이렇게 처음으로 글질 한 번 해봅니다.

제가 접선특위에 가입했던 건 2002년, 당시만 해도 월에 5천원씩 당비를 내고 활동했던 걸로 기억됩니다. 딴지일보의 월드컵 기사를 보다가 그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전율을 느끼며 그 감동의 전율이 본의 아니게 성욕화 되면서 지금 나와 비슷한 상황의 누군가와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접선특위를 가입하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많이 놀랐었습니다. 딴지를 통해 들어온 사람들일테니 여타 채팅 사이트와 다를 것이라는 어느 정도의 기대는 있었지만 참 직업도 다양하고 가치관도 다양하고 욕망도 다양한 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대기업에서 평범한 월급쟁이로 지내며 늘 같은 공간의 같은 사람들하고만 지내던 저로서는 각종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들을 통해 배운 것도 많았고 특히 문화, 예술 계통에 관련 있는 분들이 많아서 저의 너절한 교양수준을 한층 성숙시킬 수 있는 개기가 됬지 않았나 싶네요.

아무튼 저는 2002년 부터 활동하며 한 3개월 정도는 수습기간을 거친 후, 대략 5번 정도의 떼접과 30여회 정도의 일대일 접선을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좀 우습기도 합니다.

탈퇴했다가 재가입을 하는 통에 원나잇 후 1년 정도 연락없이 지내던 분과 본의 아니게 다시 해후를 한 적도 있었고, 유명 종합병원의 레지던트 과정의 여성분과 만나게 되어 이거 어떻게든 결혼 투자(?)를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고심했던 적도 있었구요. 어떻게든 오래 독점적으로 사귀고 싶은 여성을 만났는데 그 여성이 접특의 다른 남성분과도 친밀한 관계라는 것을 알고 질투와 시기심에 직장까지 결근하며 스토커질을 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후후.. 그 당시에는 참으로 진지하고 너무도 속상하고 그랬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너무도 인간적인 기억으로 떠오르네요. 저의 과오와 타협하려는 억지 미소는 아닙니다. 그냥 지나고 나니 정말이지 사람 냄새가 풀풀나는 추억이란 인간의 욕망이 가장 직접적으로 표출되며 발생했던 사건들이 아닐까 싶슴다.

솔직히 두달 후 저와 결혼해 주시는 분도 저와 마찬가지로 접특에서 많은 추억이 있는 분이랍니다. 너무 자세한 설명을 하면 분명 게시판에서 나랑 잤던 애네 어쩌네 하며 소금 뿌릴 분들이 있을 것이므로 안타까우시겠지만 태클의 건덕지는 드리지 않겠습니다. 염장질은 오늘 저 하나만으로 충분할테니까요. ^^

아무튼 저희가 결혼씩이나 결심하게 된 이유는 같이 있으면 너무도 즐겁고 긴장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섹스도 즐겁지만 무엇보다 우리는 같이 있을 때 세상 그 어떤 심각한 일도 다 농담거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놓치기 싫은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서로의 몸이 탐나는 시간이야 얼마 안될테고, 늙어 무기력해지는 그 길고 험난한 시기가 되었을 때야 말로 서로 코드가 맞는 농담을 쉼없이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어떤 무엇보다 위로가 될 것이라 확신하니까요.

최근 게시판에서 여성의 처녀성 논쟁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2002년부터 활동했던 나름 원로인 제가 봤을 때 지금까지 한 17번 정도 반복된 소재였던 것 같습니다.

앞서 밝혔듯 저와 결혼해 주시는 그 분께서도 동침한 남자 수로 따지면 별로 남부럽지 않을 전적을 갖고 계신 분이랍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에게 진심어린 마음으로 청혼을 했습니다.

왜냐면,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그녀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심과 불안감을 여유로 바꿔줄 수 있는 따뜻한 농담들은 아마도 그녀가 경험했던 많은 사람들을 통해 얻은 지혜와 역사일테니까요

* 미담을 전해들은 딴지몰 공장장이 기꺼이 철벽콘돔 세트를 희사하겠다고 하니, 염장질 동지는 아래의 주소로 메일 날리시라.

* 본 기사는 남로당(www.namrodang.com)에서 제공합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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