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자본가: 사회유기체의 암세포

칼럼

기존 경제질서에서 거대자본가들 암세포처럼 작용한다. 암세포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는 무한증식이다. 몸 어디에 상처가 났다고 치자. 정상세포라면 필요한 만큼 분열해서 상처를 메우고 멈추지만 암세포는 새로운 혈관을 뻗어가며 계속 증식한다. 거대자본가도 사회유기체가 필요한 수요만큼 구현하고 멈추는 게 아니라 문어발 식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을 독과점하여 대다수 경제주체들의 삶은 피폐해진다. 둘째, 정상세포는 자기 고유 기능으로 몸 전체에 이바지하지만 암세포는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 폭주한. 신경세포는 신호를 전달하고 소화샘세포는 소화효소를 분비하고 근육세포는 근육의 움직임으로 전체에 기여하지만, 암세포는 그런 기능을 잃어버리므로 몸 전체로 보면 쓸모가 없다. 마찬가지로 거대자본가도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유익을 주지 않고 오직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할 뿐이므로 쓸모가 없다. (여기서, 거대자본가가 제공하는 돈으로 실물자본을 만들어내지 않느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지는 실물자본은 기존 돈의 결함이 유도하는 경제위기를 통해서 어차피 그만큼의 실물자본 형성이 방해받기 때문에 전체에 기여한다고 볼 수 없고, 대다수가 상품교환에 쓸 수 있는 돈을 독과점한 것이기에 해.) 셋째, 정상세포는 제 자리를 지키지만 암세포는 전이한다. 마찬가지로 거대자본가도 한 나라 경제를 쓸어버리고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이동한다.(다국적 기업)

암은, 혈액이 엉겨서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는 생체조건에 세포들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특정세포가 만성적인 혈액공급 부족을 극복하려고 발버둥치다가 모든 혈액을 독차지하려는 돌연변이가 되어버린다. 마찬가지로 거대자본가는, 돈이 쌓여서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는 경제질서에 경제주체들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만성적인 돈공급 부족에 시달리던 어떤 사람이 주어진 경제질서에 무섭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거대자본가가 탄생한다. 그 사람은 오로지 돈 밖에 모르는 괴물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사회유기체 전체를 위협하게 된다. 어떤 정상세포라도 조건만 갖춰지면 암세포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돈의 액면가가 불변하는 한 누구라도 괴물이 될 수 있다. 이건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질서의 문제다.

Creative Commons License
Creative Commons License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4/10/17 10:06 2014/10/17 10:06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silviogesell/trackback/29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