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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 에세이

 동양철학 에세이


저자 : 김교빈, 이현구 그림 : 이부록

출판사 : 동녘

2008년 11월 19일(수)



아트앤스터디에서 김교빈 선생의 한국철학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그러던 차에 도서관에 김교빈 선생의 책이 있기에 빌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철학에세이도 있었다. 차라리 한국철학에세이를 빌릴 걸 후회했지만 이 좋은 정보 또한 동양철학 에세이가 아니었으면 모를 뻔 했다.


머리말과 들어가는 말을 통해 동양철학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동양에는 철학이라는 용어가 없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철학이라고 번역한 필로소피는 지혜를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동양이 사유들은 도를 깨닫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따라서 엄밀한 이미에서는 철학이 아니라 도학이라고 했어야 합니다.”


“성인은 귀이(耳)와 입구(口)와 임금 왕(王)을 합친 글자입니다. 글자 그대로 귀와 입을 가지 사람이 임금 노릇을 한다는 뜻입니다.”


“도는 걸어가면서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이 도는 생각과 실천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도사는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옳은 길을 실천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도를 깨치는 것에 필요한 것은 지혜가 아니라 수양을 통한 덕임을 말하면서 동양철학은 지혜로운 사람보다 어진 사람을 높였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동양철학이 오늘날 전성기를 누리고 있으나 대부분 상품화된 도덕과 신비주의로 나타나는데 문제를 지적하며 동양철학의 신비적 해석도 시대를 넘어선 보편적 가치의 부여도 거부하며 그 사상의 시대적 한계와 의미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까지 살펴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 했다. 공자, 노자, 묵자, 장자, 맹자, 순자, 법가, 명가, 농가, 주역의 순으로 해설을 해논 동양철학 에세이는 다양한 동양 사상에 대한 소개이다.


춘추 전국 시대 제가백가의 사상을 다룬 동양철학 에세이는 각 사상의 핵심을 원문을 통하여 쉽게 설명하고 있어 보기에 막힘이 없다. 어떤 사상이 맞는가 보다는 어떤 사상이 왜 그시기에 특별히 채택이 되는가에 대한 설명이 더욱 감칠 맛 난다. 중국의 격변기에 나타난 다양한 사상들. 도덕을 강조하지 않으면 안 될 듯 한 비도덕적인 현실에서 공자는.......


어떤 사상을 이해함에 있어 그 시대의 역사적 특징을 이해함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20대에는 묵자처럼 치열하게 살다가 30-40대에는 한비자처럼 영악하게 살고, 50-60대에는 공자나 맹자처럼 근엄하게 살다가 70-80대에는 노자나 장자처럼 유유자적하며 살기도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사람도 때로는 공자처럼 그리고 때로는 노장처럼 살기를 원하기도 한다.


20대에는 사회변혁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 쇠약해저 버린 내 몸 둥아리를 붙잡고 얼마나 많이 울었으며 참회했던가? 그 순간 참회를 도와준 불교의 경전과 노장의 글들이 얼마나 새로웠던가를 떠올려본다. 한 이념에 사로잡혀 있던 나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유물론 철학이 아니면 모두가 쓰레기라는 생각이 지배하던 젊은 시절이 얼마나 철이 없던 것인지?


노장 사상 말고라도 다양한 사상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기쁘다. 특히 묵자나 명가, 농가는 새롭기도 하거니와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 어느 면에서 보면 공자는 플라톤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의 쓰임과 덕의 강조, 그리고 중국과 그리스의 시대적 배경이 닮은 꼴이다. 비슷한 시기의 사람이기도 한 걸 보면 인류사 속에 어디가 더 잘 난 것도 더 못 난 것 도 없지 않은가?


지금 나와 우리에게 필요한 성인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때를 모르면 철부지라고 하였다고 한다. 어린이는 추운데도 반팔을 입고 나가려하고 더운데도 긴팔을 입고 나가려 하여 철부지라고 한단다. 옛 사람들은 절기를 모르면 철부지락 했단다. 지금이 무엇을 해야 할 때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입춘, 청명, 하지, 동지 등 24절기는 이름부터가 생활 밀착형이다. 철을 들게하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각성시킨다. 그러나 지금 달력은 어떤가? 일요일은 쉬는 날, 말 일은 세금 내는 날.

과연 현대인은 철들 수 있는가? 기독문명의 천지창조 신화로부터 시작된 그레고리력에 대한 인간의 비합리성을 꼬집는 저자의 들어가는 말은 동양철학은 비합리적이라고 왜곡하는 서양철학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동양철학 에세이를 반납하고 한국철학 에세이를 대여해야 겠다.

한국철학 에세이로 새롭게 만나게 될 사상과 사람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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